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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감독 정길영 (2007 / 한국)
출연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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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부터 포스터 멘트 보고 되게 보고싶어하다가 충동적으로 봤는데, 대만족! 평이 마구 엇갈려서 걱정하긴 했지만 내 취향에 굉장히 맞았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지만 한눈 팔 정도로 심심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아무튼 몰입하게 해주는 점이 좋았음.

  특별히 처음부터 누가 범인인걸 숨기는 영화가 아닌지라, 어떻게 진행할까 좀 궁금했는데... 딱 파고들면 단순한 관계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리저리 수 쓴 것도 보이고. 어떤 스토리냐도 중요한 거지만 어떻게 다루느냐도 중요한 거니까... 이건 살인을 살인으로 본다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업보? 그런 걸로 보여진다. 그런 업보 때문에 서로가 가진 감정들이 복잡미묘하게 드러나줘서... 그런 면에선 제법 좋았음.

  좀 아쉬운 건 왜 굳이 효이(류덕환)가 좋아하는 여자 김소연(정혜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는거-_-;; 그걸로 같이 엮여서 정명보(이무생)씨도 마찬가지. 그래도 뭐 배우들은 참 호연해줘서 기분만점.

  난 고어물은 싫은데 푹푹 찌르는 살인은 참 좋아한다. 감정을 내뱉는듯한 폭력씬도 좋아하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내게 좋은 인상을 주고 계셨음. 경주(오만석)가 갑작스럽게 벌이는 살인 빼고는 나머지 참 좋아. 재신(이선균)이 경주를 마구 때리면서 "고백할 거 있다고!!" 라고 외치는 씬도 마음에 들었음.

  재신은 처음에는 마냥 착하고 좋은 캐릭터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 분도 업보에서 빠져나갈 수 없으심. 마지막 결말도 어쩌면 그 업보가 돌아간 것일지도 모르지... 근데 너무 허무하게 죽잖아 버럭_ 니가 무슨 헐리웃 영웅물에서 붙잡혀가는 인질여자도 아니고; 그런 여자들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지.

  효이 캐릭터는 솔직히 좀 막장-_-;; 어린애가 충격 받은건 알겠는데_ 이거 뭐 거기에 동경도 담겨있고, 구원이라던가 그런 의미도 있는 거 같은데... 다 알겠어 이해하겠는데 김소연은 좀 그렇지 않냐구. 응? 하긴 김소연이 없었음 이 살인의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겠다만... 끙. 이해 힘들어.

  앞서 말했듯 배우들 연기 좋았음. 그러나 킹오브킹은 당연히 류덕환ㄷㄷㄷ 이 분 뭐야. 나이 몇 살인데 벌써부터 천하장사 마돈나부터 이런 영화들을 필모에 쌓아놔. 심지어 연기도 좋질 않나. 아무튼 싸이코패스 역할 굉장히 잘 소화해 주셨음. 이 싸이코패스 성격이라던가 그런 심리가 잘 묘사되는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겉모습 참 완벽. 개가죽 위에서 나체로 잠드는 거 참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도 찌르르르 한 것이. 그리고 정글짐 위 장면. 완전 감정을 토해내는데 참 좋았음. 베스트는 소변 지리는 장면. 아놔 표정 진짜 기절하는 줄(....) 이 영화 보니까 살 빼고 참 청초하게 변했더라. 그리고 내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연기하는 데 표정같은데에서 박해일이 보였음. 어디의 박해일?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완전-_-;;

  오만석은 좀 안익숙해서 걱정했는데 보다보니 또 몰입되는 캐릭터 ㅋㅋㅋ 근데 홍보 팸플릿에는 뭐 살인에 눈을 뜬다 이딴식으로 써놨드만 구라치지마! 오히려 맘 차분히 잡고 있는 캐릭터잖아. 이래서 내가 홍보 팸플릿을 안믿는다니까. 광기어린 그런 분노같은거는 오히려 류덕환보다 오만석이 좋았다. 속에 품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기도 하고... 이선균씨도 뭐 두말 할 필요 없이 잘 하긴 했는데. 캐릭터가 다른 애들 둘보단 좀 덜산다-_-;; 아무래도 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음.

  전체적으로 참 맘에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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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
감독 이해영, 이해준 (2006 / 한국)
출연 류덕환, 백윤식, 김윤석, 이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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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생각보다 이야기가 무거워서 깜짝 놀랐다. 물론 발랄발랄한 스포츠 영화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 톤이 무겁고 발랄한 구석은 거의 없다. 포스터만 봐도 그렇게 어둡진 않잖아? 근데 이건 완전 어두워. 캄캄해.

  동구(류덕환)이 춤추는 장면조차도 어떨 땐 당황스러울 정도로 잠잠했다. 일단 트랜스젠더 소년이라는 설정자체에서 무거운 느낌이 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사가 제대로 무겁다. 가출한 엄마(이상아) 부상으로 권투를 관둔 알콜 중독의 동구 아버지(김윤석)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정체성과 아버지의 폭력 아래 동구의 힘든 삶도 보기에 무겁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제대로 파고들 땐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 아버지의 힘겨운 삶의 모습들. 1등 아니면 다 쓰레기 취급 받는다는 아버지의 외침. 너무 현실적이어서 진짜 짜증나. 약간 철없는 식으로 비춰졌지만 또 가슴 넓었던 엄마도 그랬고. 아무튼 동구네 부모는 너무 복잡해.

  그래도 이 부모들이 참 좋았던 게. 웃기게 너무 현실적이어서. 동구가 립스틱 바르는 장면을 보고 못봤다는 듯 저녁 먹으라고... 하면서 문을 닫는 아버지나, 동구를 때렸다는 어머니나. 나중에 동구를 마구 패는 아버지나, 동구를 포용하려 드는 어머니나. 그냥 현실적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부모들에게는 역시 베이스로 동구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어.

  동구 자체는... 그냥 어른스러우면서도 역시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 같은 모양새가 있었음. 차라리 좀 더 어른스러웠다면 동구가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일본어 선생님(쿠사나기 츠요시)에게 고백하는 것만 해도 아주 어린애같지. 그만큼 순수한 거지만. 그나저나 일본어 선생님 반응 너무해orz 보통은 그렇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볼수록 그 참.

  씨름부는 그냥 잘 모르겠어. 동구가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되어준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크게 비중이 있는 건지는. 씨름부 감독으로 나왔던 백윤식씨 비중이 생각보다 작았다. 저 포스터엔 씨름부가 들어가 있을 게 아니라 가족들이 들어가 있어야 좀-_-...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씨름부 주장(이언)은 뭐 얘도 어른인 체 하지만 여전히 애인게 귀엽고. 이언씨는 커프의 이미지랑 많이 다르게 나왔고나. 덩치들(문세윤, 김용훈, 윤원석)은 괜찮은 조연이었다. 아, 조연중에 동구 친구 종만(박영서)이 좋았음. 얘도 좀 이것 저것 해보는 찌질한게 자기 갈피 못잡고 있고. 근데 십대 때 다 그렇지 뭐. 얜 이것 저것 시도라도 하는게 보기 예쁘더라.

  정말 영화는 괜찮았지만, 두 번 보고 싶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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