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
감독 정기훈 (2009 / 한국)
출연 최강희, 김영애, 배수빈, 최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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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전인가 엄마랑 할머니랑 고모랑 같이 봤다. 모녀 모녀.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있었고 그게 전부라는 걸 알았기에 별로 기대는 안했다. 엄마가 병걸려서 죽는 스토리에서 뭔가를 더 기대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더 나아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지도 의문이고. 규격이 정해진 스토리는 그 안에서 재량을 발휘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는 편이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애자(최강희)와 엄마(김영애)사이가 되게 돈독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건 아니더라. 오히려 엄마는 애자의 오빠인 민석(김재만)에게 더 사랑을 쏟아주고 있어서 놀랐다. 뭐 그거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서도. 트라우마를 이용한 건 꽤 괜찮은 것 같다. 쨌든 그래서 억세고 독특한 애자와 애자 엄마. 그런 여자 둘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조합이 좋았다. 하긴 내가 생각했던 부들부들한 모녀관계였으면 이 이야기가 더 발전하기 힘들었겠지 싶다.

  초반에 애자 캐릭터 할애에는 크게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 않는데도 애자의 성격이나 엄마와의 관계가 다 보여서 좋았다. 20대의 애자는 그 성격 그대로 큰 철딱서니 없는 여자다. 적당히 남자친구인지 섹스프렌드인지 모를 철민(배수빈)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모전보다는 적당히 출판사에 글을 보내 먹고 사는 작가. 그런데도 개성이 톡톡 살아있어서 좋았다. 경향신문 공모전에 관해 어떻게 된 건지 편집장(장영남)과의 부분은 설명이 빈약하게 넘어가서 아쉬웠지만... 뭐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애자 중심의 이야기 전개인데도 엄마의 성격과 트라우마, 그걸로 인해 민석이 왜 그렇게 나약하게 자라났는지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중간 이후로 신파로 빠지는 이야기인데도 계속해서 애자와 애자 주변인과의 관계에 대한 조명, 애자의 인생 이야기도 빠지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확실히 신파 이전의 활달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는 건 사실. 이 모녀의 이야기를 길고 긴 인생사로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최강희와 김영애의 부산 사투리는 잘 모르겠다... 내가 부산 사람이 아닌데도 조금 어색하게 들리더라. 실제 부산 사람이 들으면 더 그렇겠지. 그래도 연기는 좋았다. 최강희는 날라리 연기에 특화되어 있다. 김영애는 고운 아주머니 연기로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데 이런 역할도 좋더라.

  애자는 엄청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소재부터가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도 음. 그 안에서 다채롭게 이야기를 끌어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나는 신파를 별로 안좋아한다. 워낙에 눈물이 많아서 일부러 보는 건 피하는 편인데... 이건 재미있었다.


내 여자의 남자친구
감독 박성범 (2006 / 한국)
출연 최원영, 고다미, 이정우, 김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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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멍하니 있다가 봤음. 그래서 초반에 이게 뭐야 하면서 헤맸다. 난 포스터에 나오는 세 남녀만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완전 여섯 명이나 나와서 깜짝 놀랐네. 사람 얼굴 구분 되게 못하는 사람이라 스토리 안잡힐 때는 어, 저 여자는 또 뭐야? 이러고 있고ㅋㅋ

  A는 B와 만나면서 C를 만나고 있고, C는 또 A와 만나면서 D를 만나고 있고. D는 C와 만나면서 E와 만나고 있고. E는 또 F와도 만나고. 그리고 다시 F는 A를 만나고 있는-_-; 꼬이고 꼬인 연애담. 중간에 툭툭 스토리 별로 잘라놨는데 이게 또 시간차가 다 달라서 나중에 다 보고 나면 아하! 하고 손을 짝 치게 되더라. 여섯 남녀가 다 만나게 되는 결말 부분도 별미. 

  꼬이고 꼬인 연애담이다 보니까 섹스하려고 하는 남자와 버티는 여자, 혹은 제법 수위있는 섹스장면이 많이 나오더라. 사진작가인 지연(고다미)의 방에서 빛이 나오는 판?? 그런거 위에서 하는 섹스장면- 야하기도 야한데 되게 섹시했음. 이런 식의 연애담이라는게 참 그래서-_-; 사실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감이 좀 있었음.

  최원영은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처음 봤었어서 되게 젠틀한 이미지였는데. 여기서 보니까 아주 완전... ㅋㅋ..ㅋ.. 심지어 유부남이어서 깜짝 놀랐음. 야 이개XX야!!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뭐 나중에 보니까 그 부인(김영애)께서도 이 연애라인에 꼬여계시고. 영화 '램프의 요정'에서 봤던 이정우는 여기서 아주 제대로 섹시하고 잘 노는 양아치로. 이분도 램프의 요정에서의 그 다정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여기선 정반대; 아 고혜성 그냥 감초역의 조연일줄 알았는데 은근 주연이어서 놀랐다. 게다가 생각보다 연기도 꽤 되더라. 

  이것저것 스토리가 엄청 복잡시렵거나 그런건 아닌데 연애하는 모습을 참 말초적으로-_-; 표현했달까. 사실 스토리보단 연출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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