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밀란 쿤데라 (민음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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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그 책 내용은 알지 못할지언정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책의 제목이다. 나 또한 그랬는데, 책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주변인들로부터 들은 책의 감상들(‘몹시 재미있다.’, ‘너무 어려워.’ 라는 식의 상반된 의견들)과 철학적 요소를 담은 소설이라는 것뿐이었다. 철학이라니. 게다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앞서 읽었던 단편들과 달리 긴 장편이었기에 처음 대하는 마음가짐이 편치 못했다. 책 표지에 있는 기괴한 그림이 책을 읽기전의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고, 첫 페이지에 있는 ‘영원 회귀’니 뭐니 하는 말들은 나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생각 외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네 사람의 특징적인 주인공들을 통한 서술방식이 다른 소설들과 크게 다른 점을 안겨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토마스, 테레사, 사비나, 프란츠라는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여기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고 있는 무거움과 가벼움, 그 경중. 그리고 우연의 필연성. 이것을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전하고 있는 듯 하다.

  주인공들은 각각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인물들이다. 삶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과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며, 테레사와의 관계를 통해 삶의 무거움을 배우나 그 가벼움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인 토마스. 운명적 사랑을 믿으며 무거움으로 대표되는 테레사, 어떠한 이데올로기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아하는 사비나. 사비나의 애인이니 프란츠. 이 불안한 존재인 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고, 토마스와 테레사 라는 한 커플과 사비나와 프란츠라는 한 커플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다 할 수 있다.

  토마스와 테레사는 서로 반대되는 캐릭터이다. 이런 상반된 인물의 관계는 서로를 참을 수 없어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는데 토마스로 하여금 그의 애정관계를 계속하게 하고 테레사에게는 그에 반항하려 하는 마음을 품게 한다. 토마스는 테레사의 무거움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의 행동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테레사는 테레사대로 토마스의 가벼움을 이해할 수 없고 그로 인해 반항하려 하지만 캐릭터 본질의 무거움 때문에 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사비나와 프란츠는 앞선 토마스와 테레사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사비나는 가벼움의 이미지로 대표되며 프란츠는 무거움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프란츠와 사비나는 서로 다른 언어 소통과정을 가지며, 프란츠는 사랑에 있어서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사비나는 모든 억압을 거부하는 모습처럼 사랑도 자유이며 구속으로 느낀다.
 
  이런 상반된 캐릭터들에게서 거론될 수 있는 것은 우연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토마스와 테레사는 정말이지 닮은 구석이 없는 반대되는 인물이다. 비단 성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업조차도 그러하다. 의사이며 가벼운 토마스, 소도시의 여급이며 무거운 테레사. 이렇게 다른 둘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둘은 결혼하게 된다. 여기에는 우연의 필연성이 반드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니체의 영원회귀의 문제가 나온다.

   영원회귀란 무엇인가. 니체가 말한 영원 회귀는 영원한 시간은 원형을 이루고, 그 원형 안에서 일체의 사물이 그대로 무한이 되풀이되며, 그와 같은 인식의 발견도 무한히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내가 으레 겁을 먹었던 소설의 첫 부분. 여기에서 영원 회귀의 말을 담고 있다. ‘한번은 없는 것과 같다’라는 말에서 그것은 드러난다. 무경험의 행성으로서 우리의 세계를 생각할 때, 재귀의 가능성이 없기에 인간은 계속해서 똑같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한번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 살면서 이전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며 때문에 결과의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반복이 긍정적인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부정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문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원 회귀는 무거움을 가지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가지는 영원 회귀는 서로에 대한 이해 불가능함으로 인한 것이고 이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한 영영 계속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소설속의 인물들은 이러한 반복을 계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존재의 가벼움을 택함으로서 이러한 반복을 그만두고 사회나 존재 스스로로부터의 해방욕구를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여태까지의 긴 네 캐릭터들의 성격과 그로 인한 이야기 전개는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캐릭터들은 인간의 존재를 무거움과 가벼움으로 나누어 보여주며, 영원한 사랑과 순간적인 사랑과 같은 모순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인간 존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이러한 캐릭터들을 통해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 덧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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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감상. 너무 힘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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