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샬럿 브론테 (민음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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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술 읽히는 편이었는데 게을러서 읽는데 좀 걸렸다. 총 두 권. 초반엔 진행이 더딘 듯 했는데 어린 시절 이야기만 지나가면 진행이 꽤 빨랐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나랑은 좀 맞지 않았던 작품. 어디로든 다시 되팔 생각이다. '오만과 편견' 읽을 때처럼 아 연애 이야기구나, 답답하지만 귀엽고 산뜻하구나. 요런 감정을 바랐는데... 얘네가 연애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겠고, 제인의 독립적인 여성상은 내게 와닿지도 않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고아로서 환경을 이겨낸 여자라고 하기엔 미묘한 구석이 있고, 제인의 사상이 워낙에 기독교적 가치관에 바탕을 둔 탓에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랬던 소설. 주체적인 느낌이 있긴 한데, 이게 소설이 쓰여졌을 당시에는 엄청나게 주체적이라는 느낌이었을진 몰라도 지금 보기에는 그냥 그랬다.

  고아가 되어 외숙모의 집에 얹혀 살다가, 시설이 좋지 않은 기숙사 학교에 맡겨져 자랐고 후엔 가정교사가 된 제인 에어가 있다. 어릴 때부터 바득바득한 성격이 강조되는 여자인데... 커서도 그 성격은 비슷비슷하다. 가정교사로 간 집에서 그 집의 주인 에드워드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할 뻔 했으나 로체스터에게 숨겨진 부인(미쳤지만 어쨌건간에 살아있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몹시 사랑하지만 그의 영혼을 타락시키지 않기 위해' 그 집을 떠나 며칠동안 고생을 한다. 아, 거지같이 살았다곤 하나 단 며칠 뿐이었다. 그러다 어떻게 굶어 죽을뻔 한 것을 목사인 존 리버스, 그리고 그의 동생들인 다이애나와 메리를 만나 구제받는다. 생활을 하다보니 만나지 못한 외숙부에게서 꽤 큰 재산을 물려받게 되고, 또 알고보니 세인트 존, 다이애나, 메리는 자신의 사촌이었다... 뭐 그런. 세인트 존에게서 구애(인지 강요인지)를 받으나 그걸 물리치고 또다시 로체스터를 찾아나서는데, 자기가 그런 일을 겪는 사이에 로체스터는 미친 부인이 집에 불을 내 그걸 구하려다 장님에 한 팔을 잃어있었고 따라서 여태까지 꺼지지 않은 사랑의 불씨를 다시 지펴 로체스터와 결혼하게 되었다. 짝짝.

  ...인데 뭐랄까 음. 자기보다 스무살은 많은데다 고집이 세고, 일면 험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거기다가 결혼사기미수!) 로체스터의 매력이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 데다, 제인이 겪는 고난이란게 내 눈에는 엄청나게 고되어 보이지 않았고(뭐냐 이 바득바득한 자존심은 이란 느낌이었다), 결정적으로 자기 스스로 운명을 개척했다기엔 너 유산받았잖아... 이런 느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지 그다지 읽으면서 떨리거나 흥분되었던 감정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약간 밍숭맹숭한 스토리인지라 약간 실망했다.

  그나저나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연애는 다 왜 이 모양인지, 로체스터 영혼 타락 방지를 위해 손필드를 떠나는 제인도 그렇거니와, 로저먼드를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더 큰 사명을 받들기 위해 로저먼드에게 뭔가 할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세인트 존이나 답답해서 짜증이 났다. 세인트 존은 그나마도 약간 이기적인 느낌이 있어서 그래 그렇다 싶었지만 제인이 떠나는 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서리. 기독교 사상이 묻어있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제인의 로우드 자선학교 시절 친구인 헬렌 뿐이었다. 이 쪽은 담담하면서도 초연한 느낌이 많이 있어서 그런가 그 죽음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재미가 아예 없다기엔 뭐한데, 어릴 적과 학교에서의 이야기 쪽이 뒷부분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었고... 그 이후에는 인물들의 사상이 나랑 대치되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밍숭밍숭한 기분으로 봤던 것 같다. 굳이 시간내서 또 읽고 싶지는 않았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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