꿈꾸는책들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발터 뫼르스 (들녘,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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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된지 좀 됐고 베스트셀러였던 것도 알았지만 꽤 늦게 읽었다. 사실 별 관심 없었는데 사촌오빠네 집에가서 몇 장 보고 마음에 들어서 샀음. 결과는 대만족.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상상력이 돋보인 소설책이 아니었나 싶다. 판타지와 현실이 묘하게 뒤섞여서 어느 한 쪽도 버리지 않은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판타지가 가득한 세계관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판타지가 아니라 기존 문학의 형식에 가까웠다는 느낌이 있었다.

  반지의 제왕 식의 뻔뻔한, 이 책은 번역서다 라는 식의 말로 시작하는 '번역'에서부터 군더더기없는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다. 순전히 작가답게 그러나 다른 작가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점이 정말 즐거웠다. 현실을 적당히 버무려진 큰 상상력이 빛나는 이야기. 게다가 단순히 상상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쫀득쫀득하니 읽는 맛이 살아있더라. 1권 중반의 그 반전 부분에서는 책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나도 같이 놀라고 말았다.

  린드부름 요새의 어린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자신의 대부시인 단첼로트를 통해 위대한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작가를 찾기 위해 책의 도시 부흐하임에 가서 겪게 되는 일들이다. 여기에는 현실에도 있는 서점상 뿐 아니라 책사냥꾼, 부흘링이라 불리우는 지하도시의 책난쟁이들, 또 그림자제왕까지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가득 증장한다. 그 누구도 지나칠 만큼의 역할을 하지 않고 적당히 그러나 매우 즐겁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부흘링들과 함께 있었던 때의 이야기들이 좋았다. 부흘링들은 각자 존경하는 작가의 이름을 따 자기의 이름으로 삼고 그들의 모든 작품을 암기한다. 책을 대하는 부흘링의 모습을 보면 아주 책을 사랑하는 그런 장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림자 제왕과의 만남은 약간 슬프기도 했다. 그랬던 것 같다. 그 존재 자체가 좀 슬펐다. 작가가 책을 쓰면서 경지에 이르는 '오름'의 경지를 단첼로트에게 힐데군스트에게 알려주는 부분은 물론 즐겁기도 한 과정이었지만 그가 지상으로 올라갈 결심을 하고 그 뒤에 벌어지는 여정은 씁쓸하고도 슬펐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뭔가 벅찬 감동과 그런 쓰라림이 뒤섞여 이상한 감정을 만들어내더라.

  마지막 장 즈음에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이름의 부흘링이 나왔을 때 이상하게 눈물이 날 뻔 했다. 이 책은 모험을 다룬 이야기치고 내 감정일 절절하게 메우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읽는 것이 아주 즐거우면서도 심정을 건드리는 것이 꼭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품들 읽을 때 같아서 묘했음.

  난 아주 아주 좋았다. 연이은 시리즈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

"작가란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 있는 거지, 체험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네가 무엇을 체험하려면 해적이나 책 사냥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네가 글을 쓰고 싶다면 그냥 써야 한다. 만약 네가 그것을 너 자신으로부터 창조해낼 수 없다면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 없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2』, 들녁, 2005, p. 308
좁은문
카테고리 소설 > 소설문고/시리즈
지은이 앙드레 지드 (웅진씽크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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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많이 했는데 즐겁지 않았어요... 너무 기독교적인 정서가 묻어나서 그런가. 주인공 제롬 팔리시에와 사촌인 알리사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둘 다 첫사랑이며 뭔가 아득히 짙은 감정들이 느껴지는데, 행복한 커플이 되지 못했던 이유가 너무 내게는 가당찮아 보여서 그랬다.

  제롬은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구애하는 편이지만 어려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알리샤는 속을 모르겠었고, 알리샤의 동생인 쥘리에트는 너무나 제롬을 좋아하는데도 알리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꽤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리샤의 속을 알고 나서는 사실 짜증이 났다. 제롬이 자기에게 너무나 빠져서 신을 멀리하게 될까봐 그렇게 군 것이라구요?! 그렇게 죽어서 하늘에 가면 퍽이나 하느님이 예뻐해주시겠네 싶었네... 아 내가 너무 무신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건가? 아무리 알리샤의 일기를 읽어도 감동이 느껴지지 않아서리. 내가 제롬이었으면 사랑이고 뭐고 당장 잊어버렸을텐데 책의 제롬은 끝까지 알리샤만 생각하고 살아가긴 하더라... 목적은 이루었네요 알리샤씨...ㅜㅜ 아 근데 이건 사랑같지 않아 너무 고차원이야... 너무 머나먼 일까지 생각하는 거 같아서 보는 내가 답답했다. 이런 사랑은 봐도 썩 뭐 아릿하거나 그렇지가 않단 말이지...

  난 별로. 내가 공감할 만한 것이라고는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서 헤매는 제롬의 조급한 감정 뿐이었다.
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존 르카레 (열린책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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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류님이 빌려주셔서 읽음. 도서관에 신청해놨는데 왜 반납일이 이주가 넘도록 반납하질 않니...? 진짜 매너좀ㅡㅡ 예약 걸었던거나 취소해야지...

  사실 이걸 보려고 이전 작들인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본 셈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이 스파이 소설을 볼 때 이런 부분을 많이 기대하지 않을까 싶었다. 감정 이입하게 하는 이야기는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였지만, 이 소설이 짜임새나 트릭, 머리 쓰게 하는 구조는 더 빡빡하게 들어가 있었다. 이 소설 쪽은 감정이입보다는 복잡한 트릭과 음모를 파헤치는 재미가 있었다. 둘 다 장점이 다른 거라 뭐가 낫다고 말하기 힘들다. 다만 복잡한 트릭과 스파이 용어들의 등장 덕분에 자꾸 헷갈려서 혼났음. 원래 내용을 몰라도 앞장을 다시 들춰보거나 하지 않고 쭉 보면서 이해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그게 안되어서 곤란했다. 스파이 용어가 특히 자꾸 헷갈려서 다시 들춰보고 들춰보고 그랬다. 뒤에 쭉 정리되어있는데 책 읽을땐 몰랐지. 여튼 위치크래프트라는 고급 정보의 명칭과 멀린이라는 고급 정보원의 코드네임이라는 말만 알면 대충 헷갈리진 않을..듯... 아마도... 아닌가 나만 그런가; 나 넘 대충읽었나...

  영국의 스파이 조직인 서커스 내부에 침투해 있는 '두더지' 즉, 이중스파이가 누군지 파헤치는 내용이다. 전작에서 많이 등장했던 조지 스마일리가 등장해 또 침착하면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 피터 길럼의 경우 이전엔 굉장히 여유로운 느낌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많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서 좋았다. 독백 같은 것들이 특히. 리키 타르는 난 왜 배역이 클 줄 알았지... 뭐 얘 덕분에 컨트롤의 사망 후 덮힌 문제가 드러난 격이라 중요하지 않은 배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느낌도 모르겠더라; 이번 소설은 아무래도 조지와 피터, 그리고 짐 프리도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제목은 영국 동요에서 차용한 것인데 소설 안에서는 스파이 축출 작전에서 다섯 명의 의심되는 요원을 가리키는 비밀암호로 쓰인다. 소설 안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푸어맨, 베거맨. 현 서커스 수장인 퍼시 올러라인(팅커), 현 서커스의 새 조직인 런던스테이션의 소장 빌 헤이든(테일러), 정보탐문 에이전트 램프라이터 대장 토비 이스터헤이스(푸어맨), 런던스테이션의 2인자 로이 블랜드(솔저), 그리고 조지 스마일리가 베거맨으로 다섯 명의 후보자가 나온다. 이 중에서 누가 스파이일지는 읽다 보면 아 이 사람밖에 없다... 는 감이 온다. 이게 웃긴게 그냥 감이야... 느껴져. 조지는 딱 아니다 싶고, 둘은 너무 가볍고 권력추구적이고, 한명은 뭔가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남은 그 한 명의 존재감이 진짜 너무 커서... 아니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이 사람밖에 없다는 느낌이 확확 온다. 근데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런 일말의 동정심이랄까 관심도 안가는데 말이다. 소설 안의 인물들도 미심쩍인 부분들을 그 사람에게 발견하면서 동시에 믿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좇다 보면 모두 씁쓸히 괴로워하는 느낌이다.

  여전히 차분하게 증거를 되짚어가는 스파이 소설인데 다른 소설들보다 좀 위기감이 느껴져서 그건 좋았다. 내가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이 나를 아는 상황에서 이중간첩을 잡아낸다는 게 정말로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용도 짜임새 있고 그렇다고 여태 전작들에서 다뤄졌던 스파이 개인의 삶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난 만족스럽게 봤다.

  마지막에 그 '두더지'가 그렇게 약해진 모습이었던 게 또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더라. 등장 인물들도 그랬겠지.

추운나라에서온스파이(세계추리걸작선6)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존 르 카레 (해문출판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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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테일이에게 빌려서 읽음. 이건 열린 책들 판이 아닌 해문 버전으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번역이 좀 별로였다. 그래도 내용 이해하는데는 지장이 없으니까 읽긴 했는데 열린책들 판본으로 다시 읽을까 생각 중... 인데 내가 추리 소설을 다시 읽을 리가 없구나.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보다 더 스파이 개인의 삶의 삶과 심리를 파고 든 느낌이다. '죽은자~'에서 등장했던 조지 스마일리, 문트, 피터 길럼이 모습을 보이는데 주연급은 아니고 반가운 얼굴로 등장하는 정도. 문트가 그나마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상하게도 전편보다 밉살스럽더라...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알렉 리머스. 독일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다가 실패하여 요원들을 전부 잃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후 관리인에게 문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잠입하라는 명을 듣는데 요컨대 이중 스파이 같은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독일로 가기 전에 보여지는 알렉의 삶이 사건 자체보다 흥미로웠다면 아이러니일까.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사건을 일으키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마음에 드는 리즈라는 여자를 만나면서도 그녀에게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알렉의 심정이 담담한 묘사 속에서도 뜨겁게 느껴졌다. 리즈를 향한 마음은 독일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서도 아주 잠깐씩 드러나는데 그 잠깐의 무게가 굉장히 크더라.

  독일에서의 활동은 대단한 첩보활동이라기보단 속고 속이고 속지 않도록 노력하는 머리싸움이 도드라졌다. 그것도 꽤 차분한 어조라서 긴박함은 없었는데 긴장감은 크더라. 문트 바로 아래에 있는 2인자 피들러와의 대면은 각자 굉장히 애쓰는 느낌이었다. 피들러가 싫진 않았는데 논리를 따라서 냉철하게 움직이는 느낌이어서 그랬다. 전후 독일로 돌아온 철저한 유태인의 모습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뭐... 하여튼간에 피들러가 그동안 의심해오고 또 그 자리를 노리기도 했던 문트에게서 마음을 돌렸으며, 적절한 증거를 끼워맞춘 터라 리머스의 일은 순순히 풀려간다. 거의 종반까지. 하지만 이렇게 잘 풀리면 추리소설이 아니겠지...ㅎㅎ 문트 쪽의 반박과 그 후에 드러나는 진상은 사실 예상 가능한 면도 있지만, 놀랍기도 하다. 요건 이 소설 하나만의 힘이 아니라 아마 전편에서 밑밥을 잘 깔아준 덕이 아닐까 싶다.

  후에 동독을 빠져나올 때 리머스와 리즈가 벌이는 설전은 스파이 개인의 고뇌를 다시 한 번 담아낸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의 가운데 알맹이보다는 초반과 결말부가 마음에 들었다. 결말부에 이르러서 리머스 또한 리즈 만큼 혼란스러운 듯 한데, 정부가 지시한 일이라 할 지라도 본인의 사상과 맞지 않는 일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정부의 사상과 개인의 사상이 교집합이 있을 순 있어도 합집합일 수 없고, 개인이 곧 정부일 수 없다는 것 같은 당연한 사실들을 사건을 통해 보여주니까 씁쓸하기도 하고. 마지막 리머스의 행동은 그런 틀 안에서 자아를 지키려는 발버둥 같기도 해서 좀 슬펐다.

  그럭저럭 괜찮았다.
죽은자에게걸려온전화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존 르카레 (열린책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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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도서관에서는 요 책이 없어서 테일이에게 부탁해서 빌려 본 소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도 같이 빌려오긴 했는데 일단 순서대로 이거부터 읽었다. 사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때문에 읽은 소설이다. 영화 개봉하기 전에 원작을 보고 싶었고, 원작을 보려고 보니 앞에 시리즈랑 어느정도 주인공이 겹치고 연계되는 부분이 있다길래. 책 초반부에 조지 스마일리에 대한 묘사(와 그리고 어느정도 등장할 것도 같은 앤 서콤과의 관계)가 제법 있어서 읽길 잘한 것 같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지만 화려한 첩보물이 아니라 끈질긴 인내를 요구하는 실제 스파이의 생활을 그린 듯한 소설이었다. 난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소설 안의 비밀에는 사실 몰입하지 않았는데, 조지 스마일리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묘사한 것에는 꽤 매력을 느꼈다. 이 소설은 스파이 생활이 많은 매체에서 그려지듯 매력적이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데, 얼마나 한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상급자인 매스턴과의 관계를 통해 보이듯 그 사회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경직되어 있고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존 르카레 본인이 스파이였기에 가능한 생생한 그래서 빛바래 있으면서도 힘있는 묘사들이었다. 책에 있는 묘사를 본다면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지치고 힘든 중년 회사원의 모습이다.

  조지 스마일리가 조사했던 새뮤얼 페넌이 자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스마일리가 조사할 수록 새뮤얼 페넌이 자살하지 않았으리라는 정황사정이 드러난다. 죽은 그에게 모닝콜이 온 것을 스마일리가 받게 되면서 시작된 의심은 뒤에 숨어있는 스파이의 정체까지 닿는데... 뭐 사건 자체는 앞서 말했듯 난 그다지 신기하진 않았고 흥미롭게 읽을만은 했다. 이 해결 과정에서 페넌 부인, 조지가 스파이 활동을 할 당시에 협조했던 독일의 디터 프라이, 또 디터와 함께 일한 문트 등이 사건에 연관된 인물로 드러나는데 디터 프라이에 대한 묘사가 괜찮았다. 문트 사실 별 관심 없었는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 등장하는 인물이길래 한 번 더 살펴보는 정도긴 했다.

  조지를 돕는 인물로 멘델과 피터 길럼이 있는데, 멘델이 힘있는 육체파의 느낌이라면 피터는 좀 차분하면서 영특하게 머리를 굴리는 느낌이었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피터 길럼 역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았기에 대입해서 읽었더니 더 그런 느낌이더라... 여튼 두 캐릭터 다 소란스럽지 않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었다.

  시작 치곤 나쁘지 않았다. 존 르 카레 소설을 읽을 거라면 아무래도 순서대로 다 읽는 편이 괜찮을 거 같으니... 근데 요거 하나만 읽으라고 하면 내 취향일 것 같진 않고. 더 읽어봐야지.

제5도살장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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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 채권자 폴 뱅크스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읽게 된 소설. 커트 보네거트 소설은 뭐 이전에 Long Walk to Forever 말고는 읽어본 적 없기에 요게 처음 읽는 장편 소설이었다. 아는 분이 번역과 취향을 탄다고 그러셔서 얼마나 그러려나 했는데 아 몇 장 넘기면서 알았다. 이거 진짜 취향 타겠다고... 그래도 내 취향엔 맞았으니 다행.

  살벌한 제목과는 달리 소설이 그렇게 어둡지 않다. SF적인 상상력도 섞여있고 아무래도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유머 섞인 진행 탓에 어둡지 않고 오히려 피식 피식 웃게 되는 장면(롤런드 위어리가 죽어가며 남긴, 내 원수는 '빌리 필그램'을 보라!)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고 정말 반전에 대한 사상, 그런 무거운 주제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던 그런 소설이었다.

  짧은 문단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설은 기존의 서술방식을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 또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전쟁에 참가하여 참혹한 드레드덴 폭격을 목격하게 된 빌리 필그램의 일화는 가볍게 진행되지만 읽다 보면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없이 반복되는 '그렇게 가는거지' 라는 말은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안정을 찾게 만든다. 그건 세상의 섭리라 받아들여야하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가야하는 느낌을 주었다. 우주인들처럼 우리는 법칙을 이길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안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나가야하는 느낌. 그렇게 가는거지.

  괜찮았다. 적어도 앞으로 커트 보네거트 소설을 찾아 볼 마음이 들 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 블로그에 번역해두 신 분이 있더라. 여기에 가면 볼 수 있다.

Long Walk to Forever
by Kurt Vonnegut Jr.


  They had grown up next door to each other, on the fringe of a city, near fields and woods and orchards, within sight of a lovely bell tower that belonged to a school for the blind.

  Now they were 20, had not seen each other for nearly a year. There had always been playful, comfortable warmth between them, but never any talk of love.
  His name was Newt. Her name was Catharine. In the early afternoon, Newt knocked on Catharine’s front door.
  Catharine came to the door. She was carrying a fat, glossy magazine she had been reading. The magazine was devoted entirely to brides. “Newt!” she said. She was surprised to see him.
  “Could you come for a walk?” he said. He was a shy person, even with Catharine. He covered his shyness by speaking
absently, as though what really concerned him were far away—as though he were a secret agent pausing briefly on a mission between beautiful, distant, and sinister points. This manner of speaking had always been Newt’s style, even in matters that concerned him desperately.
  “A walk?” said Catharine.
  “One foot in front of the other,” said Newt, “through leaves, over bridges—”
  “I had no idea you were in town,” she said.
  “Just this minute got in,” he said.
  “Still in the Army, I see,” she said.
  “Seven more months to go,” he said. He was a private first class in the Artillery. His uniform was rumpled. His shoes were dusty. He needed a shave. He held out his hand for the magazine. “Let’s see the pretty book,” he said.
  She gave it to him. “I’m getting married, Newt,” she said.
  “I know,” he said. “Let’s go for a walk.”
  “I’m awfully busy, Newt,” she said. “The wedding is only a week away.”
  “If we go for a walk,” he said, “it will make you rosy. It will make you a rosy bride.” He turned the pages of the magazine. “A rosy bride like her—like her—like her,” he said, showing her rosy brides.
  Catharine turned rosy, thinking about rosy brides.
  “That will be my present to Henry Stewart Chasens,” said Newt. “By taking you for a walk, I’ll be giving him a rosy bride.”
  “You know his name?” said Catharine.
  “Mother wrote,” he said. “From Pittsburgh?”
  “Yes,” she said. “You’d like him.”
  “Maybe,” he said.
  “Can—can you come to the wedding, Newt?” she said.
  “That I doubt,” he said.
  “Your furlough isn’t for long enough?” she said.
  “Furlough?” said Newt. He was studying a two-page ad for flat silver. “I’m not on furlough,” he said.
  “Oh?” she said.
  “I’m what they call A.W.O.L.,” said Newt.
  “Oh, Newt! You’re not!” she said.
  “Sure I am,” he said, still looking at the magazine.
  “Why, Newt?” she said.
  “I had to find out what your silver pattern is,” he said. He read names of silver patterns from the magazine. “Albermarle? Heather?” he said. “Legend? Rambler Rose?” He looked up, smiled. “I plan to give you and your husband a spoon,” he said.
  “Newt, Newt—tell me really,” she said.
  “I want to go for a walk,” he said.
  She wrung her hands in sisterly anguish. “Oh, Newt—you’re fooling me about being A.W.O.L.,” she said.
  Newt imitated a police siren softly, raised his eyebrows.
  “Where—where from?” she said.
  “Fort Bragg,” he said.
  “North Carolina?” she said.
  “That’s right,” he said. “Near Fayetteville—where Scarlet O’Hara went to school.”
  “How did you get here, Newt?” she said.
  He raised his thumb, jerked it in a hitchhike gesture. “Two days,” he said.
  “Does your mother know?” she said.
  “I didn’t come to see my mother,” he told her.
  “Who did you come to see?” she said.
  “You,” he said.
  “Why me?” she said.
  “Because I love you,” he said. “Now can we take a walk?” he said. “One foot in front of the other—through leaves, over bridges—”

  They were taking the walk now, were in a woods with a brown-leaf floor.
  Catharine was angry and rattled, close to tears. “Newt,” she said, “this is absolutely crazy.”
  “How so?” said Newt.
  “What a crazy time to tell me you love me,” she said. “You never talked that way before.” She stopped walking.
  “Let’s keep walking,” he said.
  “No,” she said. “So far, no farther. I shouldn’t have come out with you at all,” she said.
  “You did,” he said.
  “To get you out of the house,” she said. “If somebody walked in and heard you talking to me that way, a week before the wedding—”
  “What would they think?” he said.
  “They’d think you were crazy,” she said.
  “Why?” he said.
  Catharine took a deep breath, made a speech. “Let me say that I’m deeply honored by this crazy thing you’ve done,” she said. “I can’t believe you’re really A.W.O.L., but maybe you are. I can’t believe you really love me, but maybe you do. But—”
  “I do,” said Newt.
  “Well, I’m deeply honored,” said Catharine, “and I’m very fond of you as a friend, Newt, extremely fond—but it’s just too late.” She took a step away from him. “You’ve never even kissed me,” she said, and she protected herself with her hands. “I don’t mean you should do it now. I just mean this is all so unexpected. I haven’t got the remotest idea of how to respond.”
  “Just walk some more,” he said. “Have a nice time.”
  They started walking again.
  “How did you expect me to react?” she said.
  “How would I know what to expect?” he said. “I’ve never done anything like this before.”
  “Did you think I would throw myself into your arms?” she said.
  “Maybe,” he said.
  “I’m sorry to disappoint you,” she said.
  “I’m not disappointed,” he said. “I wasn’t counting on it. This is very nice, just walking.”

  Catharine stopped again. “You know what happens next?” she said.
  “Nope,” he said.
  “We shake hands,” she said. “We shake hands and part friends,” she said. “That’s what happens next.”
  Newt nodded. “All right,” he said. “Remember me from time to time. Remember how much I loved you.”
  Involuntarily, Catharine burst into tears. She turned her back to Newt, looked into the infinite colonnade of the woods.
  “What does that mean?” said Newt.
  “Rage!” said Catharine. She clenched her hands. “You have no right—”
  “I had to find out,” he said.
  “If I’d loved you,” she said, “I would have let you know before now.”
  “You would?” he said.
  “Yes,” she said. She faced him, looked up at him, her face quite red. “You would have known,” she said.
  “How?” he said.
  “You would have seen it,” she said. “Women aren’t very clever at hiding it.”
  Newt looked closely at Catharine’s face now. To her consternation, she realized that what she had said was true, that
a woman couldn’t hide love.
  Newt was seeing love now.
  And he did what he had to do. He kissed her.

  “You’re hell to get along with!” she said when Newt let her go.
  “I am?” said Newt.
  “You shouldn’t have done that,” she said.
  “You didn’t like it?” he said.
  “What did you expect,” she said—“wild, abandoned passion?”
  “I keep telling you,” he said, “I never know what’s going to happen next.”
  “We say good-bye,” she said.
  He frowned slightly. “All right,” he said.
  She made another speech. “I’m not sorry we kissed,” she said. “That was sweet. We should have kissed, we’ve been so close. I’ll always remember you, Newt, and good luck.”
  “You too,” he said.
  “Thank you, Newt,” she said.
  “Thirty days,” he said.
  “What?” she said.
  “Thirty days in the stockade,” he said—“that’s what one kiss will cost me.”
  “I—I’m sorry,” she said, “but I didn’t ask you to go A.W.O.L.”
  “I know,” he said.
  “You certainly don’t deserve any hero’s reward for doing something as foolish as that,” she said.
  “Must be nice to be a hero,” said Newt. “Is Henry Stewart Chasens a hero?”
  “He might be, if he got the chance,” said Catharine. She noted uneasily that they had begun to walk again. The farewell had been forgotten.
  “You really love him?” he said.
  “Certainly I love him!” she said hotly. “I wouldn’t marry him if I didn’t love him!”
  “What’s good about him?” said Newt.
  “Honestly!” she cried, stopping again. “Do you have an idea how offensive you’re being? Many, many, many things are good about Henry! Yes,” she said, “and many, many, many things are probably bad too. But that isn’t any of your business. I love Henry, and I don’t have to argue his merits with you!”
  “Sorry,” said Newt.
  “Honestly!” said Catharine.
  Newt kissed her again. He kissed her again because she wanted him to.

  They were now in a large orchard.
  “How did we get so far from home, Newt?” said Catharine.
  “One foot in front of the other—through leaves, over bridges,” said Newt.
  “They add up—the steps,” she said.
  Bells rang in the tower of the school for the blind nearby.
  “School for the blind,” said Newt.
  “School for the blind,” said Catharine. She shook her head in drowsy wonder. “I’ve got to go back now,” she said.
  “Say good-bye,” said Newt.
  “Every time I do,” said Catharine, “I seem to get kissed.”
  Newt sat down on the close-cropped grass under an apple tree. “Sit down,” he said.
  “No,” she said.
  “I won’t touch you,” he said.
  “I don’t believe you,” she said.
  She sat down under another tree, 20 feet away from him. She closed her eyes.
  “Dream of Henry Stewart Chasens,” he said.
  “What?” she said.
  “Dream of your wonderful husband-to-be,” he said.
  “All right, I will,” she said. She closed her eyes tighter, caught glimpses of her husband-to-be.
  Newt yawned.
  The bees were humming in the trees, and Catharine almost fell asleep. When she opened her eyes she saw that Newt really was asleep.

  He began to snore softly.
  Catharine let Newt sleep for an hour, and while he slept she adored him with all her heart.
  The shadows of the apple tree grew to the east. The bells in the tower of the school for the blind rang again.
  “Chick-a-dee-dee-dee,” went a chickadee.
  Somewhere far away an automobile starter nagged and failed, nagged and failed, fell still.
  Catharine came out from under her tree, knelt by Newt.
  “Newt?” she said.
  “H’m?” he said. He opened his eyes.
  “Late,” she said.
  “Hello, Catharine,” he said.
  “Hello, Newt,” she said.
  “I love you,” he said.
  “I know,” she said.
  “Too late,” he said.
  “Too late,” she said.
  He stood, stretched groaningly. “A very nice walk,” he said.
  “I thought so,” she said.
  “Part company here?” he said.
  “Where will you go?” she said.
  “Hitch into town, turn myself in,” he said.
  “Good luck,” she said.
  “You, too,” he said. “Marry me, Catharine?”
  “No,” she said.
  He smiled, stared at her hard for a moment, then walked away quickly.
  Catharine watched him grow smaller in the long perspective of shadows and trees, knew that if he stopped and turned now, if he called to her, she would run to him. She would have no choice.
  Newt did stop. He did turn. He did call. “Catharine,” he called.
  She ran to him, put her arms around him, could not speak.

“Long Walk to Forever,” from WELCOME TO THE MONKEY HOUSE by Kurt Vonnegut, Jr., copyright © 1961 by Kurt Vonnegut,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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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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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책들의 도시 감상문 써야하는데 그건 넘 재밌어서... 이거부터 써야지. 전에 몰아 샀던 아멜리 노통브 책의 마지막 권. 한 여섯권 일곱 권 읽은 것 같은데 맞나 아닌가... 여튼간에...
 
  난 이제 앞으로 아멜리 노통브 소설은 다시 읽지 않을거란 생각을 굳혀준 소설.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고 그 안의 궤변이 넘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집어든 책까지 이래서야. 게다가 이 책은 재미가 없었다... 내 취향에 맞았던 건 사랑의 파괴, 앙테크리스타, 적의 화장법, 살인자의 건강법 까지만 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책들은 소재에 그닥 관심도 안생기거니와 자기복제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시간이 아깝다.

  그나마 이 소설은 결말이 두 개여서 좀 신선하려나... 근데 진행 자체는 여태껏 읽은 책 중에 가장 별로였고, 궤변에 넘어가지지가 않고 그냥 짜증만 나는 그런 대사들이어서 매력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짜증나고. 그나마 결말 2가 있어서 좀 다행이려나. 결말 1만 읽었을 때에는 책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별로였다. 그건 해피엔딩도 뭣도 아니라 그냥... 다시 읽고싶지 않은 그 무언가... 엔딩 2는 그나마 나았다 싶은데 그것도 결말의 결말 부분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음. 내가 하젤이었다면 프랑수아즈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도 남았을텐데...?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스인조르바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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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명작이래서 샀었나... 이런 식으로 사서 안 읽고 있는 책이 꽤 있을 텐데 요건 어째 금방 읽었다. 아니 책 읽는 시간 말고 책 읽기위해 집어드는 시간이 짧았단 소리..인데 뭐 별로 중요하지 않군.

  재밌다. 주인공이 만난 그리스 사람 '조르바'는 정말 독특하고 톡톡 튀며 개성있는 캐릭터. 가끔 동조하지 못할 법한 소리를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끌린다. 그는 못되거나 사악한 이가 아니며 약은 짓을 하거나 바보같은 짓거리를 벌이면서도 그 나름의 논리와 양심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조르바가 가진 자유로움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보이며 그것이 예순을 넘은 노인 조르바에게 청년의 그것보다 더한 생기를 부여한다. 그런 자유로움 또한 그가 겪은 많은 인생사 속에서 탄생한 것이겠지만. 소설 속의 '나'가 박학다식하지만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서생에 불과하다면 조르바는 그 정 반대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차이가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게 다가옴. 캐릭터가 일단 충실한데 내용 자체도 훌륭한 지라... 사실 한 번 읽은 지금 다 이해했다고 하기 힘들고, 시간을 들여 여러 번 읽어봐야 할 듯 하다.

  끝으로 갈 수록 결말이 어느 정도 짐작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되게.. 내 생각보다 엄청 먹먹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으면서도 왠지 편지를 받은 나의 심정이 내게 그대로 절절히 와닿는 것 같았다. 난 오히려 '나'가 느꼈던 친구의 죽음, 그 부분보다도 더 슬프고 사무치더라. 소리쳐 울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무거운 가슴을 가눌 수가 없는.

  완전히 동조할 순 없지만 참 닮고 싶었다. 또 읽어야지.
전망좋은방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E. M. 포스터 (열린책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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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재밌진 않았다. 그래서 좀 의외였다. 가장 대표작이라서 엄청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모리스가 훨씬 재미있었다. 모리스를 읽을 때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었는데 이건 그것보다는 새침하고 가벼웠다. 낭만적이고 밝은 소설이라는데 그렇긴 하다. 여기 깔린 문화 바탕을 알고 원문으로 읽으면 좀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난 번역된 거만 읽을 수 있으니까 해당사항 업스요.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루시 허니처치와 그녀의 사촌 언니 샬럿은 여행지에서 전망 좋은 방과 자신들의 안 좋은 방을 바꿔주겠다는 에머슨 씨와 그의 아들 조지 에머슨을 만나게 된다. 시종일관 그야말로 '싼티'나는 에머슨 부자인 탓에 그들을 멀리하였지만, 루시는 이탈리아에서 목격한 끔찍한 일을 계기로 조지와 감정을 통하게 되고... 어떻게 영국으로 돌아와 세실과 약혼하게 되었지만 결국은 조지와 이어진다는, 뭐 간단하게는 그런 이야기.

  에머슨 부자가 합리적이어서 난 꽤 좋아했다. 조지는 좀 우울한데다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앞에 있으면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만, 에머슨 씨는 친구하고 싶은 뭐 그런 성격이더라. 허니처치가 사람들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허니처치부인도 그 정도면 무난했고, 동생은 귀엽고. 루시도 답답하긴 한데 막 대놓고 밉진 않았다. 그냥 귀여운 허영이나 허세로 보았음. 샬럿 쪽은 좀 짜증나긴 하더라. 그래도 샬럿 또한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 고만고만. 세실은 그냥 불쌍했다. 난 세실도 악역이나 완전 나쁜 사람으로 안보였던게 그 마초적인 근성은 어느 정도 자신이 받은 교육에 입각한 거기도 했고, 끝까지 젠틀했잖아. 어찌보면 루시에게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신사였다.

  처음 읽을 때 좀 배경이나 인물이 감이 안 잡혔는데 두어 번 더 읽어봐야 할 듯. 문제는 그만한 재미가 있냐는 건데... 그 시간이면 난 모리스를 한 번 더 읽지 않을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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