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알렉상드르 뒤마 (민음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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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타에게 빌려서 읽음. 5권 완결. 보고나서 재미있으면 살까 했지만, 재미는 있는데 확 내 취향은 아닌 것도 같아서 사진 않았다. 아무튼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건 틀림 없음. 다섯권이나 되는데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복수극이라는 걸 알고 봤는데도 왜 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익살스러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을까. 이게 다 어릴 때 본 아동용 책표지 때문이다... 처음 시간이 지나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서 등장했을 때 너무 냉정하고 매서운 얼굴이 떠올라서 약간 당황했었다. 하긴 14년이나 토굴감방에 처박혀 있다가 탈옥해서 오랜 기간 복수를 준비한 사람이면 당연히 냉혹한 건데...

  나는 초반 에드몽 당테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 탈옥하는 과정이 나오는 1권이 진짜 너무 재미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복수의 밑밥(!)을 깔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던 2-4권 중반 까지의 재미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거 같다. 1권-2권 초반, 5권을 볼 때는 페이지가 확확 넘어갔다. 개인적으론 1권이 가장 재미 있었다. 누명을 쓰게 되는 과정도 괜찮았고,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에드몽이 눈을 뜨게 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음. 탈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지막의 복수 자체는 내 생각보다 덜해서 그런가 카타르시스가 크지는 않았던 거 같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미치고 한 명은 전재산을 다 잃었는데도 나는 왜 덜하다고 느끼는걸까...

  에드몽을 모함해놓고 연인 메르세데스를 앗아간 페르낭, 에드몽이 위험에 처하도록 계략을 꾸민 당글라르, 자신의 출세를 위해 무죄인 것을 알면서도 에드몽을 감옥에 넣은 제라르 드 빌포르. 누가 더 악하다 하기 뭐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건 당글라르였다. 당글라르에게는 에드몽을 그 지경에 처하게 할 만한 이유가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보였기 때문에. 결말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살아남은 게 당글라르라는 것도 그래서 거슬렸다. 뭐 다들 벌은 받았지만 골고루 받은 것 같진 않다.

  모르세르 백작, 페드낭은 악당들 중 제일 찌질했다. 에드몽을 그렇게 몰아넣은 계기란 것도 그렇거니와, 출세하기 위해 알리 테베린을 배신하고 바실리키와 하이데를 노예로 팔아넘긴 범행 자체도 상당히 찌질했다. 에드몽을 그렇게 몰아넣은 뒤 올바르게 살았으면 복수를 이렇게 거하게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제 무덤 제대로 팠구나, 그런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안그랬으면 그냥 메르세데스랑 아들인 알베르 드 모르세르가 떠나는 정도로 끝났을 텐데.

  당글라르는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당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당한거래봤자 돈 전부 날린거... 뿐인거 같다. 아내 바롱과 이혼한 것도 자기 의지로 한거인데다가, 외제니 떠나간 것도 그렇게 슬퍼한 거 같지도 않다. 외제니와 안드레아 카발칸티(베네데토)와의 약혼이야 뭐 결혼해서 크게 피해입은 것도 아니고 그냥 깨진 거고. 외제니도 상처 안입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막판에 빌포르 가의 비극을 보고 마음을 '약간' 너그럽게 잡은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가장 비참해 보였던 건 빌포르인데, 여러 가정사가 엮여서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는 누아르티에는 자기 출세를 막아대는 자코뱅 당원이었지, 첫 아내는 사망, 두 번째 아내는 독살범. 아들 에두아르는 철부지, 살아있는 걸 간신히 알게 된 사생아는 탈옥범 베네디토다. 딸 발랑틴만이 그나마 멀쩡한데 유대관계를 못쌓았으니... 미쳐버릴 만도 했던게, 명성은 땅바닥에 떨어진 데다 아버지에게 기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발랑틴은 이미 죽은 걸로 알고 있었으며, 아내에게는 자살을 종용해 (안되겠다고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자) 아들 에두아르와 함께 죽게 만들었으니 미치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

  메르세데스는 여전히 메르세데스였지만 결투에 임한 몬테크리스토 백작 앞에서, 그가 에드몽 당테스라는 것을 알고도 알베르를 죽이지 말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해 보이긴 했다. 아들 아끼려는 심정이야 백배 이해하겠는데 앞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그럼 자기가 죽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도 그러는 게... 아니 집에가서 말할 거라고 앞에서 말이라도 해주던가. 뭐 전체적으로 인상이 선하긴 했지만 그닥 취향인 여자는 아니었다.

  모렐 씨 가족은 신의를 지킨 거 때문에 대대손손 복받은듯ㅋㅋㅋ 모렐 씨 자살하기 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거 너무 기뻐서 울뻔 했었다. 딸인 쥘리나 엠마뉘엘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이미지 좋게 나왔고... 장남인 막시밀리앙이 발랑틴과 사랑을 하는 게 로미오와 줄리엣 같아서 재미있었다. 막시밀리앙 참 건실한 청년인데 발랑틴 죽었다고 나도 죽을거야ㅜㅜ 이렇게 실의에 빠진 거 신기했다. 내 눈엔 그다지 낭만적이진 않았고 그냥 약간 웃겼다... 뭐 그래도 발랑틴이나 막시밀리앙이나 괜찮았다. 막시밀리앙 쪽이 좀 더 행동력있고 피동적이라서 좋았다.

  가스파르 카드루스는 인생을 좋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는데도 그렇게 못해서 씁쓸한 캐릭터. 오히려 부소니 신부로 분한 에드몽이 그에게 다이아몬드를 주지 않았던 게 그의 전체적 인생에 있어서는 더 낫지 않았을까. 다이아몬드 하나 때문에 아내인 카르콩트도 죽이게 됐고, 매매상도 죽이고... 또 탈옥해서도, 베네데토가 주는 돈에 만족했으면 괜찮았을텐데 더 욕심부리다가 결국은 죽어버렸으니. 욕심 많이 부리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캐릭터였다.

  베네데토는 따지면 악역이긴 한데 보는 재미가 있는 악역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사악까지는 아닌, 건들건들한 건달같은 느낌의 악역이었다. 빌포르와 당글라르 부인 사이의 사생아로써 그대로 자랐다면 에두아르처럼 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뭐 여러모로 생각없는 악역의 절정이었음. 살인자나 강도보단 사기꾼 타입의 악당. 잡히기 전에 하필 외제니와 그녀의 음악선생인 루이즈 다르미의 방에 추락한 것까지 잔재미가 있는 캐릭터였다.

  하이데는 복수극 안에서는 큰 역할을 했지만 정작 그 캐릭터로서는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공주님같은 캐릭터 안 좋아해서 그런가... 메르세데스보다는 하이데 쪽이 나아보이긴 한다. 알리같은 경우엔 내가 노예제도 이런 거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지 보는데 편한 캐릭터는 아니었음. 시종인 바티스탱은 잘 큰 역할로는 기억이 안나고, 집사 베르투치오는 베네데토와 엮여있는 부분에서 큰 역할을 했는데 이모저모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느낌.

  에드몽 당테스는 초반에는 순진 그 자체였다가 탈옥해서 복수의 시간을 다지는 동안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는데 이 캐릭터 변화가 꽤 볼만했다. 냉혈하면서도 가슴속에 불을 품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캐릭터이긴 한데 음 뭐 이런 소설에 이 정도 능력치와 자신감이라면 용인될 수준인 거 같았다. 평소엔 차갑기 그지없다가 모렐씨 가족을 만나면 사근사근해지는 것이 또 좋았던 캐릭터. 에드몽 당테스로서의 순진한 모습이 답답하긴 했지만 너무 차가운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좋지는 않았던 거 같다. 하이데와 행복해지면서 포근한 인간성을 되찾길 바라야지.

  음 읽는 동안 충분히 재밌었다. 명작은 역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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