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투 마마 (2002)

And Your Mother Too 
7.5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디에고 루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아나 로페즈 메르카도, 베로니카 랑헤르, 다이아나 브라초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코미디 | 멕시코, 미국 | 102 분 | 2002-09-06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나오는 영화를 한 번 봐야겠다 싶어서 본 영화. 추천은 스페인 친구가 해줬는데... 그 아이의 밝고 명랑하며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이 영화가 그 애 취향이긴 하겠다 싶었다. 나는, 음. 나쁘진 않았다. 로드트립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일종의 성장담인데... 너무 현실적이고 멕시코 사회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강해서 그 부분이 조금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포스터처럼 마냥 밝고 명랑한 영화는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밝은 모습과 동시에 내면에 숨겨진 부분들을 들춰내서 치부와 우리의 도덕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지.

  동갑내기 친구인 테녹(디에고 루나)과 훌리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절친한 친구이지만 두 사람의 배경은 전혀 다르다. 테녹은 부유한 정치인의 아들인 반면, 훌리오는 편모 가정에서 정치운동을 하는 누나를 배경으로 두었으니까.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이 '가벼움을 공유하며' 친하게 지낸다. 모임에서 알게 된, 테녹의 사촌 하노(후안 카를로스 레몰리나)의 아내 루이자(마리벨 베르두)에게 작업을 거는 정도의 가벼움. 하노에게 배신당한 루이자가 충동적으로 이들과의 여행을 결정하면서, 셋은 차를 타고 '천사의 입'이라는 해변을 찾아 나선다.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사기를 치고 떠나는 건데, 그 도중의 로드트립이 주된 이야기.

  생각이 없이 즐기기만 했던 두 고등학생 소년들은 여행을 통해서 실제 피상적으로 존재했던 것들의 내면에 얼마나 다른 것들이 숨어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게됐고, 그로 인해서 상처를 겪고 혼란스러워하며 성장한다. 그 중간에 낀 루이자는 모든 성장을 촉발하는 매개체였다. 그녀 자체가 대단하게 어름스러운 타입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서 두 소년은 청년이 된 듯. 도덕관념 자체가 희미했던 소년들이긴 했지만 각자 믿고 있는 어느 정도의 선은 있었느데 그게 이 여행을 통해서 다 무너지게 된 것 같다. 우정 같은 것까지. 씁쓸한 감정은 이런 데서 오는 것 같다. 그들의 성장은 어쨌건간에 고통을 통해서 이뤄졌고 그 결과가 어릴때 상상하던 것처럼 마냥 밝지도 않았으니까. 중간 중간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사회를 다룬 것들도 있었고, 아무튼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더 냉정하게 느껴지는 그런 나레이션이었다.

  나쁘진 않았고, 즐겁게 보았다. 다만 마지막이 너무 쓸쓸한 느낌이라 다시 보진 않을 것 같다.



나쁜 교육 (2004)

Bad Education 
9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펠레 마르테네즈, 하비에르 카마라, 다니엘 지메네스 카초, 루이스 호마르
정보
스릴러, 범죄, 로맨스/멜로 | 스페인 | 104 분 | 2004-09-17


  영화 분위기가 생각보다 차가워서 놀랐다. 화면같은 건 화려한데 스토리 자체는 꽤 냉정하게 스토리들을 진행하고 있더라. 포스터만 보고서는 이런 분위기일 줄 상상도 못했는데.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현재' 외에는 모든 것이 조각만을 가지고 있을 뿐 전체 사실을 그려내진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그나시오(프란시스코 보이라/아역: 나초 페레스)가 쓴 '방문객'의 원래 스토리는 이그나시오의 시선을 따르고 있고, 영화로 각색된 버전은 또 엔리케(펠레 마르티네즈/아역: 라울 가르시아 포르네이로)의 시선을 가지고 있고, 마놀로 신부(다니엘 지멘네즈 카초)의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를 따르고 있으니까. 그럼 이 이야기에서 자기 본인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 건 앙헬(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뿐인 건가...

  생각보다 어릴 적 이그나시오에게 있었던 일이 극 중에 대단한 느낌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건 물론 아닌데, 작은 도화선 같은 거라면 쉬울까. 이그나시오가 성장한 뒤의 모습 또한 그 본인의 잘못 같은 것도 커보였고... 이그나시오 보면서 한 생각은 우와 가짜주인공이 이런걸까... 정도. 이그나시오를 둘러싼 인물들, 엔리케와 마놀로 신부, 앙헬이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이그나시오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사건들에서 정작 이그나시오의 역할은 없는...? 사건들이 영화에 나오는 세 부분의 씬들(엔리케와의 만남/영화의 내용/마놀로 신부의 서술)은 모두 결합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느낌도 강했는데 그 이음새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앙헬이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 순수한 얼굴을 하고서는 속안에는 열망이 있었다. 거기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욕망의 깊이마저 헤아릴 수 있어서 그걸 효율적으로 활용하더라. 이런 캐릭터 좋아함. 선역이건 악역이건간에...

  난 재미있게 봤다. 약간 허무할 수도 있는 마지막 에필로그마저 스토리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엔리케와 앙헬이 잘 될거라는 생각도 안했어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마지막에 이그나시오의 마지막 편지를 받아든 엔리케의 표정에서 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묻어나오는 듯 했다. 그 편지를 전해주는 앙헬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