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피
감독 마크 팔란스키 (2006 / 영국, 미국)
출연 크리스티나 리치, 제임스 맥어보이, 캐서린 오하라, 리즈 위더스푼
상세보기

    아침에 케이블에서 하더라. 그땐 다 못봤었고 나중에 연이어서 봤다. 크리스티나 리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아하고 있고, 제임스 맥어보이도 그 슬픈 얼굴상이 좋아서 꽤 좋아했던데다... 초반 분위기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판타지 동화 같았다.

  말 그대로 동화를 섞어놓은 듯한 이야기였다. 집안에 내려진 저주 탓에 돼지코를 달고 태어난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엄마(캐서린 오하라), 아빠(리처드 E. 그랜트) 사이에서 자라나 자아를 찾게되고 진실한 사랑을 품은 남자도 만난다... 이거 어째 미운오리 새끼.

  뭐 현실일 수 없는 상황이 이미 정해져있다 보니까 그 뒤에 어떤 설정이 붙더라도 그냥저냥 괜찮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윌헨 집안에 저주를 건 마녀가 현재 윌헨 집안에 있는 집사 제이크(마이클 피스트)라던가 하는 설정 말이다. 하지만 그 외의 판타지 외적인 부분은 사실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아무리 저주를 풀기 위해서, 부모님의 독촉에 의해서라고는 해도 그렇게 자기를 역겨워하던 에드워드(사이몬 우즈)와 결혼식까지 간다는 게 영. 그리고 꼭 그때 가서 '지금 이대로의 자신이 괜찮다'라는 걸 깨닫는 주인공이라던가. 상식적으로 돼지코를 달고 있는데 괜찮을 수가 있냐...

  맥스(제임스 맥어보이)가 (조니라고 해야하나?) 페넬로피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짧아서 아쉬웠다. 뭔가 정신적으로 교감이 크게 있었어야지 좋아하던지 말던지 하지. 어정쩡한 감정진행이라 요게 좀 걸렸다.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을 타고났다고 하기엔 너무 허술하고. 완연한 도박중독자가 손을 한번에 털고 훅훅 나오는것도 좀 계기가 미약하다 싶었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돼지코를 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 단기간에 반한다는게, 또 그 사람을 생각해서 당신과 결혼할 수 없다고 하는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아,뜬금없는데 조니가 일하던 재즈 바 주인으로 러셀 브랜드 나온거... 잠깐 나온거지만 엄청 잘어울렸다ㅋㅋㅋ

  완전한 악역은 없었던 것 같다. 사악하다기보단 심술맞게군다는 느낌이었다. 기자인 레몬(피터 딘클리지)나 어쩌다 페네로피에게 당해 정신착란으로 기사가 나가게 된 에드워드나... 본성이 악하다기보단 그냥 삐쳤구나? 복수심이로구나... 이런 느낌...? 레몬이야 사건들이 이후에는 심통난 채 이리저리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에드워드도 뭐 막판의 막판에 가서는 약간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 레몬의 심정이야 백번 이해가 가고, 에드워드도 그럭저럭. 너무 찌질하게 나와서 미워할 겨를도 없었다. 사이몬 우즈는 백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만과 편견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뭐 거기선 얄밉진 않았지만.

  페넬로피가 세상을 나가서 사귀게 된 친구인 애니(리즈 위더스푼)나 바텐더 잭(리처드 리프)는... 글쎄. 그렇게 비중있었나? 맥스와 그랬던 것처럼 감정교류를 쌓기도 전에 모든 것이 밝혀져버린 느낌이다. 세상에 페넬로피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한 박자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가 나온 거 같은... 뭐 안 나왔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아 뭔가 단점만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봤다. 그냥 한 편의 동화를 본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국내 포스터 동화처럼 만들려던건 알겠는데... 제임스 맥어보이 포샵 너무 심하게 했다. 누군지 모르겠잖아...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0) 2010.05.18
아바타 (Avatar, 2009)  (4) 2010.05.02
로리타 (Lolita, 1997)  (0) 2010.04.27
데미지 (Damage, 1992)  (0) 2010.04.16
엘리자베스 1세 (Elizabeth I, 2005)  (0) 2010.04.13


오만과 편견
감독 조 라이트 (2005 / 영국)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브렌다 블레신, 도날드 서덜랜드
상세보기

  비몽사몽 소설을 읽고 내친김에 영화까지 봤다. 오만과 편견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무슨 의미 붙이고 이딴거 다 제껴두고, 그냥 소설로서 재미있고 읽으면서 즐거웠다. 오래된 연애소설. 아무리 리지가 똑똑하게 구는 모습이 나와서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이니 뭐니 나불거려도, 다아시의 완벽한 모습에 신데렐라를 바라는 여자들의 소망이 들어가 있지 않을리가 없잖아.

  아무튼 영화 오만과 편견은 각색이 산뜻하게 잘 된 작품. 소설의 오밀조밀한 에피소드를 제한된 시간 안에 담아내느라 아무래도 많이 깎여나가긴 했지만, 소설을 보고 봤는데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보이는 편집이었다. 시간배열이나 인물을 대거 편집한 건 마음에 든다. 가드너 부부(피터 와이트, 페네로피 윌튼)같은 경우는 필요한 만큼 이외의 비중이 확 줄었으니까. 처음엔 너무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와 다아시(매튜 맥퍼딘) 둘 사이의 감정에 치우쳐 있지 않나 했는데 뭐 생각해 보니 소설도 그랬어...

  엘리자베스나 다아시 모두 원작의 캐릭터가 활발하게 잘 살아났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정말 현대 여성같은 그런 모습이 있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영화라서 소설 안에서만큼 진지하고 똑순이인척 하는 모습이 덜 들어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다아시의 경우엔 음 다 좋았지만 매튜 맥퍼딘이 워낙에 슬프게 생긴 얼굴(...)이라 원작에서처럼 오만방자하다는 느낌은 덜 살았다. (이런 부분에서 BBC 드라마 판의 콜린 퍼스 캐스팅은 너무도 완벽했지.) 도리어 사랑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여졌다. 사람을 나긋나긋하게 대할 줄 모르지만 자기 사랑앞에서 당당하고, 거절당하면 당황하고 그러는 모습들이 생동감 있는 것은 좋았다. 두 번에 걸친 사랑고백 씬은 정말 모든 여자들의 꿈을 다 담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빙리 씨(사이몬 우즈)나 제인(로잘먼드 파이크)의 연애는 그냥 풋풋하고 순백의 이미지. 워낙에 두 캐릭터가 순진해빠진 인물들이라... 그런데 빙리 씨 소설 보면서 느꼈던 이미지보다 더 백치같고 그랬다. 배우는 좋았지만 이미지가 그랬다고...

  소설에서 짜증나던 캐릭터들은 영화안에서도 짜증나더라. 베넷 부인(브렌다 블레신)이나 막내 리디아(지나 말론)는 영화에서도 짜증 만발. 베넷 씨(도날드 서덜랜드)는 소설보다 좀더 느긋하고 생각없다는 느낌... 메리(타룰라 라일리)나 키티(캐리 멀리건)는 소설보다는 의외로 비중을 주지 않았나. 위컴(루퍼트 프렌드)은 소설 안에서는 그래도 초반에는 아 괜찮네, 다정하네.. 이러다가 변모하는 캐릭터였는데 여기선 처음부터 그냥 짜증나고 허세있고 그런 모습이었다. 내용을 알아서였을까? 음 그건 아닌 것 같다.

  콜린스 씨(톰 홀랜더)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보기 싫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왔다. 샬롯(클로디 블레이클리)은 소설보다 간결하지만 생각보다 인상이 깊었음. don't dare judge me 이러면서 총총 뒤돌아가는 모습이 참 쓸쓸하면서도 그런 느낌. 캐서린 드 보아 공작부인(주디 덴치)은 짜증스러우면서도 오만한 모습이 잘 살아났다. 빙리 양(켈리 라일리)은 조금 심심했던 것 같다. 생각만치 눈에 띄는 얼굴도 아니었고.

  재미있었음! 소설 보고 바로 직후에 봐서 더 재미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