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드라마에 관심 없었는데.. 닥터 후도 맨날 보고싶다고만 하지, 시즌이 많아서 언제 볼 지 모르고... 그 와중에 터쿠가 무려 전 시즌을 달려주셔서-_-; 볼 의도도 없었던 라온마를 봤다. 지금은 땡큐베리 감사할뿐ㅋㅋㅋ 한 시즌 당 8편, 두 시즌 종료에 채 16편 정도 되는 짧은 드라마였다. 그래도 한 편당 거의 56분 이 정도를 꽉꽉 채워주셔서, 그렇게 짧거나 빠르다는 생각은 못했다. 만날 40분짜리 슈내 보다가 긴 드라마 보니까 신선했달까... 한 편당 이야기가 제대로 시작하고 마무리되는 신선한 느낌이었다.

  SF나 판타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라고 하면서 슈내를 보고 있다. 하긴 슈내는 판타지라기엔...) 그래서 처음 보기까지 많이 망설였던 것 같다. 그러나 1편 보자마자 홀딱 반했음. 샘 타일러라는 현대의 DCI(Detective Chief Inspector 수사반장 같은거...)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깨어나보니 그는 1973년의 DI(형사 Detective Inspector)이다. 자기가 있었던 DCI자리에는 진 헌트라는 과학수사 따윈 전혀 없는 다혈질 형사가 앉아있고, 샘은 자신이 갑자기 화성에라도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해서, Life On Mars다. 아 이건 샘이 교통사고 당하기 전 듣고 있던 David Bowie의 1973년 노래이기도 하다.
 
이게 타이틀 화면. Mars부분은 1973이었다가 Mars로 바뀐다.

  갑작스레 1973년에서 살게 된 샘은 어떻게든 그 안에서 살면서 자기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쓴다. 간간히 TV, 라디오 등을 통해 외부 세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치의, 엄마, 애인... 그런데 대부분은 위급상황이다. 약물을 잘못 투여했다던가, 호흡기를 떼려 한다던가... 이게 평행우주인건지 샘의 머릿속인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모든 일들은 이쪽 세계에 사는 샘에게도 영향을 준다.

샘 타일러

  진은 항상 샘을 새미보이라고 부른다. (싸미보이!) 과학수사따윈 전혀 모르고, 그저 직감과 발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드는 1970년대에서 현대의 수사방식을 적용하려 한다. 그거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하고, 진지니와 한없이 부딪치기도. 깐깐하면서도 은근히 정에 약한 부분이 있고, 가끔 얼빵한 구석도 있다. 형사들도 벽을 치려 들지만 샘 자신도 벽을 치는 것 같았다. 계속되는 접촉과 애니를 통해 계속 그 간극이 허물어지긴 한다.

진 헌트

  진지니 ㅋㅋㅋㅋ 샘과 사사껀껀 부딪치는 다혈질 수사반장. 처음엔 좀 싫었던게 너무 사람 때리고 이런거 심해서... 과학수사나 인권 이런거 전혀 없단거 알지만 그런게 좀 심하다. 그래도 인간적인 정이 되게 많고, 자기 팀 지키려고 하는 마음도 강하고, 범죄를 소탕하려는 생각도 굳다. 적절히 부패와 선을 가로타는데, 드라마 안 시간대에서는 거의 착한 쪽으로 갈아타 있다. 타협을 모르는 샘과 만나면서 진이 변하는 모습들도 되게 좋고, 샘 무시하면서도 은근히  샘에게 의지하기도ㅋㅋㅋ

애니 칼라이트

샘이 이쪽 세계에서 가장 의지하는 게 애니. 처음부터 애니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처음엔 여경이었는데 샘의 추천으로 DI로 승진한다. 여자 DI라는 것 때문에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능력은 있다. 애니는 모르겠다. 샘은 애니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다지-_-; 그냥 가끔 미친놈을 보고 있을 뿐. 샘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되는거 같진 않다. 그리고 막상 중요할 때 샘의 편에 무작정 서기보단, 동료들의 편을 더 든다. 레이 다쳤을때나 그런 때 모습에서 난 짜증이 났음. 최소한 말 한마디 예쁘게 해 줄 순 있잖아.  어정쩡한 도움 쪽이 더 짜증났다.

레이

  시즌 내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레이 ㅋㅋㅋㅋ 성도 기억 못한다. 음 찾아보기도 귀찮고... DI였는데 과실치사.. 라고 해야하나 그런거 때문에 한단계 아래로 계급하락하기도 하고. 샘 때문에 신변에 사건이 많다. 하지만 그건 뭐 다 레이 생각일 뿐이고... 레이는 처음 샘이 왔을 때부터 싫어했다. 샘때문에 승진 못해서ㅋㅋㅋㅋ 전형적인 1970년대의 형사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또 진지니와는 좀 달라서 별로 안좋아했다.

크리스 스켈튼

내 사랑 크리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하고 얼빵하구 어리숙하고 너무좋았다. 젤 쫄따구급인데 하는 짓도 멍청하고 그렇다. 그런데도 발전이 있다. 1970년대 남자들에게 섞여 있지만, 샘을 통해 현대적인 수사방식을 배워나간다. 동료애가 강하고 그쪽과 어울리지만 샘을 전적으로 믿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 암튼 괜찮은 애.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하게 되는게, 한 편 한 편의 완성도도 굉장히 높거니와 전체적인 맥락이 되게 좋았다.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되게 좋았다는 소리다. 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바깥 세계의 샘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1973년이라는 이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1시즌 마지막 편의 두근거림, 2시즌 마지막 편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려 드는 시도 등 모두 좋았다. 결말 부분이 좀 가슴치게 만들긴 하는데(...좀이 아니지) 두 시즌 내내 되게 재밌게 보았다.

  주인공 샘 타일러 역의 존 심씨가 한 역할에 이미지 고정되는걸 되게 싫어해서, 인기가 많은데도 시즌 2로 종료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 새미보이 대신 또 다른 주인공(이번엔 여자!)을 내세운 애쉬 투 애쉬가 후속작으로 방영되고 있다. 진헌트, 레이, 크리스 전부 다 나온다. 난 아직 못봤는데 평이 좀 엇갈리기도 하는듯.

  아무튼 좋은 드라마였다.



프레스티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6 / 영국, 미국)
출연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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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prestige]의 뜻:
1. 환상·착각·마술의 트릭·사기
2. 순간이동 마술에 사용되는 이동수단
3.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단계

  오늘에서야 봤음. 개봉관도 얼마 안남아 있었다. 요새 취향에 맞는 영화도 없고, 이전부터 보려고 아둥바둥 하기도 했고 해서. 메가박스 코엑스점까지 가서 봤음. 완소 휴 잭맨도 나오고, 크리스찬 베일도 나오고. 영화가 재미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봤는데, 뭐 재미 있었다. 둘이 경쟁하는 모습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메멘토 감독 아니랄까봐 시간 이상하게 엮어놓은 것도 괜찮았다. 복선도 잘 깔았고. 근데 반전이 알아채기 좀 쉽더라. 이전 식스센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런 반전은 다시 못겪는건가.

  근데 좀 아쉬운건 나는 마술에 관한 이야기, 이런 식으로 봐 놔서... 마술 기법 이런 거 위주로 나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처음에는 물론 그랬지만, 뒤로 갈수록 기법이라기 보다는 요상한 과학이 나와주셔서. 그러면서도 나름 실제성을 부과하려고 한건지 에디슨 이야기가 나와서 웃었다. 

  요상한 과학자 테슬라 역할은 데이빗 보위. 근데... 몰라봤다. 아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구나. 하고만 생각했지 정말 몰랐어. 그러고보니 배트맨 비긴즈의 알프레도역의 마이클 케인씨가 카터 역할로 나왔는데, 이분도 목소리 듣고 알았다. 나 왜이러지. 

  연기들은 좋았다. 가끔 크리스찬 베일 목소리가 너무 힘에 찬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거슬리진 않았다. 크리스찬 베일은 '아메리칸 사이코'이후로 몹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휴 잭맨도 부담없었고. 무대 쇼맨십이 좋더라. 진짜 마술해도 될 거 같아. 킥킥. 휴 잭맨이 무대 밑에서 손 벌리면서 환호를 듣는 장면이 꽤 인상에 남았다. 나머지 여자 배우들도 부담없이 괜찮더라. 근데 스칼렛 요한슨은... 무대에서 도우미 역할하니까 제법 몸매 드러내는 옷을 입는데, 안 어울려. 전부터 생각했던 스칼렛 요한슨은 유아체형. 을 확정지었다. 얼굴은 섹시한데...

  요상한 과학은 좀 뜬금없었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라던가는 맘에 들었다. 연기들도 참 좋았고. 피곤해 죽겠는데 극장가서 본 보람이 있었다.

p.s - 휴 잭맨은 양복입고 태어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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