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KANESHIRO KAZUK (북폴리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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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우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책. 내가 골랐다. 일전에 영화 GO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덩달아 책도 보았었다. 빠른 진행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청소년의 철학, 마음 따위를 담아낸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의 감성이 나를 자극했다. 가네시로 가즈키 자신 또한 재일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이었겠지만. 같은 재일 한국인인 유미리와는 몹시 다른 느낌.

  REVOLUTION No.3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첫 소설이라 한다. 3류 고등학교의 '더 좀비스(1. 학교의 평균 학력이 뇌사 상태. 뇌사 상태에서 살아있는 시체. 2.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아서)'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몹시 유쾌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서글픈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 작가가 고등학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등학생들의 살짝 유치한 면을 잘 보여준다.

  캐릭터들은 제법 충실한 편이다. 이 소설은 미나가타 구마쿠즈의 시점으로 진행이 되는데, 미나가타는 약은 수를 내거나 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진지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모임의 브레인 부분을 상당부분 담당하고 있다. 대변인? 정도로 하면 옳을까. 이타라시키 히로시는 모임의 리더격인 녀석이다. 오키나와 태생이라 성이 특이하다. 항상 자신 만만하고, 항상 최선을 다 한다. 자신의 신념이 뚜렷한 녀석이라고 본다. 박순신은 이 소설의 연장격인 Fly, Daddu, Fly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재일 한국인인데, 정말 신념이 뚜렷하고, 모임에서 가장 날카롭게, 무게있는 녀석이다. 가야노는 어찌보면 특색이 없기도 한데, 소년가장으로서 알맹이가 단단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가장 커다란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모든 불행이 그에게 일어나며 또한 얼띤 구석이 있어서 그 불행을 전신으로 받아들이는 '사상 최악의 얼바리 사나이 야마시타'. 더 좀비스의 멤버라기엔 뭐하고, 중립을 지키지만 코스모폴리탄의 꿈을 위해 '머니와 페니스'를 이용하는, 미나가타의 상담처인 독특한 캐릭터 아기(혼혈인데, 본명은 사토 겐이지만 어머니의 옛 성인 아기날드의 아기를 별명으로 삼고 있다). 한명 더 덧붙이자면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튼 선생님이 생각나는 닥터 모로까지.

  이처럼 REVOLUTION No.3는 캐릭터를 통해 단단한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 주변 상황보다는 캐릭터들에 눈이 쏠려 이야기 진행의 바탕을 만들고, 또한 판단하게끔 하는 것이다.

  소설의 세 파트는 'REVOLUTION No.3', '런, 보이스, 런', '이교도들의 춤'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인 REVOLUTION No.3는  더 좀비스가 명문 여고의 축제에 침입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더 좀비스의 리더 격인 이다라시키의 삶에 가까워진 죽음을 다루어 소년들의 성장을 말하려 한다. 살아있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히로시, 보고 있냐?
  우리, 해냈어.
  네가 죽는다고? 어림없지.
  너, 보고있지?

   두번째 파트인 런, 보이스, 런은 오키나와에 있는 이다라시키의 무덤에 찾아가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사상 최악의 얼바리 사나이 야마시타가 돈을 날치기 당한 것을 시작으로, 그들은 새롭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과정 안에서는 또 여러가지의 사건이 벌어진다. 거기에 미나가타의 어려운 연애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나중에 돈을 되찾고 오키나와에 가는 장면까지 생각하면 가슴이 다 시원해진다.

  -너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나 돈이든 여자든 명예든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을 작정이야. 가능하면 세계도 바꾸고 싶고.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한껏 즐길 거야, 하지만 너만은 절대로 잊지 않을게. 네가 원했던 것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 볼 생각이야.

  마지막 파트인 이교도들의 춤은, 이교도들의 춤이라는 작은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스토커가 쫒아다니는 요시무라 쿄코의 보디가드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디가드라는 익숙치 않은 일을 통해 죽을수도 있었던 상황을 겪은 미나가타. 그리고 보디가드를 맡게 된 박순신의 이야기. 이 또한 흥미로우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유쾌하게 말한다. 범인을 체포해도 그들은 경찰에게 눈총을 받는 아웃사이더들이다. '다음부터는 유사한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있으면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하라'는 엄명까지 듣는다. 그런데 여기에 대응하는 미나가타의 생각은 어떤가?

누가 그런 말 듣는다고.
후후후.

  그러게. 누가 그런 말 듣는다고. 후후후.

  총 세 가지 파트로 이루어진 REVOLUTION No.3는 세 가지 이야기 모두 다 재미있다. 유쾌하다.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다. 나는 호흡이 빠른 소설이 좋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소설이 필요했고, Fly, Daddy, Fly의 전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이 너무 좋았다. 또한  REVOLUTION No.3는 단순 발랄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유쾌하게 지내지만, 자신들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사회의 차별을 잘 알고 있다. 그 차별의 중심에는 박순신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 모두는 열등생으로서 사회의 차별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은 유쾌하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교도들의 춤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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