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2006 / 미국)
출연 메릴 스트립, 앤 헤더웨이, 스탠리 투치, 에밀리 블런트
상세보기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봤었는데, 당시에 너무 귀찮아서 리뷰 안했던 영화. 오늘 온스타일에서 해주길래 앉아서 봤다. 그전에 봤었던 때에도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두 번 봐도 재미있더라. 원작 소설은 안읽긴 했는데 그래도 이해 안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는 걸 보니 각색도 참 잘했다.

  화려한 패션 산업을 다룬 것 때문에 많이 주목받은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악마같은 상사 아래에서 일하게 된 사회 초년생과, 처음에는 징징대기만 하던 그녀가 성장해가는 모습에 관객들이 동화된 듯. 물론 의상도 시선을 휘어잡는 데 한 몫을 하긴 했지만.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런웨이의 식구들, 특히 앤디(앤 해서웨이)에게 있어서는 악마같은 존재이다. 까다로운 취향과 독선적인 스타일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권력자. 이 까다로운 여자의 비서로, 심지어 관심도 없는 패션산업에서 버텨야만 하는 앤디는 보통 힘든 게 아니겠지. 그런데 이 미란다를 미워하기 힘들다. 까다롭고 독선적이지만 그녀는 분명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미가 없어보이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있어선 어느정도의 인간미도 보여줬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방식은 좀 그렇지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 까탈스러운 건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상사면 죽이고 싶겠지만.

  앤디는 사회초년생 티가 난다. 앤디가 겪는 힘든 일들은 미란다의 탓도 일부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들이다. 사회에서 학교때와 같은 어설픔이 통할리가 없다. 그녀는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모두가 입지 않은 옷을 입었었고, 일을 할 때 지켜야할 규칙들을 어기곤 했다. 그것과 미란다라는 악마가 합쳐져 더욱 큰 효과를 내게 된 것이겠지.

  생각보다 조연들이 눈에 들어오는 영화다. 미란다를 돕기도 하지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 나이젤(스탠리 투치). 섬세한 캐릭터였다. 마지막에 그렇게 되어서 좀 슬펐다. 제 1비서인 에밀리(에밀리 브런트)는 밉살맞으면서도 귀여운 면이 있어서 좋았다. 그녀 역시 자기 일을 알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골빈 여자가 아니었다. 앤디의 남자친구인 네이트(아드리언 그레니어)는... 보면서 좀 속터졌다. 물론 연인으로서 자기 생일에도 오지 못하고 일하면 서운하기야 하겠지만, 그건 진짜 일인 건데. 그거 이해 못해준다는 게 속상했다. 하지만 네이트의 마음도 또 이해가 가서... 이런 문제는 솔직히 극복하기 어렵다. 안보이면 멀어진다. 크리스찬 톰슨(사이몬 베이커)은 처음부터 느끼해서 싫었는데 끝에서 물먹어서 재미있었음. 하지만 그 역시 앤디에게 그렇게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들 연기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메릴 스트립은 진짜 환상적이더라. 그런 캐릭터를 그렇게 매력적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게 멋있었다. 중간에 피로에 지친 모습은 정말... 삶에 치인 여자의 모습이라 놀랐다가도 또 그 다음 장면에선 금방 바뀌고. 그런 이미지에 스타일까지 딱 맞아떨어져서 아무튼 그냥 멋있음. 그리고 또 한명... 스탠리 투치. 터미널에서 까탈스러운 역할로 봤다가, 이렇게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역할 보니까 이것도 너무 잘어울리더라. 연기 폭이 넓은 배우 같았다.

  (이런 표현 웃긴거 같지만)스타일리쉬하고 동시에 재미있는 영화였다. 마음에 든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감독 브래드 실버링 (2004 / 독일, 미국)
출연 짐 캐리, 라이암 아이켄, 에밀리 브라우닝, 카라 호프만
상세보기

  오늘 케이블에서 하길래 기다렸다가 봤음.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않았고, 들려오는 입소문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서 영화관에서 안봤었는데... 뭐야, 이거 꽤 괜찮잖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원작이 있는 영화이다. 다니엘 핸들러(필명이 레모니 스니켓이란다)의 영화인데, 책 1권의 이름이 아니라 시리즈물의 이름. 영화화 된 부분은 시리즈 1권부터 3권까지의 부분이란다. <눈동자의 집>, <파충류의 방>, <눈물샘 호수> 부분을 영화화 한 것. 어쩐지 각자 굉장히 판이하게 다른 세 개의 배경들이 등장한다 싶었는데 이렇게 세 개의 책을 각색한 것이라서 그랬던 것이었다. 뭐 여러 군데군데를 보여주는게 난 재미있었지만. 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라고 해서, 주인공 이름 중에 레모니 스니켓이 있는 줄 알았음. 근데 그냥 이야기를 전해주는 얼굴 안보이는 화자의 필명. 레모니 스니켓. 얼굴 안보였지만 이건 주드 로가 맡았다. 어쩐지 목소리가 좋더라니<-

  주인공인 보들레르 가의 삼 남매는 각기 개성이 있다. 머리만 묶으면 아이디어가 샘솟는 발명 첫째 바이올렛(에밀리 브라우닝), 온갖 책을 읽어 지식이 뛰어난 둘째 클라우스(리암 에이켄), 필요한 재능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일단 물어뜯기의 제왕인 아기 써니(카라 호프만/셀비 호프만). 해리 포터의 해리, 론, 헤르미온느 세트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써니는 도대체 어따 써먹나 했는데 보다 보니 나름대로 쓸모가 있더라; 무슨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만 되면 누나에게 머리를 빨리 묶으라고 재촉하는 클라우스 귀여웠음.

  삼 남매의 유산 때문에 삼 남매를 위협하는 존재는 올라프 백작(짐 캐리). <눈동자의 집>에 나오는 인물인데, 아 정말 최고.. 짐 캐리는 진정 슬랩스틱의 제왕이다. 시종일관 변장 해대는 올라프 캐릭터와 그에 따른 변화를 정말 잘 소화해냈다. 스테파노, 샴 선장 역할. 모두가 너무 잘 연기했음. 이 변장 모습들 너무 재밌고 좋았다. 겉멋이 잔뜩 들어 멋진 백작님을 연기해대는 그 건방짐마저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진짜 말이 필요 없이 연기 잘한다;_; 

  올라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몬티 삼촌(빌리 코놀리)의 집에 맡겨졌을 때 그 집은 꽤 재미있더군. 몬티 삼촌은 너무 빨리 죽어서 슬펐다-_-; 그냥 지나가듯 해버렸음. 반면 그 다음에 맡겨지는 집인 조세핀 숙모(메릴 스트립)의 집은 최고. 아 진짜 그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조세핀 숙모 캐릭터; 잊을 수 없어. 이 영화에서 짐 캐리 만큼이나 메릴 스트립이 두드러지는 이유이다. 냉장고가 무너지진 않을까, 문 손잡이가 천갈래로 갈라져 자신을 찌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라니. 더 재미있는건 삼 남매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모든 것이 일어난다는 거였지만. 조세핀 숙모 캐릭터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이 영화의 내용이 바뀌었겠지.

  삼 남매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들의 거처를 정해주거나 해야하는 은행가 포(티모시 스펄)은 정말 바보같았음. 그 정도로 애들 말을 안 믿는 어른들이라니. 마지막에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시점에서, 올라프 백작은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아이들이 처절하게 외쳐댈 때 믿지 않은건 누구지?'라고 묻는거에서 공감. 그 정도라면 악당에게 훈계 당해도 싸다.

  올라프 백작과 바이올렛의 연극 결혼에서 판사를 맡았던 옆집 아주머니 스트라우스(이게 배역 이름인건지,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연극 속 판사 이름인건지 모르겠다. / 캐서린 오하라) 귀여웠음. 사실 판사역을 맡았을 때보다 맨 처음에 삼 남매와 만났을 때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 캐릭터다. 삼 남매를 고의 아니게 나락으로 떨어뜨렸음. 킥킥. 아 이 연극 결혼에서 평론가 역할 까메오로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음. 반갑던데.

  세 가지 이야기를 뭉쳐 놓은 이야기인 만큼 배경들이 재미있고 개성있었음. 그런데 또 그때문인지 의외로 극적 긴박감은 좀 떨어졌던거 같기도 하고. 아 긴박감 넘치는 장면은 많았는데,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라는 식의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것따윈 잊게 만들 만큼 영화 보는 내내는 집중하게 만들었다.

  어린이 동화치고는 결말이 제법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건 연작을 생각해서 한 것인가? 올라프 백작이 감옥을 빠져나왔다는 슬픈 소식은 뭐랄까..; 해피 엔딩 스럽지 않아. 온연히 웃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보고 안심할 만한 해피 엔딩은 주지 않는 제법 얄미운 결말일지도. 그리고 삼 남매 부모님의 비밀은 이렇게 어물쩡 넘어갈 셈인건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라는 느낌이 있었다.

  재미있었음음.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향연이 좋았다. 캐릭터도 연기자도 좋았음!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턴 (2007)  (2) 2007.08.22
각설탕 (Lump Of Sugar, 2006)  (2) 2007.08.17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4) 2007.08.13
디 워 (D-War, 2007)  (6) 2007.08.06
테이킹 라이브즈 (Taking Lives, 2004)  (2) 2007.08.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