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전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봤다. 공포인지도 모르고 골랐는데 공포영화였음... 무려 92년전 영화이니만큼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고 보진 않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영화보다는 연극을 찍은 것에 가까워 보였던 게 아무래도 과장된 분장과 영화의 심리를 표현하듯 어지러운 세트 탓도 있었고, 연기 자체도 연극 연기에 가까운 과장된 연기였다. 무성영화들이 다 이랬던 걸까... 내가 본 무성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 정도여서. 중간 중간에 스크립트가 나와서 대사와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흥미로웠다.

  칼리가리 박사(베르너 크라우스)는 몽유병 환자인 세자르(콘러드 베이트)를 다루어 사람들에게 예언을 하게 하고, 그 예언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세자르를 시켜 살인을 한다. 친구사이인 알란(한스 하인리히 폰 트바르도프스)과 프란시스(프레드리히 페르)는 둘 다 제인(릴 다고버)이라는 여자에게 반하지만, 세자르에게 죽음을 예언당한 알란은 살해당하고 프란시스는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내용 자체는 괴악하고 소름끼칠만한 소재이긴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 와서는 썩 신선한 것만도 아니어서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보았다. 마지막 반전도 그럴만 하네... 싶게 보기도 했고. 그래도 연출이라고 해야하나, 씬 자체가 신선하고 확 다가오는 부분도 꽤 있었다. 마냥 심심한 영화는 아니었다.

  현실과 완전히 괴리된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 속에 나타나는 어느 것도 현실의 것 같지 않았고 그건 소재와 잘 맞물려서 어울렸다. 그리고 시대를 감안하면 이런 연출을 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도 생각하게 되더라. 여러모로 보면서 신기했음... 근데 거기까지지 내가 그 스토리에 딱 몰입하게 되었다던가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본다는 느낌 보다는 영화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자료를 본다는 느낌으로 감상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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