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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에서 아침을
감독 닐 조단 (2005 / 영국, 아일랜드)
출연 킬리언 머피, 리암 니슨, 모간 존스, 에바 버시스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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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얀이 보고 와서 강추했던 영화다. 리얀 말로는 '노래가 빠진 헤드윅'이라고. 그런데 이건 좀 더 환상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패트릭(킬리언 머피)의 캐릭터 자체가 빠져있고, 헐렁하고, 마약한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활보해서 그런가... 배경이 되는 현실마저 환상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쪽 방식도 재미있긴 했지만, 나는 헤드윅 쪽이 더 재밌긴 했다. 가볍고, 손에 쥐려고 하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패트릭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해서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 패트릭은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건, 성 정체성이 어떻건, 자신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건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이 아일랜드 인이고, 드랙퀸이며(목소리를 가늘게 내는 걸 보면, 트렌스젠더 같기도 하고...), 범죄자로 오인받는 주체임에도 패트릭은 그러한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환상 안에서 활보한다. 재미있는것은 패트릭이 그런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음으로 인해 그러한 상황들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 성 정체성의 혼돈, 오인으로 인한 죄의 덮어씀... 이런 문제점들은, 패트릭이 전혀 그것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다. 패트릭 본인은 문제의 변방에 있으나 문제의 중심에 있기도 하기 때문에. 때문에 영화는 가볍고 재미있지만, 가벼운 문제를 다루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패트릭의 캐릭터 정말 유쾌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야한 소설을 써내는 능력이라든가, 악당들의 퇴치에 마법의 향수를 쓰는 장면이라든가, 감옥에 갖혀서도 감옥을 달콤한 곳이라고 표현하는 거라든가...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이렇게 유쾌할 줄은 몰랐다. 다 킬리언 머피 덕분. 아 진짜 여장 왜이리 잘어울려(...) 여장만큼은 존 카메론 미첼보다 잘 어울렸다. 연기도 하늘하늘하게 잘했고. 이걸 킬리언 머피가 아니면 누가 했으려나.

  주제들 다루는 방식이, 캐릭터의 덕으로 하늘하늘하고 가볍다. 그리고 유쾌하다. 그러나 주제가 가볍지는 않았다.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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