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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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가. 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던 때의 나조차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이름이 우스워서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개미』라는 소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글은 초기에는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을 두고 글재주, 흥미를 덧붙인 것들이었다. 추리소설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사실적인 것을 더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딱 『뇌』까지 그래왔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소재에 지루한 감을 느낄 때 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단편집을 하나 내놓았다. 그것이 『나무』였다.

  『나무』는 앞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내놓았던 소설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나무』는 그의 유쾌한 상상력과 더할 나위없는 비꼼을 버무려 놓은 소설이었다. 소설은 대부분 인간의 시선을 확장하여 다른 것의 시선을 택했고, 이것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꼬아 놓았다. 이런 비꼬는 방식이 몹시 유쾌해 웃음이 비실비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번역된 말투인지, 본래의 말투인지 탁탁 내뱉는 그의 문체에서 나오는 ‘웃으면서 비웃기’는 단편집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입장인 인간을 반대로 키워지는 입장으로 만들어 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계인이 인간을 키우는 매뉴얼을 만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성별을 식별하는 법, 인간의 이종 설명 부분과 같은 부분에서부터 인간의 생식, 임신, 관습… 많은 부분을 짧게 통달한 이 매뉴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모습을 비웃고 있다. 외계인의 의도는 그렇지 않겠지만, 읽고 있는 독자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 아주 단편적인 것에서 심층적인 것까지, 타인의 눈에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이 소설은 보여주며 인간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나무』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이런 식의 느낌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는 일상에 변화를 준다거나, 그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인간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냄새」와 같은 경우는, 나는 외계인을 인간에 덧댄 것으로 인식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으며, 사치품 혹은 호화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식의 구성은 또 다른 ‘웃으며 인간 비웃기’의 방법인 듯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그의 이전 소설들과는 다른 방향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하나의 주제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전개와 위트 있는 상상력이 발휘된 이 단편집은 단편이기에, 재미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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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감상. 부담은 없지만 알맹이도 견고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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