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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under anonymity by 3v4nGray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귀찮은 싸움은 딱 질색이다. 나는 싸움이 벌어져도 먼저 사과하고 끝내는 편이고(심지어 상대가 잘못했을 때에도!), 화가 난다 해도 금방 풀리고 잊는다. 좋게 말하면 뒤끝이 없다고 해야하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하다고 해야 할까.

  난 나의 무지상태를 잘 알고 있다. 인터넷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처럼 지식이 해박하지도 못하고, 논리성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인터넷에는 논쟁하고 싶은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 나는 내가 주장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꾹 눌러 참는다. 세상에는 똑똑한 이가 많고, 궤변을 잘 늘어놓는 이도 많고- 그런 곳에서 내가 무언가 터트려 내봤자 일만 귀찮아 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논쟁거리가 있을 때 보통은 혼자 생각한다. 말해봤자 지인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뿐이고, 보통은 그냥 사람들의 논쟁을 지켜보며 이 사람 말 잘하는구나- 하고 만다. 나는 구경꾼이고 방관자다. 인터넷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소재, 사회의 커다란 이슈거리가 있다 치자. (뭐 최근만 해도 벌써 두 건이나 터졌다.) 나는 생각은 하되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그 소동에 휩싸이기 싫기 때문이다. 나는 나, 너는 너. 생각이 다르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나에게 요새 인터넷 게시판들은 참 무섭다.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이 서로의 분노를 서로에게 뱉어내려 든다. 게다가 논쟁거리라 불리는 싸움거리를 찾아서 헤매이는 것 같다. 자신과 같지 않으면 처단할 자이고, 욕먹어 마땅하고, 죽어 마땅한 자이다. 상대방의 논리적인 대답따위는 지식에 찌들어 잘난 체 하는 자의 궤변이다. 사실인지 검증되지 않은 근거들을 내세우거나, 그 근거들을 순진하게 완전히 믿어버리거나, 그로 인해 열풍에 휩싸이는 자들 천지이다. 검증된 사실이 아닌 것에 다수의 사람이 몰려 한 사람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일이 많다. 자신과 반대의 주장을 내뱉은 사람의 홈페이지를 초토화 시키는 일도 잦다. 이건 무섭다. 어떤 때에는 나치즘이나 매카시즘을 보는 것 같다. 인터넷의 익명성 아래 사람들은 분노를 쏟아낸다. 언제부터 다수의 믿음이 완전무결한 진리가 되었나? 왜 짓밟지 못해 안달인가. 자신과 다르다면 그냥 무시해버리면 편할 텐데.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 선구자도 아니다. 논쟁따위는 귀찮다. 앞으로도 이런 싸움에 낄 생각은 없다. 즐겁게 살기에도 복잡한 세상인데, 왜 스스로 머리 아프려 드는 건지 모르겠다. 싸움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그것을 논쟁으로서 해소하려 한다면 최소한 예의를 갖추고 토론했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라 해도 죽어 마땅한, 욕먹어 마땅한 씨팔놈은 아니란 말이다. 이러한 화살이 앞으로 어디로 돌려질 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젠 누굴 칠 차례냐.

처음 나치스가 공산당의 인권을 무시하고 탄압하자 사람들은 모두 잘 했다고 기뻐했다.
그 뒤 그들이 타락한 동성연애자들의 인권을 무시하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잔소리만 하던 사회주의자들이 끌려갈 때애도 아무도 동정을 보이지 않았다.
욕심 많고 이기적이던 유태인 탄압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동참했다.
마침내 나치스들이 무고한 일반 시민들을 탄압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왜냐하면
그들을 위해 나설 수 있는 이들은 이미 그 전에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출처 : Avalon의 감자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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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심슨. 나도 짤방으로 얻은거라 몇 시즌 껀지 모르겠다-_-;


  내가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어린애라는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특히 화에 있어서, 나는 내가 화났음을 제대로 감추는 편이 못 된다. 우울한 상태보다 화난 상태를 감추는 것이 더 힘든 것은 아무래도 '화'의 성격 자체가, 격하고 흥분되는 것이라 그런 것 같지만... 뭐 새삼스레 나의 자기통제불능상태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오늘 병원에 갔다. 아파서 간건 아니고, 라식 수술 결과를 지켜보는 진단이다. 집에서 뭉개고 있다가 안돼, 더 이상 꾸물거렸다간 병원에 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대충 옷을 입고 나갔다. 병원에 한시 이십 분 쯤 도착했나? 아-_- 누구따라 시트콤 인생이 되어가는건지. 점심시간이더라. 1시부터 2시까지. 집에 나올땐 전혀 생각못했다. 거기서 멍하니 음악이나 듣고 있다가, 2시에 진료 시작했다. 그리고 오분만에 종료orz 어차피 정기검진이라 시간 얼마 안걸리는건 알았지만, 40분 기다려서 5분 진료 받으려니 쵸큼 슬프던데.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말 타이밍 좋게, 내가 처방전 받아야하는 그때에 컴퓨터가 다운되셨다. 전산처리로 이루어지는 곳이라, 나는 처방전 받는 곳 근처에서 멀뚱히 기다렸다. 30분이나! 아무리 간호사들을 쳐다봐도, 이러저러해서 처방전이 늦는다는 말조차 없었다. (다운된건 간호사들을 지켜보며 알아낸거다-_-) 그리고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처방전을 받아가는것을 보고 급분노해서, 그제서야 말했더니 전산오류때문에 누락됐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끊어주더라. 그러나 나는 이미 분노... 정말 화났다. 멀뚱히 30분동안 기다릴동안 몰랐다고 한다면 그 간호사들이 문제있는거다. 환자에 대한 관심이 눈꼽만치도 없었나. 그러나 나는 소심하니까-_- 다시 볼 간호사들에게 버럭버럭 얼굴 붉히며 화내지는 않았(못했)고, 3000원짜리 진단서 끊으면서 카드긁는 심술 정도를 부렸다. 집에 돌아오면서도 너무 기분 나빴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 범위 내에서는 친절하다. 정말 싫어하는 사람 아니면 항상 웃으려 노력한다. 반대로,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엄청 낯을 가리고, 불친절을 선보이는데(내 친구들에게 내 첫인상이 문제있는 이유) 그 병원에 내가 다시 안가도 되는 거였다면(아직 정기검진 3번이나 남았다.) 엄청 화내고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3000원을 카드로 긁는 심술 정도가 아니라, 볼펜 던지는 정도는 했을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나는 화나면 그자리에서 너무 티내는 타입이니까. 이런 부분이 어린애. 참으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 (아, 전에 화냈던 롯데시네마 직원 너무 미안함...-_-;; 그땐 전혀 그 분 탓도 아니었는데.)

  우쨌건, 나는 30분동안 처방전 받는데서 얼쩡거린 나를 무시한(사정 설명 하나도 안하는) 그 간호사들이 너무나 싫었고, 또 소심하게 블로그에 적는다. 유후.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기분이 좀 나아졌어. 금방 화내고 금방 잊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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