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 시즌 4. 긴장의 연속이었던 전개, 배우들의 소름끼치던 연기.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결말까지. 사람을 들었다 놓았던 이번 시즌. 여태까지 2, 3시즌이 살짝 지지부진했기도 했지만, 1시즌은 여전히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시즌은 정말로 최고였다. 트리니티(존 리스고)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걸 좋게 유지하고자 마음먹었던 덱스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져 참을 수가 없다. 시즌 5가 마지막이 될 거라는 소리도 있는데, 그 쯤에서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다.

  HBO의 식스 핏 언더. 5개 시즌, 각 시즌 당 12편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의 드라마이다. 그거에 비해선 굉장히 오래 뒤에 시즌 피날레를 보았다. 그리고 되게 먹먹한 기분에 사로잡혀 조금 우울해 했다. 이건 새드 엔딩이 아닌데, 그렇다고 우리 정말 행복하게 살았어요. 라는 식의 해피 엔딩도 아니다. 어쩌면 그건 이 드라마가 우리의 삶 자체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생이라는게 해피니 새드니 정해진게 아니니까.

  사실 식스 핏 언더는 딱히 보려고 했던건 아닌데, 덱스터의 마이클 C. 홀이 나온다는 소리에 혹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상당히 만족한다. 사람들이 월메이드 드라마, 월메이드 드라마 해서 얼마나 잘만들었나 했는데... 이야기 구조가 상당히 좋고 왔다갔다 하는 면도 없어서 마음에 들었다. 개인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블랙코미디와 싸늘한 현실 사이를 줄타며 세밀하게 그려낸다. 또한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감정교류와 다툼, 화해, 얼버무림 등의 과정을 상당히 현실성있게 그려서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 자체가 '장의사 집안'을 다루고 있으므로 매 화 어떤 이의 죽음을 다루게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 우울해지는 것은 아니고, 가족들 사이의 관계, 인물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뒤얽혀 상당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장의사였던 아버지인 나다니엘(리차드 젠킨스)가 죽은 후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로 드라마는 시작되는데, 이로 인해 시카고에 살던 장남 네이트(피터 크라우즈)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머니 루스(프란시스 콘로이), 아버지를 도와 장의사 일을 하고 있던 남동생 데이빗(마이클 C. 홀), 다소 철없는 여동생 클레어(로렌 앰브로스)... 온 가족이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의 간격은 쉽게 메워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것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있고, 온 가족의 연애사도 꽉꽉 이어진다. 아, 피셔 앤 선즈에서 일하는 장의사인 페데리코(프레디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도 끼어있다.

  가족들의 삶이라야 뭐.. 이것저것 삶 자체에 대한 있을법한 고민이 많다. 직업에 관련해서도 그렇고, 주변의 삶도 그렇고 특히 연애에 관해서. 이놈의 가족들이 연애를 어찌나 쉼없이 하던지... 거기에 다 감정적으로 힘들고 끈적거리는 연애들만 가득 차 있어서 연애만 보는 것도 힘들더라. 연애의 현실을 다루는 건 웬만해선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가장 짜증났던 건 역시 네이트와 브랜다(레이첼 그리피스)사이의 끈질긴 연애 그리고 그 결말까지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사(릴리 테일러)에게 동정심은 안들더라. 리사는 네이트 뿐 아니라 내게도 매력없는 여자였다. 네이트는 연애하는 꼬라지를 보면 가끔가다 정이 확확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오히려 클레어 쪽이 낫게 보이기도. 하지만 클레어 역시 만만치 않은 막장임은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진짜 철없음의 정도가 심해서 보기 괴로울 정도였다. 

  루스 캐릭터는 나중 갈수록 기분이 나빴다. 자꾸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시즌 쯤에 있는 그녀의 히스테리에 질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면이 따뜻한 엄마였던 것은 확실했다.

  가족들 중에선 데이빗이 그나마 가장 좋았는데, 직업적으로도 나름대로 소신있는 면이 있었고 연애에 있어서도 보기 좋았어서. 게이 파트너인 키스(매튜 세인트 패트릭)와 갈라섰다가 합치면서의 과정들, 입양까지의 그 모든 과정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는 모습들이 보여서 좋았다. 연애 문제로는 다른 커플들에 비해 보기 매우 좋았음. 

  페데리코는 피셔 집안을 깔보는 모습이 있는, 은근 밉상인 장의사였는데 나중 갈수록 정이 들긴 들더라. 페데리코 부부는 잘나가다가 폭삭 깨졌던 게 재미있었다. 바네사(저스티나 마샤도)가 다시 받아주면서도 온전히 받아주지 않았던 그런 느낌까지도 잘 살렸었다.

  다른 애들은 뭐 잘 기억나는 애들 없고.. 빌리(제레미 시스토) 정도가 인상 깊었음. 정신병자인데 막 미워하기도 참 그런 캐릭터였다. 시즌 후반부 가서는 더욱 정들었고. 배우가 정신병자 역할 너무 잘하더라. 미묘하게 진짜 같았다ㅋㅋㅋ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식스 핏 언더는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있고 침울한 게 있는데 마지막 시즌 가서는 진짜 폭발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면, 클레어가 뉴욕으로 떠나는 장면에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보여주는데 아 진짜 그게 너무 인상 깊었다. 다른 가족들이 죽는 모습들도 다소 충격적인데 키스가 그런 방법으로 죽을 줄 몰랐다. 그리고 데이빗이 양로원같은데서 젊은 키스를 보는 장면에서 울컥 눈물이 나오더라. 죽으면서 먼저 간 사람을 그런 식으로 보는 거가 마음을 자극했다. 루스 죽을 땐 조지가 그렇게 슬퍼할 수가 없더라. 나머진.. 클레어가 그 변호사랑 이어져서 좋았고, 데이빗 아들 중 한명 게이 된거에서 한참 웃었음. 남자 파트너랑 손잡고 가는거. 아마도 큰아들이 아닐까 싶다.

  여운이 깊다.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생각할 거리도 주었고, 여러 모로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다. 인물과 인물이 이어진 모든 구성 요소들, 우리 삶 속에서의 죽음. 죽은 뒤의 삶까지 모두 좋았다.

매우 좋았던 마지막 장면. 데이빗이 죽으면서 키스 보는 부분은 아직도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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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C. 홀의 화보. 너무 매력적인 화보라 한눈에 반했다. 어디에 나온 건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 좀 알려주세요. 화보 자체의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드는게, 마이클 C. 홀 주연의 덱스터가 자연스레 연상되고- 덱스터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저 뒤의 천사 날개와 표시가 굉장히 아이러니해지니까. 정말 마음에 드는 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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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한창 보고 있는 미드, 덱스터 오프닝 크레딧. 사실 이 크레딧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오프닝 크레딧같은 느낌이 확 들어서 아주 인상이 좋았다. 연쇄 살인마들을 잡아 죽이는 연쇄 살인마 라는 컨셉도 신선했고. 지금 시즌 1 8화를 보고 있는데 아직까진 재미있음.

  주인공인 덱스터가 참 맘에 든다. 텅 비었고 그것을 채워 넣으려고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 "저들은 몬스터를 흉내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을 그렇지 않은 티를 내며 살아왔는데." 이런 대사를 내뱉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몬스터로 표현하지만 덱스터 굉장히 인간적인 면모도 막 보인다. 그런게 재미있는거지 물론. 평범한 게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자기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평범하려 노력한다는게 흥미롭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는 평범하지 않은데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아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 진짜 평범한 건 없는 것 같아.

  덱스터 자체는 보는 데 상관없는데 주변 인물들이 짜증나 죽겠음. 특히 데브라; 이복 동생인데 맨날 자기는 하는 것도 없이 남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소리치는 뻔뻔함이며, 신경질에 다혈질. 그래놓고 자기가 뭘 잘못해놓으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바득바득 우기고 짜증난다; 그래도 얜 조연이라 좀 나은것 같아. 섹스 앤 더 시티 볼 때 캐리 보느라 짜증났던 거 생각하면ㅋㅋㅋ 내가 미란다만 아니었어도 때려쳤어!

  재미있음. 시즌 1도 12화 종료인지라 부담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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