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 트러블
감독 알렉 케시시안 (2006 / 프랑스, 영국, 미국)
출연 브리트니 머피, 산티아고 카브레라, 매튜 리스, 사만다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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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스터를 처음 봤었을 때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뭔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느낌이 들었었거든. 케이블에서 하길래 그냥 앉아서 봤는데, 뭐랄까 브리트니 머피를 새삼 다시 봤다. 감정선도 잘 타고 연기를 굉장히 잘 하더라. 영화에 대한 생각도 편견임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오히려 로맨틱 무비의 편견을 대놓고 들먹이면서 그 부분을 써먹는다거나 비꼬거든. 영화적 효과 면에서 참 재미있었다.

  있을 법한 오해를 코믹하고도 어른스러운 섹시함으로 덧그려낸것 같다. 아마도 나는 칙릿소설 특유의 감성이 영화로 만들어 질 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잭스(브리트니 머피)라는 캐릭터는 비현실적인데도 현실적인 느낌이라 보는 기분이 신기했다. 능력도 어느 정도 있고, 그러면서 외롭고, 상처도 있고, 사랑하기 두려운데도 뭔가 익숙한 기분이었다. 전남친인 제임스(엘리어트 코원)랑 잠은 자면서도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이기적이긴 했지만, 뭐 사람은 다들 이기적이잖아. 베스트프랜드인 피터(매튜 리즈)와 여자들 대화하듯 놀고 있는 모습들은 특히 즐거웠고... 파울로(산티아고 카브레라)를 게이로 착각하고 하는 행동들도 재미있었다. 파울로는 진짜ㅋㅋㅋ... 진지한 모습이 있으면서도 엉뚱한 면모가 보이는 캐릭터로 그야말로 판타지적인데도 이게 참 좋았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도 참 '부담없는 게이 프렌드'의 편견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피터는 항상 잭스의 든든한 지지자로 나오니까. 이 판타지가 참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피터의 이야기도 제법 다뤄줘서 좋았다. 피터가 한 눈에 반한 남자를 갈구하고 직접 만나게 된 후 그 판타지를 깨트리고, 자신의 짝을 찾아 만나가는 그 과정은 꽤 귀여웠다. 잭스커플 이야기보다 피터 이야기 쪽이 더 흥미 있었던 것도 같다.

   브리트니는 여기서 새삼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눈망울이 푹 젖어서 내뱉는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산티아고 카브레라는.. 헉 히어로즈의 아이작이야! 하며 처음에 놀랐었음. 보다보니 이런 잔잔하고 뭔가 약간 멍청한 듯한 역할도 잘 어울리더라. 아이작은 약간 미친놈같았잖아. 매튜 리즈는 브라더스 앤 시스터즈에서 먼저 봤었는데 여기서도 게이 역할이라 익숙했다. 뭔가 참 잘어울린다.

  이 영화가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엉성한 구석이 더 많았다. 그래도 20대 여성들이 꿈꾸는 로망을 괜찮게 그렸고, 이 영화 특유의 정서나 배치가 참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헐리웃 파올로(올랜도 블룸)와 헐리웃 잭스(기네스 팰트로) 같은 덤장면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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