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솔로지
감독 마크 쇼엘러만 (2008 / 미국)
출연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마이클 웨스턴, 알리사 밀라노, 로렌 리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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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막 공포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고... 게임? 이쪽에 가까웠다. 스릴러라기엔 또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다. 사실 너무 재미없어 보여서 안보려고 했는데 슥헤랑 둘이서 어케 봄. 마일로 빠인 슥헤인지라 이미 이걸 일곱번이나 보고도 나 보게 하려고 또 봤다. 쯧쯧...

  미드에서 자주 봤던 얼굴들이 나와서 반가웠음. 히어로즈의 피터인 마일로나 요근래 하우스랑 여기저기 게스트로 활발히 나오고 있는 마이클 웨스톤, 씨에스아이 마이애미에서 봤던 조니 휘트워스. 엘워드의 로렌 리 스미스... 이모저모 아는 얼굴 나오니까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용이 공포가 아니라 게임쪽에 가깝다고 했는데, 이게 병리학자 레지던트들이 모여서 살인게임을 즐기는 거였다. 각자 '병리학적으로 찾아내기 어려운 방법'으로 살해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방법을 맞추는 것. 살해 장면은 그다지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CSI 같은 데서 이미 숱하게 봐서 그런가 이미 죽은 시체를 해부하는 과정은 무섭지도 않다. 그래서 보는동안 무섭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 때문에 그런가, 소재가 참신하긴 했는데 그걸 제대로 확 살리진 못했다는 느낌.

  살인게임을 즐겨대는 애들은 병원 나름의 엘리트 그룹이다. 그 선두에는 제이크(마이클 웨스톤)이 있고, 그 여자친구인 줄리엣(로렌 리 스미스)도 만만치 않다. 이 게임에 끼지 못한 유일한 병리학자는 벤(키어 오도넬) 뿐인데, 제대로 루저취급을 받는다. 친분이 있던 담당교수 모리스(존 드 랜시)의 추전으로, 여자친구 그웬(알리사 밀라노)과 떨어져 이 병원에 오게 된 엘리트 병리학자 테드(마일로 벤티밀리아)는 처음에는 이들 그룹과 떨어져 있지만 어느새 이 살인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테드 참 똑똑한듯 한데 왜 이런 게임에 빠져드는지 모를 일... 그래도 친분관계를 엄청나게 쌓는다는 건 아니고, 여전히 그룹에서는 겉도는 느낌이긴 했다.

  아슬아슬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는 듯 하던 살인게임은, 테드가 줄리엣과 잠을 자고 그 관계를 제이크가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불안한 상황에 놓인다. 제이크가 무차별적인 살인을 시작했기 때문. 심지어 테드의 여자친구인 그웬이 테드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테드가 져야 할 위험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러게 바람은 왜 피워서(...) 제이크와 줄리엣은 쏘쿨한 관계일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었나보다.

  마지막 살인게임에 테드와 줄리엣이 빠지면서 다른 멤버들(칩(댄 캘러한), 그리핀(조니 휘트워스), 캐서린(메이 멜란콘))이 불만을 토로하는 가운데, 제이크가 내놓은 것은 줄리엣의 시체. 이 부분 쯤 가면 얘네의 게임이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더욱 확실하게도 테드의 계략으로 병리학자 전원이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게 된다. 전원 한방에 보내는 테드. 니가 리얼 킬러(...) 자기 상황 난감해지니까 모두를 한방에 보내버리는 것이 사실 나는 테드가 제일 사악해 보였다.

  하지만 그 폭발사고에서 제이크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고, 놀란 테드는 집으로 달려오지만 이미 늦은 상태. 그웬이 죽어버린 것. 나중에 테드를 찾아오는 제이크는 그가 그웬의 사망원인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한 걸 책망하며 몰아붙이지만, 사실 테드는 이미 제이크가 올 줄 알고 이미 다 준비를 해놓았고... 무시받던 벤과 미리 짜고서는 제이크를 산 채로 해부해버린다. 역시 테드 니가 제일 사악해...

  제이크가 테드에게 그렇게 열등감을 가지면서 집착하는게 재미있었음. 어쩌면 줄리엣에게 쏟는 관심보다 테드에게 쏟는 관심이 더 컸고, 테드에게 집착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줄리엣이 차라리 더 냉정하고 무신경한 성격이었던 거 같다. 테드는 그냥... 최종 보스인줄. 그런 게임에 참여했던 것도, 같이 참여했던 애들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한 방에 날려버린 것도... 줄리엣이 얘랑 죽이 맞았던 것도 걔도 악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 이거 살해장면 거의 안나오고 TV에서도 나오는 해부장면정도 보여주는데도 R등급인 이유는 테드와 줄리엣의 섹스 장면으로 시간을 엄청 할애하기 때문. 의외였다. 꼭 필요했나...

  소재는 신기하고 탁월했고, 이야기 진행도 나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다 보고 나면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외로 밋밋하다는 생각도 버릴 수 없다. 아무래도 스릴러로서의 가슴졸이는 면이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참 재미 있었다.

록키 발보아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2006 / 미국)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버트 영,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제랄딘 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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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늦게 봤다. 동생이랑 새벽에 머리 맞대고 보았음. 나는 록키 시리즈를 다 보지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록키 1밖에 안 봤다. 사실 록키 1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워서 그 이후의 편을 찾아볼 이유를 못느꼈으니까. 그 이후 나온 속편들이 그다지 좋은 편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고. 내가 영화를 부지런하게 쫒아다니며 보는 타입은 아니니까.

  그래도 왠지 오래간만에 나온 록키의 새로운 속편은 보고 싶었다. 록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평들이 듣기 좋았고, 뭔가 폐물이 되어버린 왕년의 스타. 이런 것도 보고 싶었어.

  그 동안의 록키 속편들이 상당히 매끈하게 만들어졌고, 그때문에 많이 혹평 받은 점도 있다고 하는데... 록키 발보아, 요건 정말 담담하고 고백적인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정말이지 록키 1을 다시 보는 기분이야. 록키 1에서 느꼈던 그 알싸함.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각본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썼다고 하는데, 실베스터 스텔론의 나이 때문인건지...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좀 돌아본다는 느낌이 들더라. 록키 발보아가 록키 1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처럼.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은 사별한 아내 애드리언(흑흑)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손님들과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록키 주니어(마일로 벤티밀리아)와는 좀 소원한 상태. 사실 뭔가 도전할 거리가 남아있는 나이도 아니고, 게다가 꽤 안정적인 생활상이다. 록키에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만한 이유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안정된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보단 텅 빈 듯한 느낌을 갖는다. 아내의 죽음 때문에 그 빈 자리가 더 큰 것 같다.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 듯 그는 과거에 살던 동네에 가기도 하고, 거기서 어릴 적 알고 지내 던 마리(제랄딘 휴즈)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그의 삶의 공허함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개를 데리러 보호소에 갔을 때, 스텝스(제임스 프란시스 켈리 3세)에게 필사적으로 늙은 개에 대한 변호를 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러운 느낌도 준다.

  그러나 록키는 도전한다. 텅 빈 듯한 자신의 삶에서 자리를 찾기 위해 새롭게 프로 권투선수 자격증을 따고, 작은 무대에 도전하려 든다. 이미 권투 선수로써는 늙은 나이. 그러나 왕년의 스타였던 그의 재기는 세상의 이목을 끌고, 그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려든 현 챔피언 메이슨(안토니오 타버)의 에이전트로 인해 무려 젊은 현 챔피언과 대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들과의 소원한 관계를 끝마치고, 필사적인 연습에 들어선다.

  딱 봐서는 늙고 권투를 오래 하지 않은 록키가 금방 지는 게 당연한 상황. 그런데 이 경기에서 록키는 10라운드를 전부 버텨내고, 메이슨조차도 좋은 경기였다며 뭔가를 얻는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그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도 맘에 든다. 늙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러나 은퇴하기에는 이른 자들의 심리. 그것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거기에 적당한 가족애를 넣어주고, 현 챔피언의 사정이 적절하게 섞여들어가 있다. 게다가 록키의 향수까지 더해지니, 아 이 영화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제법 소박하고, 영상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지만... 정말 좋았다. 특히 록키가 아들에게 설교하는 장면. 설득력 있게 먹혀 들어간다. 참 좋다.

  현 챔피언 메이슨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타버는, 실제로도 라이트 헤비웨이트 챔피언이었다고. 그리고 경기 해설자로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경기 해설자들이었다. 타이슨이 잠깐 카메오로 나와서 재미있었음.

  록키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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