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롭 라이너 (1989 / 미국)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캐리 피셔, 브루노 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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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인가 봤는데, 어제 케이블에서 하길래 또 듬성듬성 봤음.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만 무성히 들었지 제대로 본건 작년이 처음이었는데, 뭐 재미있네... 라고 생각했었던 작품이었다. 근데 그건 내가 그동안 본 로맨틱 코미디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고, 영화 개봉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굉장히 신선한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제 또 보고서야 했다. 식당에서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여자라니, 그건 지금도 조금 신선한 소재. 게다가 어제 두 번째로 본 거였는데도 재밌었다;

  생각보다 해리(빌리 크리스탈)와 샐리(맥 라이언)의 만남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서 놀랐다. 나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처럼 짧은 기간을 다룰 줄 알았는데, 십년이 넘는 시간을 옥신각신하면서 정이 드는 걸 보여주고 있다. 둘이 친구가 되는 과정까지가 특히 재미있었다. 그냥 둘이 친구로 남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해리 말대로 남녀 사이에는 섹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되어 버린 꼴이 되어서, 그게 좀 안타까웠음. 저런 남자 친구 한명 쯤 있어도 되게 좋을 것 같아. 우리 나라에선 좀 어려울까?

  한번에 푹 빠져드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것도 사랑. 해리와 샐리는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하다 싶을 때 섹스라는 매개를 통해 사랑으로 건너 뛰어 버린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아쉽다. 왜 다른 행동으로는 사랑으로 뛰어넘지 못할까... 서로의 취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연인에게 미묘하게 신경쓰이는 상태를 왜 깨닿지 못하는걸까. 왜 말로는 서로의 진심을 전하지 못할까. 역시 언어는 즉흥적인 행동보다 어려운 걸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섹스를 통한 관계의 급진전은 팬픽에서 자주 써먹는 방법이긴 하지만() 음 역시 뭔가 아쉬워. 무엇보다도 해리와 샐리니까.

  이런 아쉬움을 모두 덮어줄 수 있었던 건 역시 해리의 마지막 대사. 은연중에 스며든 사랑을 고백하는 이 덤덤하고 얄미운 고백이 얼마나 진솔하게 다가오던지.  

I love that you get cold when it's seventyone degrees out,
I love that it takes you an hour and a half to order a sandwich,
I love that you get a little crinkle above you nose when you're looking at me like I'm nuts,
I love that after I spend a day with you I can still smell your perfume on my clothes
and I love that you are the last person I want to talk to before I go to sleep at night.

무더운 날씨에 감기나 걸리고,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는데도 한시간반은 걸리는 널 사랑해.
날 바보 취급하며 바라볼 때 코에 작은 주름이 생기는 네 모습과
너와 함께 지내고 난뒤 돌아올 때 내 옷에 밴 네 향수 냄새를 사랑해.
내가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이기에 널 사랑해.

 
  귀엽고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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