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발보아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2006 / 미국)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버트 영,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제랄딘 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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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늦게 봤다. 동생이랑 새벽에 머리 맞대고 보았음. 나는 록키 시리즈를 다 보지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록키 1밖에 안 봤다. 사실 록키 1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워서 그 이후의 편을 찾아볼 이유를 못느꼈으니까. 그 이후 나온 속편들이 그다지 좋은 편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고. 내가 영화를 부지런하게 쫒아다니며 보는 타입은 아니니까.

  그래도 왠지 오래간만에 나온 록키의 새로운 속편은 보고 싶었다. 록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평들이 듣기 좋았고, 뭔가 폐물이 되어버린 왕년의 스타. 이런 것도 보고 싶었어.

  그 동안의 록키 속편들이 상당히 매끈하게 만들어졌고, 그때문에 많이 혹평 받은 점도 있다고 하는데... 록키 발보아, 요건 정말 담담하고 고백적인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정말이지 록키 1을 다시 보는 기분이야. 록키 1에서 느꼈던 그 알싸함.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각본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썼다고 하는데, 실베스터 스텔론의 나이 때문인건지...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좀 돌아본다는 느낌이 들더라. 록키 발보아가 록키 1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처럼.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은 사별한 아내 애드리언(흑흑)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손님들과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록키 주니어(마일로 벤티밀리아)와는 좀 소원한 상태. 사실 뭔가 도전할 거리가 남아있는 나이도 아니고, 게다가 꽤 안정적인 생활상이다. 록키에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만한 이유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안정된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보단 텅 빈 듯한 느낌을 갖는다. 아내의 죽음 때문에 그 빈 자리가 더 큰 것 같다.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 듯 그는 과거에 살던 동네에 가기도 하고, 거기서 어릴 적 알고 지내 던 마리(제랄딘 휴즈)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그의 삶의 공허함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개를 데리러 보호소에 갔을 때, 스텝스(제임스 프란시스 켈리 3세)에게 필사적으로 늙은 개에 대한 변호를 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러운 느낌도 준다.

  그러나 록키는 도전한다. 텅 빈 듯한 자신의 삶에서 자리를 찾기 위해 새롭게 프로 권투선수 자격증을 따고, 작은 무대에 도전하려 든다. 이미 권투 선수로써는 늙은 나이. 그러나 왕년의 스타였던 그의 재기는 세상의 이목을 끌고, 그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려든 현 챔피언 메이슨(안토니오 타버)의 에이전트로 인해 무려 젊은 현 챔피언과 대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들과의 소원한 관계를 끝마치고, 필사적인 연습에 들어선다.

  딱 봐서는 늙고 권투를 오래 하지 않은 록키가 금방 지는 게 당연한 상황. 그런데 이 경기에서 록키는 10라운드를 전부 버텨내고, 메이슨조차도 좋은 경기였다며 뭔가를 얻는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그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도 맘에 든다. 늙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러나 은퇴하기에는 이른 자들의 심리. 그것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거기에 적당한 가족애를 넣어주고, 현 챔피언의 사정이 적절하게 섞여들어가 있다. 게다가 록키의 향수까지 더해지니, 아 이 영화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제법 소박하고, 영상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지만... 정말 좋았다. 특히 록키가 아들에게 설교하는 장면. 설득력 있게 먹혀 들어간다. 참 좋다.

  현 챔피언 메이슨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타버는, 실제로도 라이트 헤비웨이트 챔피언이었다고. 그리고 경기 해설자로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경기 해설자들이었다. 타이슨이 잠깐 카메오로 나와서 재미있었음.

  록키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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