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1 - 2007 날 보러와요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2003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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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 명작 하는거 알고 있었고, 충분히 볼 마음이 있었음에도 어찌어찌 만날 못봤다. 그것도 통으로 못본건 아니고 맨날 중간부터 끝, 처음부터 중간. 중간부터 또 중간. 이렇게 보긴 봤었음. 근데 이렇게 보면 아무래도 맥이 끊기는 건 사실이고; 머릿 속으로 퍼즐 맞추듯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서 영화를 본건지 안본건지 밍숭맹숭. 그러다가 케이블에서 딱 아침에 시작하길래 졸린 눈 부비면서 봤다.

  재밌구나! 내가 왜 이걸 안봤지ㅋㅋ 연극이랑은 또 다른 느낌. 영화다보니까 무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인물도 더 대범하게 쓸 수 있어서 좋았음... 일단 각색을 잘했기 때문이지만 아무튼 재미있었다. 범인을 박현규(박해일)로 몰아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게 좋았는데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까 범인도 안잡히고 조금 슬픔; 아 근데 잡혔으면 재미 없었겠지...

  박두만(송강호), 조용구(김뢰하)와 서태윤(김상경), 신동철 반장(송재호)의 캐릭터가 비교되서 재미를 더해줌. 박두만의 허접한, 그러나 본능적인 수사와 서태윤의 정교한, 그러나 핀트 하나가 나가버린 수사가 마구마구 대비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그래도 목욕탕 수사는 좀ㅋㅋ

  박두만의 수사는 솔직히 별로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변태 조병순(류태호)를 잡은 뒤로는 눈이 좀 가기 시작. 그 본능적인 감각의 수사를 또 의외로 믿을만하구나 싶고; 서태윤은 잘 하는듯 하면서도 일이 안풀려서 흠, 이러면서 보고.
  박현규를 용의선상에 끌어들이고 나서야 이 두 사람들이 좀 발맞춰 수사를 뛰기 시작하는데 이 변화가 즐거움; 참 많이 나온 말이지만 박두만이 오히려 침착해지고, 서태윤이 다혈질적으로 변해가니까. 그 수사 상황의 급박함과 범인을 잡고싶은 마음들 이런 게 오묘하게 버무려진 인간 감정이 탁탁 드러나서 좋았음.

  철도 옆에서 얻어터지는 장면 진짜 베스트씬-_-;; 대사도 대사지만 거기서 완전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진짜 미친것 같은 서태윤과 의외로 침착해져 말리는 박두만;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 그 와중에도 박현규는 끝까지 뻔뻔뻔뻔으로 나가고 계시고. 그리고 서류봉투 딱 받아들었을때의 그 느낌. 박현규의 어깨를 딱 붙잡고 말하는 박두만의 말. 밥은 먹고 다니냐. 이거 진짜-_-;; 작렬하던데. 송강호의 애드립이었지만 진짜 참 잘 맞아떨어지더라. 근데 좀 우리나라에서만 통할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느껴짐. 우리나란 밥은 먹었어? 라는 식으로 인삿말을 건네기도 하니까... 뭐 아무튼 이 대사 좋았다고.

  이 영화로 완전 뜬 박노식은 생각보다 존재감이 별로...;; 내가 많이 나온 것으로 착각했나. 단순 조연 느낌이었던 김뢰하나 구희봉이 더 느낌이 살았다. 아 물론 조연중에 최고봉은 박해일; 그 창백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무덤덤한 살의.

  연기도 좋고, 각색도 맘에 들고.


램프의 요정
감독 전원 (2007 / 한국)
출연 김동욱, 이정우, 임주은, 고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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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CGV 에이틴 에피소드 4. 에피소드 네 가지 중에 소녀X소녀랑 18은 봤고, 세번째 에피소드는 못봤음. 영화관에서 개봉한게 아니라 그런지 포스터가 없다. 아놔 근데 이 사진 왜이래; 교복이라도 입혀놓던가... 뭔가 영화랑 상관없는 사진이라 깜짝 놀랐음.

  TV용으로 제작한 것이라 그런지 한 시간 가량되는 짧은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는데, 보고 나니까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야이가 숭덩숭덩 빠져버린 것 같인 기분이 들어서. 그냥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좀 부족하고, TV용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제 몫을 해낸 영화였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느껴진다. 편집이라던가 연출... 소소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못내 아쉽다. 짧은 시간 안에 밀어넣는 이야기를 만들어야했는지 캐릭터나 스토리도 많이 도식적. 

  좀 신선하고 상큼한 기분이 들었던 캐릭터는 기범이 누나(고서희)였다. 이 인물이 너무 대충 다뤄져서 아쉬웠음. 동희(김동욱)나 기범(이정우)이는 뻔한 캐릭터긴 했는데 그래도 참 풋내나는 것이 귀엽고 좋더라. 수정(임주은)은... 뭐랄까 페이크; 진짜 페이크.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곁다리 캐릭터중 가장 아쉬운 것은 애들의 싸가지 없는 선배 진석(이호영). 동희, 기범, 수정 이 셋을 다룰 것이 아니라 동희, 기범, 진석 이렇게 다뤘으면 이야기가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러면 너무 본격 퀴어영화가 되어서 부담스러웠던걸까-_-;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램프의 요정은 꽤 볼만하다. 일단 내가 학원물에 환장한 여자라(...) 이런 뻔한 설정도 참 좋더라. 짝사랑하는 기범의 감정이 참 귀엽고, 애틋하게 다가와서 그것도 좋았고... 기범이 감정세계를 참 잘 다뤄놨다.
 
  근데 나 궁금한거 있는데... 진석이 자기 패거리 다 있는데서 완전 커밍아웃(+아우팅)한거아냐. 뭡니까, 진석이 속한 패거리는 교내 퀴어 일진 클럽...? 그렇다면 기범이는 옛날에 그곳에 속해 있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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