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감독 데이빗 핀처 (2007 / 미국)
출연 제이크 질렌할,마크 러팔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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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앙 너무 재밌엉... 오 재밌다. 나 이 영화 좋았으요. 이 날 지나 언니랑 같이 영화 두 편 봤는데 둘 다 재밌었다. 둘 중에서 고르라면 난 요거. 핀처 스타일이 곳곳에 보이면서도 아 이 매끄러운 전개와 어두운 가운데 곳곳에 나오는 위트는 뭐냐, 좋다 하면서 봤다. 유명한 연쇄살인마 조디악과 관련한 실화를 다루고 있는데, 뭐 조디악이 나와서 살인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더라도 조디악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이런 건 아니고, 조디악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 드라마에 가까웠다.

  주인공을 고르라면 신문사 크로니클에서 카투니스트를 하고 있는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이지만, 사실 초 중반까지는 그의 활약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시선이 간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관 데이빗 토스키(마크 러팔로)나 재기가 넘치다 못해 조디악에게 살해예고까지 받게 된 신문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은 사람들에게 말이다. 물론 주인공 로버트도 그 중간중간 나타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기실 사건이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고 주목받던 그 순간엔 이런 사람들에게 눈이 가는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에 지치고 피곤해져버렸을 무렵, 끝까지 조디악에 대한 흥미를 놓지 않고 있던 그레이스미스가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등장하게 된다. 사람은 역시 끈질겨야해요... 가 아니고. 아니 그건 맞지만.

  수사관도 아니고, 유능한 기자도 아닌 그레이스미스의 추적에 고난이 없지만은 않는다. 직장도 때려치지, 그 와중에 아내 멜라니(클로에 셰비니)를 잃기도 하고, 만나는 증인들이 혹 조디악 본인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레이스미스는 끝까지 추적을 끝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추적이 어느 장면에 이르러서는 아 얘 어떡해. 안되는 것에 집착하다가 인생 망하는 거 아닌가... 싶은 그런 순간에, 드디어 그레이스미스는 미스테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기에 이르른다. 그것이 정답인 지 아닌 지는 상관 없다. 다만 그레이스미스가 만족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범인을 지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여기에 완전한 답이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알고 있다 싶이 조디악 킬러에 관한 건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으니까. 그래도 그레이스미스는 자신의 답을 얻었고, 그것으로 출판도 했고,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그가 그렇게 끈질기게 찾던 문제의 답을 얻어낸 것처럼 보이니까. 이야기의 끝이 잘 맺어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 사건에 매달렸던 사람들이 얼마나 피로에 시달렸을 지 영화를 보면서 저절로 느껴지더라. 특히 수사관 데이빗... 얼마나 힘들었을 거. 그레이스미스는 자기가 좋아서 매달리기라도 했지...

  각본이 기가 막히게 좋았고 그걸 보여주는 방식도 능숙하고 나는 마음에 들었던 영화. 이런 거 좋음ㅎㅎㅎ

  별 건 아닌데 폴 에이브리 인생 나락으로 떨어져서 있을 때, 그레이스미스가 찾아와서 설득하던 그 장면에서 지나 언니랑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 왠지 저렇게 살아도 재벌일 것 같다. 왠지 집 어딘가에 아이언 맨 수트 있을 것 같다...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 로다주 너 때문이에요.

(탁구채 지운 한국 포스터가 마음에 안들어서 미국 포스터로.)

매치 포인트
감독 우디 앨런 (2005 / 영국)
출연 스칼렛 요한슨,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에밀리 모티머, 매튜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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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봤다. 우디 알렌 영화에는 나쁜 추억이 있다. 전에 영화관련 계통으로 입시 준비를 했었는데, 시험치는 대학에서 상영한 작품이 우디 알렌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였다. 안타깝게도 난 우디 알렌의 작품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대학에서 미국 영화 감독의 영화를 시험에 낸 적이 없었거든. 예비 받고 떨어졌고, 우디 알렌이 미워졌다. 그렇지만, 사실 영화는 재미있었어.

  우디 알렌이 본격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본을 쓰고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뉴욕이 아닌 영국을 배경으로 한 것과,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은 확실히 우디 알렌의 느낌은 아니었다. 벗뜨, 그러나. 이 영화는 빼도 박도 못하는 우디 알렌 영화다. 126분인지 7분인지 하는 긴 런닝타임. 초반에는 흥미를 이끌다가, 중반에는 뻔한 불륜 로맨스로 흐르는가 싶더니. 어이쿠 맙소사. 결말 부분에서는 '이거, 우디 알렌 영화야.' 라고 외치고 있질 않은가. 테니스 공이 네트를 넘는가 마는가의 길로. 처음에 등장한 그 장면 때문에(아니면 요새 CSI에 단단히 빠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나는 단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고, 우디 알렌은 '니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라는 듯이 내 뒷통수를 테니스 라켓으로 날려버렸다. 으악. 으악. 어쩜 이럴 수가!

  뻔한 결말을 바란건 아니었지만, 아.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건 또 뭐람. 재치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왠지 분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최근 들어 우디 알렌은 시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 아니었어. 거장은 죽어도 거장인거다. 확실히 느끼고 말았다.

  캐스팅은 잘 된 편. 각본의 크리스 윌튼은 아일랜드 태생인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또한 아일랜드 태생이다. 조나단은 약간은 정열적이면서도 뻔뻔한 남자를 잘 표현했다. 미션 임파서블 3에 나왔던 모습과 살짝 비슷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내게 조나단은 벨벳 골드마인에 나왔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이 남아있다. 다른 연기를 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려서 아, 배우구나 했다. 벨벳 골드마인 당시 평론가 평에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연기는 바람빠진 풍선껌 같았다'라는 평이 있어서 조나단이 그걸 냉장고에 붙여놓고, '그래, 난 바람빠진 껌이야.'했다던데. 많이 노력했나보다.

  스칼렛 조핸슨은 그야말로 섹시. 착하기만 한 클로에(크리스 윌튼의 아내)역보다는 확실히 튀었다. 비중도 그렇긴 했지만... 단순히 섹시에서 그치지 않고 날카롭고 예민해진 모습이라던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아일랜드에 나왔을 때보다 훨씬 나았다. 캐릭터가 더 발전한 모습이라 그런건지. 

  보는 도중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치만 막판 가서 졸지는 말아야 할 영화다. 흥미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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