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루사
감독 에드 해리스 (2008 / 미국)
출연 에드 해리스,비고 모르텐슨,르네 젤위거,제레미 아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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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수가. 순전히 제레미 때문에 본 영환데 제레미 동정할 가치도 없고 악당이라는 칭호 붙여주고 싶지도 않은 상찌질이로 나온다니... 나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서부극. 난 서부극 별로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별로 매력을 못느끼기도 했고, 내가 살아오는 동안엔 서부극이 유행한 적도 없으니까. 그래서 뭐 기존의 서부극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요 영화 하나만을 놓고 보자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다.

  버질 콜(에드 해리스)과 에버렛 히치(비고 모텐슨)라는 범죄 해결사 콤비가, 랜달 브렉(제레미 아이언스)이라는 악당이 판치는 마을 '아팔루사'에 와서 겪는 이야기. 그렇게 긴장감이 크지 않고, 워낙에 버질과 에버렛이 신적인 것마냥 그려져서 재미가 없다. 악당이라는 랜달은 앞서 말했듯 동정할 가치도 없는 상찌질이라서... 카리스마도 별로 없고 그냥 하는 짓거리도 찌질하다. 사형 판결 받은 뒤 링 쉘튼(랜스 헨릭슨)과 애브너 레인즈(톰 보워)에게 돈을 주고 도움을 받아 도망치는 과정이나, 그 와중에 다시 잡혀와서(...) 죽나 했더니 인맥을 활용해 사형에서 빠져나가는 거나... 자기 능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뻔뻔스레 아팔루사로 돌아와서 신사인 척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이건 뭐.

  아무튼 악당은 이렇고, 주인공인 둘 사이에 갈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고. 그냥 끈끈하다. 앨리슨(르네 젤위거)을 통해서 잠깐 그려지려나 싶었던 불화도 불씨가 보이는 듯 하다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아 앨리슨은 그냥 남자 없이 못사는 싸구려. 이런 여자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려 드는 버질도 짜증나고(심지어 앨리슨이 어떤 종자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 그런 버질을 위해 문제거리를 해결해주고 떠나는 에버렛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너넨 멋있냐 그게...

  뭐 남자끼리의 신의라던가 카우보이들의 믿음이라던가 이런걸 멋지고 과묵하게 그려내려던 의도는 알겠는데 매력적이지 않았다. 배우들 아니면 내 시간이 많이 아까웠을 거에요.

폭력의 역사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2005 / 독일,미국)
출연 비고 모르텐슨,마리아 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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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재밌을 거란 생각을 단 한번도 안했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런닝타임이 짧은 만큼 진행도 빠르고 사건들도 충격적인 것들이 확확 나와대서 재미있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거라서 찝찝하려나, 그런 생각을 좀 했는데ㅋㅋㅋ 음 이정도면 난 그런 느낌도 거의 없이 좋았다. 인간 마음의 기저에 깔린 폭력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폭력 그 자체보다는 그걸 참아내는 인내 쪽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톰 스톨(비고 모텐슨)이라는 캐릭터만 봐도 아 이건 폭력적인 사람이다, 라기보다는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드니까.

  처음 등장했던 살인자들로 영화의 긴장감은 처음부터 확 조여진다. 살인을 지켜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를 죽이는 살인자 콤비. 그런 잔혹한 살인자들의 모습과 비교되는 평범하고 소심한 가장 톰 스톨이 있다. 톰은 자기보다 능력이 좋은 아내 에디(마리아 벨로)와 함께 살면서 다정하고 소심한 모습만을 보이는데(그의 소극적인 모습은 그들의 섹스신만 봐도 완벽하게 도드라진다.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에디이다.), 그런 톰을 보고 자란 탓인지 그의 십대 아들 잭(애쉬튼 홈즈) 또한 대단한 참을성을 보여준다. 그를 괴롭혀대는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 막내딸인 사라(헤이디 헤이스)야 워낙 어리니까 순진하고.

  아무튼 그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잔혹한 살인자들이 찾아든다. 그리고 그 살인자들은 하필이면 톰의 가게로 들어와 손님과 직원을 위협하고, 톰은 기지를 발휘해 그 둘을 처치한다.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라 간단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죽이는 거다. 어쨌든 그 일로 일약 마을의 영웅이 된 그는 신문에도 실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그를 '조니 쿠삭'이라고 말하며 찾아오는 갱 칼 포카티(에드 해리스)가 등장한다. 칼은 조니에게 눈이 파여 대단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스톨 가족 주변에서 그들을 섬뜩하게 졸라맨다. 톰은 극구 자신이 조니가 아니라 부인하지만 칼에게는 확신이 있고, 에드 또한 그로 인해 자상한 남편의 과거에 의심을 품게 되는데... 이게 너무 칼이 확신하다보니까 둔감한 나조차도 감이 오더라. 톰이 조니구나.

  원한이 있으면 조용히 해치우잖고 난리를 치던 칼은 그의 졸개들을 모두 톰에 의해 잃고, 그 자신은 톰을 지키려던 아들 잭에 의해 죽는다. 얌전하던 잭이 이 한 방의 사살로 인해 그를 참게 만들던 고삐를 잠시 풀어헤치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그는 자기를 놀려대던 애를 묵사발을 만들어버리고 정학을 맞는다. 참 잘했어요(...) 약골이 아니었구나.

  톰의 비밀은 산산히 깨어졌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제어하고 있는게 흥미로웠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건 사실 톰인데, 그는 에디나 잭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폭력성을 제어한다. 반항하는 잭의 뺨을 때리고서 자기가 되려 놀라는 모습이나, 에디를 강간하는 것 같았던 섹스 후에 그를 놓고 떠나는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이게 보면서 웃기는 거다. 그는 자신의 본능을 완벽하게 제어하니까 오히려 약한 것처럼 비춰지는 아이러니가 웃겼다.

  톰이 가족에게만 그러할 뿐 실제로는 냉혹한 살인마라는 건 그가 형 리치(윌리엄 허트)의 연락을 받고 필라델피아에 갔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자기가 불리안 그 시점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자기 폭력성을 숨김없이 드러내 모두를 몰살시켜버리니까. 여튼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톰의 폭력성이 드러났다 말았다 하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 인내력 대장...!

  그렇게 냉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에 집에 돌아왔을때 톰은 또다시 약자가 되어버린다. 식탁앞에서 머뭇대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고, 그런 그를 구원해주는 건 그의 천진난만한 막내 딸이다. 폭력에 물들지 않고 폭력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알지 못하는 그 애가 내미는 손길에 톰은 구원받는다. 연이어는 폭력의 맛을 알았으나 톰처럼 자제할 줄 아는 아들. 마지막에 남은 것은 폭력성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에디인데, 에디의 반응은 완벽하게 나오진 않지만... 그와 에디가 마주보는 시선 속에 감정들이 깊은 것 같아서 묘했다.

  여튼 이모저모 의미 말고도 재미있었다... 진행이 아주 폭풍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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