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감독 켄 콰피스 (2009 / 미국)
출연 제니퍼 애니스턴, 스칼렛 요한슨, 드류 배리모어, 제니퍼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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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이미 앞서 영화 두 편을 봤고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본 터라 진짜 체력 제로 상태에서 봤다. 심지어 더빙으로. 어릴 적 봤던 토요 명화 이후 더빙으로 영화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케세이 퍼시빅에서 한국어 지원되는 영화 찾으니 몇몇 개가 나오는데 이게 그나마 제일 재미있어 보였다. 그 이전에 나왔을 때 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었고.

  여자들이 연애할 때 가지는 지지부진한 환상들을 깨트려 주겠어! 라는 식의 책에서 시작된 영화인데... 옴니버스 식으로 각 커플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몇 년을 사귀고도 결혼하지 않는 커플인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와 닐(벤 애플렉), 대학교때부터 사귀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제나인(제니퍼 코넬리)과 벤(브래들리 쿠퍼). 이 사이에 끼어든, 벤이 자신만 볼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애너(스칼렛 요한슨), 애너가 섹스 프렌드로밖에 생각 안하지만 애너에게 푹 빠져 있는 코너(케빈 코넬리). 인터넷에서 시시한 남자 만나기만을 반복하는 인연에 대한 환상을 가진 메리(드류 베리모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기 싫어서 사랑을 쿨한 것이라 생각하는 바 주인 알렉스(저스틴 롱). 그런 알렉스가 연애상담을 해주는 너무 들이대고 눈치없는 여자 지지(지니퍼 굿윈).

  쓰고 보니 되게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서로가 직장 동료나 친구 관계등으로 얽혀 있고 하나의 관계에 대해서만 조명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분배는 꽤 잘 되어 있다. 각 인물들의 사랑과 연애, 관계 맺고 끊음에는 부족함이 없다. 나름 담담하게 각 커플을 조명하고 있었다.

  나는 제니퍼 애니스톤 커플 이야기에 중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 쪽은 오히려 생각보다 수월한 편이었다. 결혼을 거부하는 예술가 타입 남자 닐도 이해 되고, 결혼 못해서 주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베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베스의 아버지가 쓰러져서 힘들어졌을 때 사위가 아님에도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와서 도왔던 닐은, 굳이 결혼이라는 약속 하에 맺어지지 않더라도 믿을만한 남자였다. 결혼이라는게 결국 불안정한 사랑의 확인을 법적으로 확인하려는 건데... 닐 같은 남자라면 믿을만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는 닐도 베스를 위해 청혼해주었지만. 근데 고작 이 정도로 꺾일 신념이라면 갖지를 마 이사람아ㅋㅋㅋ

  또다른 커플이이었던 제나와 벤은... 글쎄 겉보기엔 완벽했다. 대학교때부터 쭉 사귀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제는 안정적인 부부. 벤이 애너와 바람이 나면서 이 커플은 파국을 맞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사실은 이건 도화선일 뿐이고 그동안 벌어져왔던 둘 사이의 균열이 이미 꽤 크게 벌어져 있었던 것 같다. 제나에게 담배를 끊었다 뻔뻔스레 거짓말하는 벤의 성격과, 남편을 몰아세우고 있던 제나. 둘 다 내게는 힘든 커플이었다.

  유부남을 꼬시면서 환상에 젖어 있던 애너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을 것만 같다. 일단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자였고, 눈이 높은 여자였다. 우유부단한 벤 때문에 크게 상처입은 뒤에, 코너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에도 그와 맞춰줄 수 없었던 애너. 그래 뭐 취향에 안맞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코너가 좀 그런 타입이긴 했어. 하지만 코너의 청혼에 자신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 도망가던 애너의 뒷모습은 당당하다기보다는 그냥 불쌍했다.

  알렉스와 지지의 이야기는 뭐 어떻게 보면 알콩달콩한 이야기. 사랑에 쿨한 알렉스와 사랑에 빠질 거라고 매일같이 주문을 되뇌는 지지는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니까. 하지만 난 지지의 캐릭터가 너무 짜증나서 영화 보는 내내 거슬려 죽는 줄 알았다. 매번 이번에는 잘될거다, 저 남자는 내게 반했다 자기 합리화 하는데 보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알렉스가 그 남자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충고하면 제발 알아먹으라고. 그것도 모자라 나중엔 알렉스가 자기에게 반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는게...ㅜㅜ 뭐 지지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된 알렉스와 잘 되서 그렇지 안그랬으면 그냥 또 삽질하고 끝난 거였잖아... 개인적으로는 알렉스 캐릭터는 좋았음. 나름 배드보이지만ㅋㅋㅋ

  가상현실에서 자기의 짝을 만날 거라 기대하던 메리가, 그런 가상을 벗어던지고 코너에게 연락하면서 이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드류 베리모어는 제작자로서 그냥 찬조출연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어떤 의미로 귀여웠다.

  으음.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랑은 좀 달라서...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건 좋은데... 뭐랄까 몰입이 잘 안됐다. 이런 식의 다양한 옴니버스는 좋지만 확 재밌다거나 하는 느낌은 못받았음. 덤덤하게 봤던 영화. 분석하려 하는 영화는 이래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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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감독 마크 로렌스 (2007 / 미국)
출연 휴 그랜트, 드류 배리모어, 브래드 가렛, 크리스틴 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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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한 만큼의 로맨스 영화. 발렌타인 시즌에 개봉한 것으로 아는데, 딱 그 시기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이 많이 찾았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러 갈때에는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걸 바라는지 않는다. 연인, 혹은 데이트 상대와 그 시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로맨스 영화를 바랄 뿐. 이 영화는 너무나 전형적이라서 좋았다. 정말 기대한 만큼을 내게 주었달까. 달달하고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바랬는데, 스쿠프 같은 영화를 보았다면 정말 배신감 느꼈을거다. 아무튼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정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영화이다. 딱히 새로운 패턴이나 감흥을 던져주지도 않고, 그저 안전하다. 

  안전한 영화는 가끔 지루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안전함에 비하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음악을 소재로 해서인가, 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같은것이 재미있었달까(특히 도입부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환상적이다ㅜㅜ). 그리고 배우들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들을 잘 활용한 것 같다. 

  휴 그랜트의 살짝 백수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퇴물가수 알렉스 플레쳐는 썩 마음에 들었다. PoP! 이라는 가상 그룹은 아마도 wham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라고 하는데(난 듀란듀란인줄 알았는데...ㄱ-) 나는 wham이 누군지 몰라서(...) 딱히 뭔가 말할 거리는 없다. 소피 피셔(드류 베리모어)는 그냥 적당히 밝은 성격에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여자주인공 정도. 야단스러운 소피 피셔의 언니가 더 눈에 띄던데; 드류 베리모어는 좋지만, 알렉스 플레쳐에 비해 이 캐릭터는 그냥 그랬다. 드류의 화사함에 이끌려 그냥 좋게 봤지만. 역시 비교하자면야.

  적당히 재미있는 영화. 기대한 만큼의 적절한 수준. 아, 그리고 한국 제목이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Music And Lyrics는 너무 심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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