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살와 바크르 (아시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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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사회구조가 여성들을 구속하는 구조라는 것은 전 세계 누구나가 알고 있다. 사회 뉴스면에서 그려지는 이슬람 여성의 실상은 어둡고 칙칙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그 내부에서 어떤 자세한 핍박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살와 바크르의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는 이슬람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이며, 그들의 삶을 고발함과 동시에, 그러한 사회 속에서 성장한 여성들의 내면 심리 또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그 안에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있는 여주인공 아지자와, 그녀의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책은 이슬람 여성사회의 현실을 고발한다. 이것을 소개해내고 있는 소설의 구조 자체는 옴니버스 형식의 것으로 평범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낼 장소가 여자교도소라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느꼈다. 그 사회 안에서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이고 동시에 충격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살와 바크르가 이 여자 교도소라는 장소를 택한 것은 여러 의미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느낌이었다.

  화자인 아지자에서부터 시작되는 그들 핍박의 이야기는 너무나 참혹하고 정도를 벗어나 때로는 불쾌감을 준다. 이 불쾌감은 이 이야기가 온전히 픽션일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소설을 통해 잘 꾸며낸 이야기를 보는 것과 동시에, 여성이 차별당하는 현실을 노골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불쾌감은 기원하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의 현실 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았을 때의 느낌 같이 말이다.

  여자교도소의 수감자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아주 어린 여성에서부터 나이 든 노인에까지 걸쳐 분포되어 있는 수감자들은, 그 사회에서 지워진 굴레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나이 열여섯에 처음 교소도에 들어왔었고 몇 번의 반복을 계속한 사피야는 어릴 적부터 교도소를 동무삼은 인물이다. 끝까지 참고 참으라던 어머니의 말을 되새겼던 힌나는 결국 노인이 되어서는 남편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살해한다. 이렇듯 나이를 불문하고 그들 사회의 굴레는 지워져있다.

  나이 뿐 아니다. 배운 자와 안 배운자를 더불어 그렇다. 지식인과 비지식인을 차별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든 안 했든 그들이 결코 그 사회를 벗어날 수 없었음을 말한다. 바히자 압둘 하크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여자이다. 단 한 번의 마취 실수로 그녀는 교도소에 오게 되었다. 그녀의 삶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세계의 그것이다. 사회논리를 수긍하여 혼전순결을 지키려 했지만 그 때문에 약혼자는 떠났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계급사회 탓에 신분상승을 하지 못했다. 노력하는 자에게도 희망은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있음이다.

  이 사회에서는 가족 또한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들 또한 굴레에 지워진 자로서,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굴레를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샤피카 알마트울라가 구걸행위로 교도소에 들어왔지만, 사실 그녀가 정신을 놓게 된 계기는 친부의 자매 살해 때문이었다. 존속살해의 이러한 행위는 그들 사회 속에서 가족적인 수치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지만, 사실 개개인의 입장에서 그것을 너르게 두고 이해하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불쾌했던 것은, 여성의 편이어야 할 여성조차 여성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앗아가고 착취하는 대상에는 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빠지지 않는다. 아이다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엄마의 존재는 모성애를 보여주지 않는 존재이다. 이 이야기 안에서 아이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엄마의 존재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는데, 어쩌면 이 끔찍함을 보완하기 위해 살와 바크르는 움무 알카이르의 존재를 등장시켰는지 모른다.

  하나 안쓰러웠던 부분을 꼽자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사회에 물들어 무엇이 근본부터 잘못되었는지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장 한 가운에데는 당연히 아지자가 있다. 아지자의 정신분열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나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시종일관 새아버지로부터 당했던 성폭행의 기억을 사랑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아동 성폭행에 지나지 않는 그것은 결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런데 이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은 아지자의 새아버지가 아니라 피해자인 아지자 본인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세뇌되어버렸다는 느낌에 씁쓸한 뒷맛을 감출 길이 없었다.

  정신분열증 아지자가 바라는 ‘황금마차’는 구원의 상징이다. 그러나 책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그것은 동시에 구원의 존재가 될 수 없다는 한계로 규정되어져 있다. 이러한 모순의 모습은 소설을 보는 내내 먹먹한 기분을 가슴 속에서 떨쳐낼 수 없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이것은 결코 구원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정신분열증 환자가 화자라는 점에서 예상한 바였지만, 그 안에선 구원의 희망을 찾을 수가 없어 슬펐다.

  아지자는 황금마차에 태울 사람을 선별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준비하라 말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아지자의 황금마차에 실제로 탄 여성은 없다. 모든 것은 아지자의 환상일 뿐이다. 그 황금마차 위에 올라 승천하는 순간 동시에 아지자의 숨은 끊겨 버린다. 황금마차가 승천했다는 것은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아지자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의 구원 의미는 현실 세계에 닿을 수가 없었다. 살와 바크르는 이런 비극을 통해 이슬람 사회의 구원없는 현실을 더욱 냉혹하게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에서 드러나는 여성 차별의 모습은, 어느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여성차별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물론 존재하긴 하지만, OECD국가 중 여성차별국가로 순위권에 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또한 긍정적인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이 책이 이슬람권의 여성들에게 어떠한 깨달음의 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자신들의 사회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문화권의 여성들에게도 영향이 없다 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는 그 교훈을 여전히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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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과제. 어우, 이 소설 재밌지만 너무 불편하다. 그 결말까지도 상상 초월로 불편하다. 픽션이지만 현실에 바탕을 둔 것임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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