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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심윤경 (한겨레신문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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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장편이지만 꽤 잘 읽히고 이어지는 맛이 강해서 두어시간이면 다 읽을 것 같다. 나는 텀을 두고 읽었는데 텀 안두고 쭉 읽는거 추천하고 싶은 장편이었다. 어른스러운 점이 있는 아이, '동구'의 시선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가부장적인 아빠, 시집살이를 독하게 시키는 할머니, 다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살고 있는 동구의 집에, 동생 '영주'가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 이야기가 좀 섞여 있어서 그 시대 정치상황을 비춰주긴 하는데 이게 꼭 주는 아니다. 오히려 가족간에 벌어지는 갈등이 더 눈에 들어오고 (특히 고부갈등), 겉으로는 철없는 아이처럼 비춰지는 동구의 알차고 어른스러운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사에 집중해서 보는 편이 내게는 더 즐거웠다는 거.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싸움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른들이 생각없이 던지는 말에 아이가 어떤 식으로 상처를 받는지 하는 일들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어린 영주를 챙기는 동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릿해진다.

  동구네 집은 볼수록 열이 받으면서(...) 책장을 덮지는 못하게 하더라. 이건 마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야... 진짜 이렇게 못된 시어머니와 이렇게 짜증나는 남편이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근데 있었겠지... 아주 많이. 시대가 좀 바뀌어서 다행이다. 나는 아무리 봐도 저렇게는 못살 것 같아...

  주리네 삼촌과 박선생님, 이태준으로 대표되는 그 시절의 깨어있는 무리들은... 긍정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그만치 좌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아이의 시선을 통해 중화되는 그 부분도 마음에 들었었다. 여기에 나오는 동구는 한없이 순수하고, 착하고 또 어른스럽다. 비록 주변의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동구가 생각하는 것들이 동구의 아빠보다 더 어른스럽고, 상황 판단이 잘 된다 생각될 때가 있다. 특히 결말쯔음 가서 동구와 동구 아빠가 중국집에서 요리를 먹는 장면에서 그랬다.
 
  재미있는 성장 소설인데... 아 근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을에 읽기 적당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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