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주가는 인터넷 게시판이 하나 있는데(활동은 안하고, 눈팅만 한다), 영화 관련한 게시판인지라 아무래도 그쪽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긴 하지만, 가끔 재미있는 논쟁도 벌어지고, 쓸모 있는 정보를 얻는 일도 있다. 가끔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는 잘났고 내 의견은 옳고, 그것들은 못났어.' 라는 식의 대화를 할때만 뺀다면, 그 게시판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또 그런 종류의 말이 올라왔더라. 자신은 무슨무슨 배우들을 싫어한다고. 그걸 목록으로 나열해 놨는데, 기가 찼다. 덧글에는 동조하면서 엑셀로 정리해놓은적이 있다는-_- 싫어하는 배우들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도 있더라.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싫으면 싫은거지, 그걸 또 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표를 하는건지.
  뭐 그래도, 이외수 싫다는 글에 '저는 이외수 소설 하나 읽었지만, 저도 그사람 문체가 싫더라고요.'라고 덧글 달았던 사람보다는 좀 낫나?

  그 글을 보면서 이전에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모 분께서 대중교통에서 듣게 된 여고생들의 대화였는데, 뭐 이런 것.

A: 난 교감이 정말 싫어! 맨날 나만 보면 쓰레기 치우라고 하고
    머리 갖다 뭐라고 하고 신발 꺾어 신는다고 뭐라고 하고 뭐 등등등 뭐 등등등...
     ....(한참 열변)...
B: (툭 던지듯) 교감도 너 싫어해.
조용해졌습니다.

  내가 아무리 누가 싫다고 나불거리면 뭐하나. 그 사람이 알아주길 하나 뭘하나. 싫다는 사람을 게시판에서 적어놓는다거나, 목록으로까지 만들어 놓는거는 일종의 집착처럼 보인다. 정말 싫어한다면 아예 신경 끄고 있거나 말거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 공감을 얻길 바랬던걸까? 나는 이해 못하겠다.

  음. 쓰고보니까, 나도 그 게시판에 덧글 단것도 아닌 주제에 그사람 싫다고 나불거리는거 같다. 아니 그냥 이해가 안된다고.

'별일 없이 산다 > 진지한척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Planless  (2) 2007.06.27
나는 아빠 빠순이.  (4) 2007.06.13
협박하기.  (4) 2007.04.16
어른이 된다는 것.  (2) 2007.03.25
시덥지 않은 된장녀 논쟁.  (0) 2006.08.07

[문화수첩]‘된장녀’가 어쨌다고…

  요새 소위 '된장녀'에 대한 말이 많다. 원래 '~녀'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이런 논쟁이 일어났다는거 자체가 몹시 짜증스럽다. 
  소비지향적이고 유행에 휩쓸리는 현대 여자. 이것이 '된장녀'의 기본 개념이다. ...아니, 그게 뭐 어쨌다고?   

  저들이 표현하는 된장녀처럼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자주 마시지도 못하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자주 먹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비난할 필요를 느껴 본 적은 없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게 뭐 어쨌단 말인가? 누구 돈을 훔쳐서 그렇게 쓰는 것오 아닌데, 왜 다른 사람들이 난리를 치느냔 말이다. 심지어 그들을 여자로 제한하고 이상한 호칭을 붙이면서. 참 오지랖도 넓지.

  왜 그들을 비난하는가? 스타벅스 커피가 비상식적으로 비싼데, 그걸 사먹어서? 니들은 안사먹으면 되잖아. 그게 싫으면 비난하는 당신은 당신 여친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으면 된다. 비싼 밥집은 아까워? 그럼 그것을 비난하는 당신은 당신 여친의 손을 꼬옥 붙잡고 싼 맛집을 찾아다니면 되는거다. 왜 남이, 자신의 돈을 가지고 사먹겠다는데 그리 난리인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스타벅스 커피가 비싼것은 사실이고, 빕스나 아웃백 따위의 레스토랑이 매일 먹을 만큼 싸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에겐 분명 그들만이 가지는 메리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그리 승승장구할 이유가 없다. 가게의 인테리어, 위치, 장식. 오래 있어도 눈치주지 않는 분위기. 독특한 맛.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그들이 가진 메리트가 없다면, 그들은 성공하지 않았을 거다. 그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돈을 다른 곳에 쓰고 싶다면, 그건 당신들의 선택이지. 근데 남을 비난하진 말란말이다. 

  자신과 다르면 남을 비난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다. 나 자신도 그렇지 않을 때가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취향은 다양하다. 남이 물구나무 서서 걷든 말든 그걸 뭐라 할 이유가 없다. 그가 거꾸로 세운 발을 주체못해 당신의 얼굴을 때리기 전까진 말이다.

* 좋은 메리트는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근데 스벅이 쵸큼 비싸긴해. 어흑.

'별일 없이 산다 > 진지한척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Planless  (2) 2007.06.27
나는 아빠 빠순이.  (4) 2007.06.13
협박하기.  (4) 2007.04.16
어른이 된다는 것.  (2) 2007.03.25
걔도 너 싫어해.  (0) 2007.01.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