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온아이
카테고리 소설 > 세계문학 > 영미문학선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웅진씽크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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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니라. 그것만은 확실했다. 동화집이지만 오히려 내용 안에서 현실적인 면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 있어서 끝을 보고서 이게뭐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런 놀라움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내 머릿속에 남기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동화라는 걸 생각하고 그 독자를 고려했을 때, 딱히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가장 유명하면서 동시에 이 소설집의 가장 첫번째에 있는 '행복한 왕자'를 읽을 때부터도 씁쓸했는데 거의 모든 동화가 현실과 뒤범벅되어서 낭만적이고 달콤한 환상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헌신적인 친구'나 '공주의 생일' 같은 것은 읽으면서 꽤 괴로운 느낌이었다. '공주의 생일'에서 마음이 부서져버린 난쟁이를 보면서 참 한숨이 나오더라. 그나마 좀 교훈적이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자기만 아는 거인'과 '어린 왕'일까... '별에서 온 아이'는 굉장히 교훈적인 이야기였으나 결말 한 줄로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다. 깜짝 놀랐음. '어부와 그의 영혼'은 전개가 좀 의외였는데, 난 영혼을 없앤 어부가 더 나쁜 사람인 줄 알았기에... 뭐 요것의 결말은 그나마 좀 나은가.

  동화들을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가 진짜 섬세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꽤 즐겁게 읽었지만, 동화 쪽에서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희곡은 내 취향 범위가 아니어서 일단 패스해뒀는데 나중에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글들이 되게 섬세하다. 번역된 것인데도 찔러온다. 내용이 마음 아픈 것들이라 그런가 더 그랬다. 이거 쓸 당시의 오스카 와일드를 생각하면 좀 슬퍼진달까.

  좋았으나 슬펐다. 여러모로.
나쁜 어린이 표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황선미 (웅진주니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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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동화를 읽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어릴 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몇 편의 이야기들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고 두루뭉수리 머리 속에 아른거릴 뿐이었다. 어렸을 적에 읽었던 동화를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번에 읽게 된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는 내게 꽤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아니 꼭 어린 시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해받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쁜 어린이표」는 건우라는 어린이의 이런 상황을 통하여 오해가 싹트는 상황과 건우의 마음속에서 일으켜지는 미움의 상황을 잘 전달하고 있다.

  「나쁜 어린이표」는 단순히 아이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사회적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나쁜 어린이표’를 받음으로써 주변 아이들에게 ‘저 애와 놀면 나도 나쁜 어린이표를 받게 될 거야’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상황이 그러한데, 이것은 건우를 또 한번 상처 입히는 일이 된다. 건우의 상황에서 볼 때 오해 받아지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주변 아이들의 시선이 더 괴로운 것이었을 것이다. 「나쁜 어린이표」는 사소한 어른들의 행동이 어린이의 세계에서 어른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계속 오해를 받음으로써 건우가 노트에 ‘나쁜 선생님표’를 적어 넣는 것은 건우의 선생님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했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한번 ‘나쁜 어린이표’를 얻음으로써 계속 그러한 아이로 보여지는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더욱 커다란 상처로 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갈등은 동화를 전반적으로 지배하다가 결말에 가서는 선생님이 ‘나쁜 선생님표’를 발견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구조로 끝나고 있는데, 이런 결말은 그동안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며 1인칭 시점을 따라 건우와 감정을 공유하던 독자에게도 이해하기 쉬운 갈등의 해소를 전달한다.

  「나쁜 어린이표」는 철저하게 어린이의 시각을 통해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이 동화는 건우의 시선을 통해 선생님의 모습과 주변상황을 보여줌으로서 어른의 세계에서만 판단되던 것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어린이의 시선을 이해하며 그것에 공감하게 한다. 읽는 이가 어린이라면 ‘나도 이런 적이 있어!’ 라는 식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읽는 이가 어른이라면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회상해 보거나, 어린이들의 시선을 이해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이 이 동화를 인기 있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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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감상. 예전에 읽을 때도 흥미로왔던 동화. 애들 과외를 다니면서 그 집에 있는 동화책을 읽게 되는데, 동화책도 재밌는건 진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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