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범죄는흔적을남긴다법의곤충학자가들려주는과학수사이야기
카테고리 기술/공학 > 의학 > 법의학
지은이 마르크 베네케 (알마, 2008년)
상세보기


연쇄살인범의고백법의학자가들려주는살인조서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행정/정책 > 경찰/경호 > 범죄학
지은이 마르크 베네케 (알마, 2009년)
상세보기


살인본능법의곤충학자가들려주는살인자추적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사회문제 > 범죄문제
지은이 마르크 베네케 (알마, 2009년)
상세보기

  이 사람 책 시리즈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연쇄살인범의 고백 / 살인본능' 이렇게 세 가지가 나와 있는데 끌려서 세 권 한번에 다 사버렸다. 오자마자 읽은 책은 두번째 권인 연쇄살인범의 고백이었고, 그 다음으로 살인 본능, 그 다음은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순으로 읽었다. 흥미있어 하는 부분부터 읽은 셈... 인데 전반적으로 책들이 법의학자의 시선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 점에서 내가 일전에 읽었던 책들과는 방향이 좀 달랐다.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심리 이런거엔 관심이 없고 어떤 식의 기괴한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식의 과정을 통해 검거되었는지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편. 범죄 그 자체보다는 그 후의 행적이나 증거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다. 1편이 특히 그게 심하고, 3편, 2편 순인듯. 3편의 책 제목인 '살인본능'만 봐도 독일어로 하면 '살인 흔적'이었나 그런 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마디로 제목은 페이크다 병....

  1편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곤충'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단 범죄 현장에서의 곤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시체에서 곤충의 생태를 연구하는 바디 팜 이야기 같은거. 뭐 실질적인 현장 조사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재미 없는 건 아니고 나름 읽을만 한데, 몇 몇 파트는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싶긴 했다. DNA와 유전자에 관한 파트가 약간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기를 꺼려하지만, 막상 과학자들이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신기했다. 그냥 정보가 입력된 코드일 뿐 그걸 가지고 어떤 형태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거였다. 영화 가타카는 아직까진 실제가 될 수 없는건가...!

  2편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 답게(...) 여러가지 특이한 살인 사건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다만 이것도 학문적인 분위기에서 접근이 강하다. 요컨대 뱀파이어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피를 먹는 살인자의 이야기라기보단, 뱀파이어 신앙을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믿음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임을 과학적 원리를 통해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식인에 관한 이야기도 과거 사건들을 많이 설명해주어서 그런가 그냥 학술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아, 하지만 설산에 추락해서 같은 승객들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도 했고. 강간에 관한 부분은 진술이 너무 잔혹하고 슬퍼서 읽는 내내 짜증이 났음. 하지만 더 읽고 싶은 그런 진술이었다. 피해자의 증언들은 항상 애잔하고 애틋하고 그렇다. 다른 것들은... 아, 컴퓨터 관련한 너드가 죽은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이 사람은 '사실'은 알 수 없다고 말하지만 '증거'들을 보여줌으로써 너드가 자살한 것이 아닌, 살해당한 것임을 내비춰준다. 이게 미결이라는 게 아쉽다. 내 마음대로 그 회사 쪽을 범인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살인자 중 가장 역겨운 살인자는 위르겐 바르취와 콜롬비아의 가르비토를 꼽을 수 있겠는데... 위르겐 바르취는 소아성애자로 화학적 거세 수술을 받다가 죽었다. 감옥 벽에 남긴 편지라던가 사람들과 교환한 편지들의 내용을 보면 진짜 묘하다는 생각만 드는 인물이라 영화라던가 그런 소재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리비토는... 영화로도 보고 싶지 않은 역겨운 인물이다. 백명이 넘는 아이들을 그렇게 죽이고도 뻔뻔하게 회계를 읊어대는 사람이라니. 제발 가석방 되지 않기를 빌 뿐. 살인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의심나는 시체의 발견 장면... 같은 것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 있는가도 있고, 이모저모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다.

  3편은 어떻게 보면 2편보다 살인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거 같은데 딱히 몰두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찰스 린드버그 사건은 작가가 말한 이론이 맞을 거 같기도 해서 소름끼쳤다. 괜히 죽은 독일인은 무슨죄야... 베르나르도와 호몰카 부부 이야기는 이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역겹기 그지 없었고, 유명한 OJ심슨 사건은 그러려니 하고 봤다. 화염방사기를 든 자이페르트 이야기는... 그냥 사람이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아서... 아, 부인을 죽인 목사 이야기는 세계 어딜 가도 이상한 놈은 있구나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세 편 다 전문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고 해서 흥미 위주로 즐겁게 읽었다. 마르크 베네케가 세 권의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강조하는 점이라면 자신은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 증거를 조사하고 그것을 끼워맞추기는 하지만 범죄 자체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과학자니까. 그리고 또 사형제도에 완전히 반대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완벽한 증거라는 게 드물고, 있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타인이 판단한다는 데 있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뭐랄까 극히 유럽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권의 책에서 나온 CSI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까질'로 점철되어 있어서 웃겼다ㅋㅋㅋㅋ 뭐 세 권 모두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