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72 / 미국)
출연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리차드 S. 카스텔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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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에 항졸과 영화를 보러감ㅋㅋㅋ 싱글맨이랑 대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대부를 봤다. 큰 화면에서 보고싶은 영화였어서... 인데 사실 상영 직전까지도 갈등했었다. 물론 보고나서는 만족했다. 나는 대부 내용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가서 봤어서ㅋㅋ 꽤 재미있게 봤다. 모르고 가서 다행이구나.

  마피아에 대한 미화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고 보면서도 그런 부분을 느끼긴 했지만, 가족이라는 긴밀한 관계의 설정과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가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몇가지 장면들은 너무 옛 연출같아서 우습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는 훌륭했다. 특히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어서 그런가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영화는 처음에 꼴레오네 가의 막내 코니(탈리아 샤이어)의 결혼식을 통해 이 패밀리의 모습과 가족들의 모습을 소개해준다. 패밀리의 수장인 돈 꼴레오네의(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다혈질이며 가정이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바람을 피워대는 첫째 소니(제임스 칸), 철 없는 둘째 프레도(존 카제일), 집안의 일에 관계되고 싶지 않아하는 막내 마이클의 모습은 각기 성격이 다르다. 코니는 여자라서 패밀리의 일에 관계되어있지 않지만, 그 남편인 카를로(지아니 루소)까지도 패밀리의 일에 관여되지 못한다. 변호사이자 소니의 친구이며, 돈의 아들처럼 자란 톰 하겐(로버트 듀발)을 뺀다면 꼴레오네의 일은 철저히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 중심이다.

  초반부의 설명이 원체 길다보니 살짝 루즈한가 싶었는데, (뭐 조니 폰테인(알 마티노)의 일을 해결해주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의 극치인 말머리 장면은 살짝 쇼킹하긴 했다만)돈 꼴레오네가 솔로조(알 레티어리)의 마약 사업 제안을 거절하고, 그의 수족인 루카(레니 몬타나)인 죽고... 결론적으로 돈이 총에 맞으면서부터 이야기가 확 재미있어졌다. 꼴레오네 패밀리에게 찾아온 위기라는 점에서 그랬고, '가업'과는 관계되지 않겠다던 순둥이 막내아들 마이클이 가족애를 깨치며 가업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랬다. 솔로조(알 레티어리)와 타타글리아(빅터 렌디나) 쪽이 언제 처들어올 지 모르는 병원 앞을 혼자 지키던 마이클의 긴장감은 그에게 많은 것을 던져준 것 같다.

  마이클이 솔로조(알 레티어리)와 맥클루스키(스테링 하이든)를 쏘아죽이는 장면은 마이클의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되며 통틀어서는 패밀리 내부의 변화까지도 야기한다. 이 장면의 내가 보기에는 영화 안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었다. 항졸이랑 손을 꽉잡고 둘다 발 동동구름ㅋㅋㅋ

  마이클은 잠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고, 솔로조 쪽도 어느 정도는 해결이 났고, 돈이 회복될 때까지 꼴레오네의 사업은 첫째인 소니(제임스 칸)가 물려받는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얼마 안 가서 소니는 타타글리아 쪽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너무 다혈질인 캐릭터인지라 금세 죽을 줄은 알았지만 씁쓸하더라. 복수가 복수를 낳는 굴레를 계속 보여줘서... 마이클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일은 돈이 알아서 해결했다. 타타글리아 쪽에 대한 복수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다, 하고 끝내고... 동시에 자신의 진짜 적이 바지니(리처드 콘트)라는 것도 알고.

  이탈리아에서 미국에 있는 애인 케이(다이안 키튼)는 싹 잊은건지 한눈에 아폴로니아 비텔리(시모네타 스테파넬리)에게 반해 결혼까지 해서 살던 마이클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케이와 재혼. 이 과정이 너무 급박해서 난 몇년 사이에 일어난 줄 알았더니 꽤 시간이 지난 후였더라. 마이클이 이 집안 사업에 뛰어든 것에 낙담했던 돈이었지만 결국 패밀리 사업은 마이클이 물려받게 되고, 비교적 인자하면서도 무게감있던 돈의 사업방식과는 다르게 마이클은 냉철하고 더 몰인정하게 발전해나가는 것 같았다. 프레도를 라스베가스에서 데려오는 해결방식 같은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돈의 사망 뒤 마이클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주변의 상황들을 정리해 나가버린다. 코니 아들의 대부를 서주면서 그가 성직자 앞에 맹세하는 장면은, 그가 다른 모든 패밀리의 수장들을 처리해나가는 장면들과 겹쳐 보여주는데 이 대비효과가 강렬해서 기억에 남았다. 무자비한 살인 뒤 그는 내부에 있던 적마저 처리하고(그 내부의 적을 알도록 해 준 돈의 선견지명이 또 작동하는 장면이어서 묘했다), 이어 소니를 죽게 도왔던 코니의 남편 카를로를 처단한다. 카를로를 달래가며 정말 다정한 모습으로 동시에 무거운 협박을 내뱉는 마이클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냉정하게 그를 처단해버리는 모습 또한 말이다.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는 마이클이 다른 조직의 수장들을 처리할 때의 느낌과 맞닿아 있었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 그 때에도 있었는데, "당신이 저지른 일이냐"고 묻는 케이에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 모습은 단순한 거짓말의 의미를 뛰어넘어 버린다. 케이가 문 틈사이로 손등에 키스를 받는 새로운 '대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케이 내면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큰 파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음 여러모로 부정적인 요소도 많긴 하지만 재미있게 봤다. 2, 3편도 곧 극장에서 재개봉 한다는데 보러가고 싶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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