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감독 맥지 (2009 / 영국,미국,독일)
출연 크리스찬 베일,샘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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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생각 없었는데 티비에서 하길래 뒹굴거리다가 봤다. 사실 원티드가 더 보고 싶었는데 내가 틀었을 땐 그거 다 끝나가서... 패스하고, 이어서 하던 이걸 보기로 함. 워낙 악평을 많이 들어서 안보고 싶었던 건데, 일단 크리스찬 베일도 나오고 해서 봐도 손해는 없겠다 싶었다.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좀 놀랐다. 물론 전체적인 짜임새는 엉성한 곳이 있고, 완급 조절도 좀 안되는 데다, 캐릭터 배분도 약간 이상하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봤다. 이미 성장해서 혁명군이 된 존 코너(크리스찬 베일)의 이야기가 주인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는 않고, 그보다는 마커스 라이트(샘 워싱턴)라는 인물에 더 집중되어 있다. 이건 배트맨 비긴즈의 조커 정도의 비중...? 아, 존 코너 아버지인 카일 리스(안톤 옐친)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 십대인 모습인지라... 1편에서 보았던 훈훈한 그 남자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니 맘이 짠... 카일은 좀 더 캐릭터 살려도 좋았을 텐데 그냥 마커스랑 엮이면서 나오는 정도고, 존 코너도 고뇌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전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서 더 성장할 구석이 안보였다. 마커스는 그보다 좀 더 비밀에 쌓여있고, 더 고뇌가 있을 법한 인물이라서 좋았다. 그나마도 잘 이용해 먹진 못했지만...

  주인공은 마커스라고 생각하고 봤다. 한 번 되살아난 살인자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두 번째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지켜보게끔 만드는 인물이었다. 호기심을 유발하기에는 또 너무 단순한 인물설정인지라 그 이상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흥미롭긴 했다. 그다지 착한 인물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지켜보다보니 이건 츤데레가 아닌가. 사랑에 빠져 세레나(헬레나 본햄 카터)박사에게 시체 기부하는 것도 그렇고, 안도와 준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카일과 스타(제이다 그레이스)를 구하려고 아둥바둥 대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자기 몸 망쳐가면서 그렇게까지 존 코너를 도와줄 필요도 없었는데... 그래 요 부분이 연결고리가 참 약해...

  아내(블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참 뜬금없이 나왔다 했는데 3편에서 나온 설정 때문이라더라. 3편을 안봐서 모르겠어. 아내는 진짜 조연 축에도 못드는 수준이었고, 오히려 같은 비중이라면 전사인 반스(커먼) 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건 당연히 블레어(문 블러드 굿). 근데 캐릭터로 치면 좀 형편없었다. 마커스 뭘 믿고 그렇게 도와주는데ㅋㅋㅋㅋ 실제로 배신자였으면 어쩔라구. 아 결론적으로 보면 존 코너 위치 알려준 셈이 되기도 했지만... 캐릭터 배분이 진짜 이상했던게 중간에 카일 일행을 도와준, 일반인 무리의 할머니 버지니아(제인 알렉산더)도 좀 더 뭐가 있을 법했는데.. 어쩡쩡하게 나오다 말았다. 안습.

  결말은 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저 마커스를 어떻게 처리하려나 봤더니만... 아.. 그놈의 심장... ㅋㅋㅋㅋㅋ 너무나 인간적인 클리쉐. 살아있는 애 죽여서 심장 꺼내 기증하는거랑 뭐가 다른가! 차라리 마커스를 살려내 이놈들아.. 울부짖음ㅋㅋㅋ

  장점보다 단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그런지 괜찮게 봤다. 연기들도 좋았고. 크리스찬 베일 연기가 오히려 좀 평면적이라 재미가 없었는데, 못했다는 건 아니다. 안톤 옐친은 참 잘한다. 말없는 역할이었던 제이다 그레이스도 마음에 들었고.. 샘 워싱턴은 그저 귀요미입니다 여러분. 귀요미쨔응...

스타트렉 : 더 비기닝
감독 J.J. 에이브람스 (2009 / 미국)
출연 크리스 파인, 잭커리 퀸토, 존 조, 조이 살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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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 마지막 날에 아슬아슬하게 봤다. 일주일 지나고 나서야 감상 쓰다니... 뭐 쨌든 영화관에서 보길 잘한듯. 집에서 봤으면 맛이 떨어졌을 것 같다. 외국에선 인기 꽤 끌었던데 우리나라에선 생각보다 흥행이 안 된 느낌. 왜일까. 개인적으로는 스타워즈보다 스타트렉이 더 즐거웠다. 텔이랑 유네랑 같이 봤는데 셋이 완전 뻑갔음. 스..스팍..ㅜㅜ 쟄..ㅜㅜ..

  스타 트렉 시리즈야 워낙에 TV시리즈로 유명하니까 이름은 들어봤었다. 거기에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 보다 보면, 아무래도 스타트렉에 대해 모를 수가 없다. 레너드 니모이라는 이름까지도 알고 있었으니까 스팍(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레너드 니모이가 맡았던 캐릭터)에 대해서는 좀 알았던 셈인가? 그래도 다른 캐릭터들은 정말 하나도 몰랐고, 지금도 오리지널 시리즈의 내용 구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기껏해야 캐릭터에 대해서만 좀 알고...

  하지만 스타트렉 더 비기닝, 속칭 뉴트렉은 과거의 시리즈를 몰랐던 사람이라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과거 팬들이라면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많겠지만, 아무튼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거다. 거기에 이미 노쇠해버린 이 시리즈를 재미있게 살려보려는 대담한 시도를 해버리고 마는데, 크. 난 이게 미치도록 좋은 거다. 프리퀄인척 하더니 전혀 다른 시리즈의 시작을 만들어 버렸어.

  아무튼 이로 인해 제대로 바뀐 캐릭터가 짐 커크(크리스 파인). 오리지널 커크보다는 뉴트렉의 커크 성격이 훨씬 마음에 든다. 나로서는 책벌레 커크는 상상도 안될 정도로 뉴트렉의 커크에게 푹 빠져버렸다. 이런 악동 캐릭터를 꽤 좋아하는 탓이다. 희대의 츤데레 스팍여사(재커리 퀸토)께서는 나름 오리지날의 성격을 유지하고 계신데, 아... 감정 제어니 뭐니 하면서도 결국은 감정폭풍에 둘러싸여있는 이 벌칸 출신 외계인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오리지날의 성격을 버리지 않고 나올 수 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그 외에 엔터프라이즈호의 다른 캐릭터들 묘사는 아무래도 좀 설렁설렁하게 넘어간 감이 있긴 하다. 상영시간의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니요타 우후라(조 샐다나)는 뜬금없는 스팍과의 러브라인만 빼면 뭐 똑부러지고 좋았다. 아니 다시 생각해도 스팍과의 러브라인은 너무나 뜬금이 없어... 어떻게 봐도 짐이랑 되어야 맞는 거 아니었냐... 닥터 맥코이(칼 어번)는 원작에서는 꽤 비중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좀 분량이 적었음. 후편에서의 모습이 조금 기대된다. 술루(존 조)는 엉성하면서도 강단있는 게 보여서 귀여웠고, 체콥(안톤 옐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 이상 줄일 수가 없다ㅋㅋㅋㅋㅋㅋ영화관에서 폭소했다 진짜. 억양 어쩔거야. V를 W로 발음하는 강렬한 러시아 캐릭터... 넘 웃겼다. 언제 나오나 했다가 중후반부에나 등장한 스코티(사이몬 페그)는 정신없는 캐릭터로 좋았고. 본래의 함장이신 파이크(브루스 그린우드)는 음 정말로 생각보다 분량이 적었어요. 미래의 로뮬란에서 온 네로함장(에릭 바나)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 미래 스팍(레너드 니모이)이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그런 복수심은 대체 어디의 삐뚤어진 곳에서 나오신건지. 스팍 아빠인 사렉(벤 크로스)나 스팍 엄마(위노나 라이더)는 비중은 적지만 나름 강렬한 역할들을 하셨다. 스팍 영혼의 인도자들. 사족인데 사렉이나 스팍을 보면 벌칸인은 종족 특성이 츤데레가 확실하다.

  진행이 휙휙 빠르게 되어서 보는 데 즐거웠다. 인물 설명들을 확실하면서도 간략하게 끝내고 실제 사건으로 빠르게 돌입했었으니까. 게다가 커다란 사건들을 중간 중간에 터트려 주니까 끝까지 지루함 없이 보았다. 나는 커크와 스팍의 관계가 보기에 즐거웠는데, 걔네가 서로 귀찮고 원수같은 존재로 보다가 서로 협동하게 되는 과정 같은 게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커크가 외딴 행성에 버려졌을 때 미래의 스팍과 만나서 말하고 하는 상황 설정이 또 즐거웠음. 그 전까지는 웬수같은 뾰족귀 외계인새끼-_- 이렇게 보다가 시선이 확 바뀌게 된 듯. 뭐 그런 마음가짐으로 방금 어머니 잃은 스팍 앞에서 빈정대는 커크 속도 속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 때 스팍 확 폭발하는 게 나는 좋았지만... 나 왜 연애소설 리뷰하고 있니

  나 크리스 파인 그 전까진 별로 안 좋아했고 어떻게 된 건지 찌질이 이미지가 되게 강했는데(행운을 돌려줘 탓이다) 넘 멋있어졌다. 개구쟁이같은 느낌이야. 인터뷰도 막 찾아봤는데 재커리가 도발하니까 발끈하고 이러니까 또 귀엽고 ㅋㅋㅋㅋㅋ 재커리는... 할 말없다. 사실 난 재커리 때문에 스타 트렉을 봤는데, 히어로즈의 사일러를 너무 사랑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스틸 컷 봤을떄는 자지러지게 웃었었는데 이젠 그마저 귀엽다니. 내 인생도 끝이 난듯. 히어로즈 또 보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재커리 자기 얼굴로 안뽑혔다고 우기고 있는데 야임마 그런 놈이 오디션장에 스팍 머리와 스팍 눈썹을 하고 갔냐.. 본 순간 안뽑을 수가 없었을 듯. 나라도 뽑아... 낙타일러가 이제는 스팍이 되다니...ㅜㅜ

  에릭 바나는 분장을 참 잘했어요. 같이 봤던 테일이랑 유네랑 둘 다 못알아 봤더라. 하긴 나도 미리 알지 않았다면 못알아봤을 것 같다. 그렇게 잘 생긴 남자는 로뮬란이 되어도 포스가 있네요... 존 조는 여기 저기서 많이 진지한 역으로 봤었는데 여기선 허술해서 웃겼다ㅋㅋㅋㅋ 에이브람스가 일본계 아니라서 걱정했다는데 이런 역에서 그런 걸 신경쓰다니ㅉㅉ... 아무튼 뽑혀서 다행. 안톤 옐친은 나ㅋㅋㅋㅋ 몰라 봤다. 얘가 그 찰리 바틀렛이었다니. 윽 웃겨라 ㅋㅋㅋㅋㅋㅋ 사이몬 페그는 원체 좋아했는데 본래 자주 연기하는 캐릭터랑 비슷한 걸 해서 더 잘한 것 같다.

  내가 이 영화 본 뒤로 얼마나 지옥의 구렁에 빠졌는지 말도 하기 싫다... 내가 왜 유튜브에서 못나가야 하지... 아무튼 재미있었음! 후속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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