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2006 / 일본)
출연 나카타니 미키,에이타
상세보기

  이거 개봉 당시에 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언제나 그랬듯 이제야 봤다. 전작인 불량공주 모모코를 꽤 재밌게 봐서 이것도 그런 식으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으 이거 무슨... 그냥 잔혹동화. 알록달록 예쁘게 환상적으로 꾸며놓았기에 받아들일 때 직접적인 고통이 덜하지만, 오히려 더 기괴하게 비틀어진 채 슬퍼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보기 힘들어.

  한 마디로 카와지리 마츠코(나카타니 미키)라는 여자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망가져 굴러떨어졌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이미 카와지리 마츠코가 죽은 시점에서 조카인 쇼(에이타)가 그녀의 죽음 이야기를 들어가는 과정이라서, 결말이 정해진 탓에 보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사랑과 희망이란 말로 포장을 해도 내겐 와닿지가 않는단 말이다. 주는 것이, 베푸는 것이 그 사람의 뭔가를 나타내주면 뭐하냐. 본인은 버려지고 채이고 얻는 게 없는데. 게다가 아픈 여동생(이치카와 미카코)만 아끼는 아버지(에모토 아키라)의 애정에 목말라 그런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한들, 이 여자가 만들어가는 인생은 자기가 자초한 게 너무나 크다. 한 번 상처 받을 때 배우는 것도 없고, 계속해서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진짜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문제 해결 방식도 그랬고. 솔직히 초반부에 류 요이치(카가와 테루유키)와 관련하여 사건이 벌어졌을 때 처신만 잘했어도 학교에서 쫓겨나진 않았을 텐데 고 부분에선 본인 성격 탓이 너무나 커서 짜증이 폭발. 그 땐 동정도 안갔다...

  그 뒤 남자들 만나고 생활하면서 상황 판단하는 방식이 애처로울 지경. 우째 이렇게 최악의 남자만 골라서 만난단 말이냐. 작가였던 첫번째 남자 야메가와 테츠야(쿠도 칸쿠로)와의 관계는 그렇다 쳐. 폭력이나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처음이잖아. 근데 두번째 샐러리맨 남자(게키단 히토리)부터가 완전 꼬였다... 그 남자한테 차였다고 업소 여자가 되는 것도 그렇고, 건달 오노데라(다케다 신지)랑 살다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도 완전 본인 탓이지 않느냐... 이건 온전히 남자 탓만 할 수가 없다고. 그나마 착한 이발소 남자(아라카와 요시요시) 만나면 뭐해. 한 달 살고 잡혀가는데... 감옥에서도 이 남자 하나 바라보고 미용사 자격증 따는 것도 난 좀 웃겼다. 삶의 모든 이유가 애정이야. 이래서야 행복할 수가 없잖아 싶고. 기껏 사귄 친구 사와무라 메구미(구로사와 아스카)도 외로움을 이유로 쳐내버리고... 모든 진행이 안타까움. 현재가 지옥이니 더 나빠질 게 뭐 있느냐며 야쿠자가 된 옛 제자 류와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그걸 기다리는 것도 모두 바보스러웠다. 이후 진행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런고로 이 영화에서 받은 교훈은 하나도 없다. 진심으로 하나도 없다. 그냥 비참한 이야기를 특별한 형식으로 본 게 신기한 정도. 불쌍하고 애처로와. 근데 그게 끝이야.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듯한 이야기를 보며 대체 뭘 느껴야 하는거냐.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꺼져. 그래서 마츠코가 얻은 게 뭔데? 자기가 만든 정신학대? 그걸 가리는 자기만족?

  형식은 재밌고 영상도 즐거웠지만 그냥 불편했다.


메종 드 히미코
감독 이누도 잇신 (2005 / 일본)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타나카 민, 니시지마 히데토시
상세보기

  어찌 보면 퀴어영화인데, 퀴어영화보다는 화해... 인간적 해소.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스토리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게이 아버지를 둔 사오리. 사오리는 명백한 호모포브이다. 아버지는 히미코. 히미코는 늙어서 게이들만의 양로원인 메종 드 히미코, 곧 히미코의 집을 만든다. 그러나 죽어가는 상황. 사오리는 히미코의 애인인 하루히코의 꾐으로 우연찮게 히미코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의 게이들과 생활해 나가면서 패그해그로 전환한다. 

  영화에서는 사오리가 패그해그로 전환하는 모습이 인간적인 설득력을 담아서 진행한다. 때문에 때때로 웃음을 짓게도, 울상을 짓게도 만든다. 히미코의 애인인 하루히코가 가지는 불안감과 욕심들의 모습도 적당히 설득력 있었고, 그 때문에 사오리에게 인간적 관심을 더 쏟게 되는 것도 이해할 만 했다. 중간 즈음에 옷을 갈아입는 장면, 집단 군무 장면이 특별히 재밌었다. 사오리에게 손을 못 대는 하루히코를 보면서는 조금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영화는 참 깨끗하다. 밝은 화면과, 어둡지 않은 화해의 이야기. 소외된 한 집단의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즐겁게 풀어나가진다. 중간 중간 겪게 되는 시련들은 그다지 크지도 않았고... 나는 나름 깔끔하고 정돈된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보고 나서 어떤 감정에 시달린 것도 아니었고. 그냥 말끔한 영화.
 
  조리되지 않은 깔끔한 영화. 일반적인 틀에서 나올 수 있는 깔끔함. 나는 좋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