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 (2008)

Wall-E 
9.3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벤 버트, 엘리사 나이트, 제프 갈린, 프레드 윌러드, 매킨 토크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SF | 미국 | 104 분 | 2008-08-06


  얼마 전에 지나 언니랑 봤었는데 또 보고싶어서 보고 좀 짠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사물이 주인공이 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말할 수 없다는 점이 독특하고 또... 굉장히 매력있게 그려내서 좋았다. 판타지인데 되게 설득력있다고 해야하나 가슴 울먹하게 하는 그런 부분들도 많았고.

  쓰레기로 가득찬 지구에 혼자 남은 청소 로봇 월-E(벤 버트). 월-E는 지구에 홀로, 아니 바퀴벌레와 둘이서만 남아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한 것인지 월-E는 홀로 남은 긴 시간동안 '의미있는 것들'을 모으며, 인간들의 영상을 통해서 손을 붙잡고 감정을 나누는 부분을 '배운다'. 인간이 버리고 간 행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있으면서 외로움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습득해버린 로봇이라니. 시작부터 좀 슬프지 않나. 이런 월-E의 모습은 지구상에 홀로 남은 생각하는 존재의 외로움을 보여주는 듯 해 애틋하더라... 그런 월-E에게 찾아온 이브(엘리사 나이트)와의 만남. 이 작은 존재가 이브에게 붙인 애착과 애정의 크기가 보여서 참 짠하고도 예뻤다.

   배에 올라탄 뒤의 일들은 모험도 모험이지만, 이브와 엮이는 부분에 가까워 모든 장면장면들이 즐거웠다. 특히 우주에서 이브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짠하더라. 인간들의 역할이 크진 않았지만 선장(제프 나이트)과 몇몇 인간 캐릭터가 보여준 노력들도 마음에 들었다. 모니터만 보며 멈춰있던 인간들이 진짜, 실질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 게 감격적이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퇴화한 인간들이 다시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게 이 작은 로봇의, 이브를 향한 사랑이라니 아이러니하고도 좋았다.

  월-E는 사랑 이야기였다. 인간들이 말로 내뱉는 구구절절한 무엇보다도 마음을 건드리는 애정이, 사랑이 보이는 그런 행동들이, 백마디 말보다 좋았다. 이브의 손을 다시 붙잡는 월-E의 손동작. 거기에서 참 많이 짠하고 또 감동하게 되더라.

  재미도 있었고 감동도 있었고... 좋았다.


코렐라인 : 비밀의 문
감독 헨리 셀릭 (2009 / 미국)
출연 다코타 패닝,테리 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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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할 거 없어서 발버둥 치다가 보았다. 크리스마스 악몽 악몽 감독 거라고 해서 관심은 있었는데, 이제야 보았네. 닐 게이먼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원작은 안 봐서 모르겠고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게 되는 세계도 썩 있을 법 했고, 나중 가서 움찔움찔 하면서 보게 되는 장면도 있었다.

  한적한 동네로 이사와 친구라고(해도 되나)는 갓 만난 와이비(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뿐이고, 부모님은 각자의 일에 바빠 외롭기만 한 코렐라인(다코타 패닝). 집에 있는 창문 갯수를 세거나, 이상한 이웃들(미스터 보빈스키(이안 맥쉐인), 미스 스핑크(제니퍼 사운더즈), 피스 포서블(돈 프렌치))을 방문하며 시간을 때우던 중 집에 있는 작은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가게 된다. 작은 문 속 또다른 세계는 '단추 눈'을 한 완벽한 엄마(테리 해처)와 아빠(존 호즈맨)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코렐라인은 행복하다. 잠시동안.

  그 세계를 다스리는 사람의 정체가 마녀라는 것을 알고 나서 행동하는 과정이 빨리 나와서 좋았다.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고, 그 세계의 정체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제법 그럴싸 했다. 유령 아이들의 눈과 엄마 아빠를 찾아내는 과정은 좀 아쉬웠지만. 그게 좀... 이상하게 단순하게 느껴지고 또 쉽지 않았나... 싶다. 뭐가 저렇게 쉬워? 했으니까. 그래도 그 부분 빼고는 전체적인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마녀가 본격적으로 거미줄을 치고 코렐라인을 쫓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자고 있던 룸메 팔 붙잡음... 그리고 마녀의 손이 나와서 코렐라인을 끌고 갈 때에도 이게 다 끝난 게 아니네 그 생각에 좀 신선하기도 했고. 보통 애니메이션 플롯에 많은 걸 기대하진 않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괜찮았다.

  기실 내용 보다는 표현 방식에 시선이 갔음. 보통 영화로 봤으면 짜증냈을 것도 같은데 뭐 그럭저럭 잘 보았다.

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딘 드블로와,크리스 샌더스 (2010 / 미국)
출연 제이 바루첼,제라드 버틀러,아메리카 페레라,크레이그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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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알같이 재밌네. 기대 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나았다. 스토리는 평범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걸 반듯하고 괜찮게 배열해놨다. 전형적인 영화들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전형적인 거라도 어떻게 차려놓느냐에 따라 느끼는 재미는 천차만별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스토리 설명할 필요도 못느끼겠는데.. 일단 용들에게 빈번히 피해를 당하는 바이킹 마을이 배경. 히컵은 부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아들이지만, 전사로서는 거의 능력이 없다. 전사가 되고 싶어하는 히컵은 우연히 나이트 퓨어리를 상처입히는데 성공하고, 그를 죽이려 하지만 두려움에 휩싸여 죽이지 못한다. 대신 호기심에 그를 길들여가며 용의 습성을 파악하고 용들이 실지론 나쁜 존재가 아니고 그들도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해서 뭐 갈등상황이나 해결은 보이는 상황. 이거 되게 안전한 스토리였다. 아버지와의 갈등은 오해를 해결하며 풀리고, 용들과는 친구가 되고, 좋아하는 여자애 아스트리드(아메리카 페레라)와도 잘되고... 용들과 인간들이 힘을 합쳐 공공의 적을 해치우고 다같이 평화롭게 산다는 이야기. 따로 독특하게 빠질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빤한 스토리를 진행하는 모양새가 매끄럽고 또 귀여운 부분은 잘 뽑아내서 보면서 즐거웠다. 용 길들이는 장면 보면서 내내 흐뭇흐뭇. 뭐 빤한 것도 소소하게 매꿔놓으니 볼만했다. 많이 기대 안해서 그런가 괜찮았음. 모든 애니메이션이 토이스토리 같을 수는 없겠지.

슈퍼배드
감독 피에르 코핀,크리스 레너드 (2010 / 미국)
출연 스티브 카렐,제이슨 시겔,미란다 코스글로브,다나 가이어,엘시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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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나갔다가 만났던 애가 영화보쟤서 생각없이 봄. 애가 외국인이라 영어로 된 영화 골라야 했고, 그 와중에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한국 영화가 대세던데...? 외국어 영화는 레지던트 이블이랑 이거 빼고 썩... 근데 레지던트 이블은 내가 별로여서; 1밖에 안봤고... 그래서 유치돋게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함.

  그리고 영화는 유치했다... 가 아니라.. 아니 유치하긴 한데 재미있기도 했다. 설정을 좀 더 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주인공 그루(스티브 카렐)가 악당이라는 설정 자체로도 재미있기는 한데... 그걸 좀 더 써먹을 수 있는데 그냥 안정적인 상태로 눌러 앉았다는 느낌이 있었다.악당 전용 은행이라던가, 자금마련을 위한 악당 대출 같은건 재미있었다만 거기에서 멈춘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악당이 착해지는 내용은 너무 전형적인 느낌이 있지 않나. 내용은 적당히 아동용으로 재미있지 뭐 큰 깊이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이거 나 3D로 봤는데.. 3D영화 처음봐서 신기했다...

  아이들 마고(미란다 코스그로브), 에디트(데이너 게이어), 아그네스(엘시 피셔) 셋 다 귀엽지만 가장 천진난만한 아그네스가 가장 귀여웠다. it's fluffy! I'm gonna die! 이러는데 귀여워서 볼 꼬집고 싶었다. 셋다 귀여워... 그루가 넘어간 데에는 이유가 있긔. 닥터 네파리오(러셀 브랜드)가 너무 냉정하게 굴어서 이상할 정도였다. 물론 당신에겐 꿈과 희망이 있다만 굳이 고아원으로 돌려보낼 건 없는데. 그루 엄마(줄리 앤드류스)는 못될 줄 알았는데 손녀들 생겨서 마냥 좋았던 듯. 악역인 벡터(제이슨 세걸)는 나름 찌질하면서 매력이 있었다. 기실 별 능력이 없는거 같단 데에서 눈물이 줄줄. 미니언들은 마냥 귀여웠는데 목소리는 감독인 피에르 코핀 꺼라더라ㅋㅋㅋ 으익

  설정 빼고는 전형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같이 본 애가 재미없어할까봐 걱정했는데, 걘 재미나게 본 듯. 다행. 뭐 보면서 재미없었던 건 아니었다. 유머들이 끊임없이 있어서 좋았다. 애들에게는 딱 좋을듯. 아, 그루 초반 장면에서 Despicable me 음악 깔리면서 진행되던 장면 좋았다. 배경음악이랑 딱 어울림. 이 음악은 퍼렐 윌리엄스가 부른 Despicable me. 따로 들어도 좋고, 그루에게도 엄청 잘 어울렸다.

  애들에겐 딱, 어른들에겐 살짝 부족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2010/08/17 - 토이 스토리 (Toy Story, 1995)



토이 스토리 2
감독 애쉬 브래넌,존 래스터,리 언크리치 (1999 / 미국)
출연 팀 앨런,톰 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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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보다 재미있는 2편. 우디(톰 행크스)와 버즈(팀 앨런)는 어느새 서로를 돕고 아끼는 친구가 되었고, 앤디의 방 안에서 인형들의 삶은 여전히 창고 세일의 두려움과, 새로운 선물에 대한 두려움, 버려지는 두려움을 숨기고 즐거웁게 살아가고 있다.

  큰 스토리는 1편과 다르지 않다. 어쩌다 집을 나가게 된 인형들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벌이는 여정. 다만 1편보다 좀 더 무거웠다고 느꼈던 게, 1편에서는 애정을 빼앗기는 데 느끼는 두려움을 나타냈다면, 이번엔 '장난감으로서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건드리고 있어서 그랬다. 게다가 이 장난감들은 주인을 배신할 줄도 모른다지...

  인형들의 입장이 아이들과 똑같이 어리다면 모르겠는데, 뭔가 아이가 없으면 안되면서도 동시에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는 어른으로서의 느낌이 있지 않나. 우디는 언젠가 앤디가 떠나가버릴 거라는 걸 알고, 그래서 같은 경험을 가진 제시(조앤 쿠삭)의 모습에 설득당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버릴 수 없듯 우디는 결국 앤디를 버리지 못한다. 우디를 데리러 온 친구들이 아니었어도 결국은 돌아가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고나.

  결론적으로은 모두가 앤디의 방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까, 결국 제시는 앤디의 방에 와서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쓸쓸한 느낌이 자못 들었던 영화. 그러나 여전히 유쾌하고, 위트있었다. 저그(앤드류 스탠튼)의 I'm your father는 최강. 우디2의 절규도 재미있었다. 이런 패러디 재밌고나. 아, 그리고 우디가 보 핍(애니 파츠)을 두고 제시로 갈아타는건가 했더니, 제시가 의외로 우디와 눈이 맞게 되어서 싱기방기. 굳이 세트일 필요는 없어요ㅋㅋㅋ

  부쩍 어른스러워진 속편. 3편은 그 최종장이라던데 궁금하다.


토이 스토리
감독 존 래스터 (1995 / 미국)
출연 톰 행크스,팀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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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오래됐구나. 벌써 십오년 전 영화가 되어버린 토이스토리. 분명 어릴 때 본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전혀 남아있질 않아있었다. 3도 나오고 해서 1, 2를 봄. 두개 연달아 봤더니 슬퍼지더라. 모험담인데 사람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씁쓸하게 하는지 모르겟다. 토이스토리의 세계관은 비극을 바탕에 깔아두고 있어서인지 마냥 행복하게 볼 수가 없다. 어릴 때 보면 안그렇겠는데 커서 보니까 영 슬프구. 그래도 비교적 밝은 이야기인 1편.

  카우보이 인형 우디(톰 행크스)가, 주인인 앤디(존 모리스)의 애정을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바탕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이 애정을 빼앗아가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우주비행사 로봇 버즈 라이트이어(팀 알렌). 앤디의 방에 새로 들어온 장난감인 그는, 엉뚱하게도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당연히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면서 좌절하고 거기서 성장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잠시 잘못된 판단을 한 우디가 우연이 겹쳐 더 나쁜 악재를 만들어내고, 좋지 못한 사이인 버즈와 함께 힘을 합쳐 역경과 고난을 딛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단순하지만 이야기가 힘이 있다. 사람들 내면에 있는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애들이 보기에는 단순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고, 어른들이 보면 더 생각할 게 많은 이야기. 1편이라서 조연들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미스터 포테이토(돈 리클스), 슬링키 도그(짐 바니), 렉스(윌리스 숀), 돼지 저금통 햄(존 라첸버거). 보 핍(애니 파츠) 다 나오긴 하는데 1편에서는 썩 활용도가 좋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인상은 남으니까 제 역할은 한건가?

  오로지 소모되는 장난감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계는 약간 무서웠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보면 더 슬프겠지. 여튼 십 오년 전 영화인데 여전히 재밌음!


공주와 개구리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2009 / 미국)
출연 애니카 노니 로즈, 테렌스 하워드, 존 굿맨, 키스 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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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에서 최초로 흑인 공주를 내세운다기에 흥미로워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기무니랑 같이 봄. 오래간만에 디즈니의 2D 만화를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 향수도 자극하고... 무작정 기술을 앞세운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살린 옛날 식 2D가 더 취향인 것 같다. 향수 자극... 물론 향수만 자극하면 안되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기술 발전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왕도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 영화 아닐까.

  디즈니판 동화의 재해석이 들어갔는데, 공주와 개구리 원 이야기의 단순한 플롯을 화려하게 확장시켰다고 해야하나.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티아나(애니카 노니 로즈)는 원래 공주가 아닌데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일중독 여자였다. 옆에 부자 친구인 샬롯(제니퍼 코디)이 있긴 하지만 라이벌 구도같은 걸 내세우는 건 아니고, 그녀와 자신의 인생을 비교해 우울해지는 일도 없다. 오히려 사이좋은 친구사이인데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의 장점이 부각되어서 재미있다는 느낌이었다. 샬롯이 워낙에 애교가 많고 눈치가 없는 성격이기도 한데다, 이 영화의 티아라는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불행이나 행복의 크기를 재는 인간이 아니어서 말이지.

  보면서 비교가 되는건 오히려 나빈 왕자(브루노 캠포스)와 더 비교가 됐다. 똑같이 가난의 정점에 서 있지만(빈털털이 망나니 찌질이 왕자 나빈이시여) 그걸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니까. 처음에 그들이 완연히 대립하는 것만 해도 그렇고 투닥투닥 대는 꼴을 보고있으면 아 둘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구나! 이걸 느낄 수가 있다. 그렇게 안맞는 둘이 만나서 서로에게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처음엔 티아나가 평강공주처럼 바보온달 나빈을 교화시키는건가 싶었는데 뭐 그정도로 열정적이진 않고, 부지런한 티아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빈도 영향을 받고, 나빈을 통해 티아나는 일 뿐 아니라 사랑도 돌아볼 수 있게되는 윈윈 관계.

  공주와 개구리 원작도 판타지같은 이야기였지만, 거기에 더 판타지가 더해져 알록달록한 색채가 나타나게 된 거 같은 느낌이다. 디즈니식의 악역은 닥터 파실리에(키스 데이빗)이라는 부두교 신자가 맡고 있는데 뭐 악역의 역할이 크게 역할이 부각된 거 같진 않았다. 초점이 개구리로 변한 후 티아나와 나빈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에 더 잡혀있어서 그런가...

  티아나와 나빈이 개구리가 된 뒤 만나게 되는 친구들인 레이(짐 커밍스)와 루이스(마이클-레온 울리)들은 적당히 흥을 돋워주는 조연들이었는데, 활기차고 엉뚱한 건 악어 루이스이긴 하지만 이상하게 레이 쪽이 더 시선이 갔다. 힘없는 반딧불이지만 이반젤린을 향한 사랑을 믿고 있고, 친구들간의 우정도 배신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켜주려 애쓰던 캐릭터. 디즈니 답지 않은 결말을 맞았지만(...) 최종적인 결과를 보면, 뭐 그래 어쩌면 괜찮은 것 같기도.

  디즈니 최초의 흑인공주를 내세웠는데 결과가 제법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꿈을 '스스로' 키우는 공주상을 보여준 건 정말 즐거웠고, 통속적이지 않은 왕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재미있었고. 음 좋았다!

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 (2009 / 미국)
출연 이순재, 에드워드 애스너, 크리스토퍼 플러머, 조던 나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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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본 영화. 평소에 내가 영화 틀면 좀 보다가 나가던데 이건 안나가더라. 뭐 평소에 동생과 나의 영화 취향은 거의 갈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알록달록한 풍선을 통해 하늘에 떠 있는 집. 포스터만으로도 호감을 갖게 하는 이 영화는 포스터 뿐 아니라 영화까지도 알록달록한 느낌으로 재미있었다. 나이많은 노인 칼(에드워드 애스너)과 동양인 소년 러셀(조단 나가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쩌면 마이너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 하지만 정말로 재미 있었다.

  아내 엘리(엘리자베스 닥터 (그렇다! 감독인 피트 닥터의 딸이다!))를 잃은 뒤 혼자서 무료하고 칙칙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칼. 그는 어릴 적, 아내 엘리와 함께 모험가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그들의 롤모델은 여행가 찰스 먼츠(크리스토퍼 플러머)고, 따라서 그들의 목적지는 남아메리카에 있다는 파라다이스 폭포. 그들은 커서도 꿈을 쫓지만 안타깝게도 시기가 늦어버리고 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영화 시작 초반 몇 분 만에 다 설명된다(...) 그렇다고 이게 어색하고 그런 게 아니어서 이 요약본이 오히려 보는 재미가 있고 좋았다.

  아무튼 요런 칼의 집 근처 부지는 죄다 공사가 진행되고, 유일하게 남아서 자리를 지키던 칼은 어쩌다 보니 사고에 휘말려 요양보호소로 가야 할 처지가 된다. 쓸쓸히 짐을 꾸리던 칼은 집에 남은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다, 이제야말로 모험을 떠나야 겠다고 생각하고. 풍선장사를 하던 실력을 되살려 집을 풍선으로 띄우게 되는데... 요 여행의 과정에 보이스카웃인 동양인 꼬마 러셀이 끼어들면서 칼의 여행은 조금 정신산만해지게 되었다, 이거.

  생각보다 목적지까의 과정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크다기보다는,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인 파라다이스 폭포 근처까지는 정말 금방 도착하고 거기까지 가는 데에도 커다란 난관은 없는 셈인데... 그 목적지에서의 난관이랄 것도 결국 자기와의 타협이냐 아니냐 뭐 이런거에 가까웠다. 러셀과의 약속을 지키느냐 안지키느냐... 그런 것까지.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답게 결말은 훈훈.

  악역으로 찰스 먼츠가 등장한 게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 모험가는 자신의 야망에 혹해 다른 것들을 잃어버린 듯. 감초들인 동물들... 시종일관 까악까악 대기만 하던 케빈은 찰스 먼츠가 노리는 새이며 동시에 칼과 러셀이 지키려 하는 새라는 점에서 중요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조연으로서의 재미를 더해준 건 분명. 더그(밥 피터슨) 넘 귀엽고, 알파도 기계 고장나서 목소리 안나올때 귀여웠고... 베타(딜로이 린도)랑 감마(제롬 랜프트)도 제 할일 다 했다.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들이 새롭고 좋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다람쥐!

  즐거운 애니메이션.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집을 끌고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너무 좋았다.
 
공각기동대
감독 오시이 마모루 (1995 / 영국, 일본)
출연 야마데라 쿄이치, 다나카 아츠코, 카유미 이에마사, 오오츠카 아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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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지루해 했다. 유명세를 다 타고 난 후에야 접한 이 애니메이션은 정말 몹시 지루하게 느껴졌다. 인간의 사이보그화 등의 배경 상황은 그나마 다른 곳에서도 많이 접한 상황이라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스트 등의 알 수 없는 어휘는 뜻을 파악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고(슬프게도, 내가 뜻을 파악하지 못했어도 스토리는 흘러간다.) 스토리 진행은 더디게 느껴졌다. 거기에 나를 더욱 지루하게 만든 것은 온갖 현학적인 대사들이었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없는 대사들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더욱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이 나왔을 당시에는 일단 그 화려함에라도 감탄했겠지만, 나온 지 10년이 지난 이 애니메이션은 그다지 놀랄만한 효과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음에도,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나선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지루하게 본 영화는 보고 난 후 곧바로 잊어버리는 나이지만 왠지 계속 깔끔하지 못한 뒷맛은 영 나를 괴롭혔다. 목을 길게 빼는 것이 귀찮아 놓쳤던 자막 몇 개가 걸렸다. 질척한 느낌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에 꼭 어울리는 소름끼치는 음악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결국은 영화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안의 상황 판단이 된 상태에서 본 공각기동대는 처음 보았을 때 보다 훨씬 나았다. 자막이 보이지 않아서 놓쳤던 몇몇 대사들도 빠짐없이 보았다. 물론 대사 몇 개를 더 보았다고 해서 영화가 갑자기 쉽게 느껴진 건 아니었다. 영화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고 생각했던 첫 번째 감상보다는 나아진 기분이었다.

  사이보그화 된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가? 아니 비단 사이보그화 된 인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가는가? 이것이 이 어렵기만 한 영화 속에서 내던지는 질문이다.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현학적 대사들은 전부 저것을 위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주인공인 쿠사나기는 사이보그 신체라서 가라앉아 버릴 수 있음에도 잠수를 계속한다. 온 몸이 몽땅 기계인 그녀는 그 신체로 잠수할 이유가 없다. 잠수에 대한 바트의 질문에 쿠사나기는 이렇게 대답한다. 

두려움, 불안, 고독, 어두움,... 그리고 어쩌면 희망? 해면으로 떠 올라갈 때, 지금과는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느낌....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나는 이 대사가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시작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은 혼란한 미래사회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혼란을 더욱 부각시킨다. 멋대로 기억이 조작되어 괴로워하는 청소부는 직접적인 설명이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기억의 축적을 통해서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것이 교란될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  ‘네 존재는 증명 될 수 있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만약 내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과 나를 둘러 싼 기억이 모두 수정 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 기억이 수정된다면 기억이 수정된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어. 그렇게 이 애니메이션은 대답하는 것이다. 

 영화 어딘가에서 나온 대사 중 이런 것이 있다. 자세한 위치는 적어두지 않아서 어떤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대사의 내용으로 보아하니 아마도 쿠사나기나 인형사의 대사일 것이다. 

삶의 시작은 화학반응에 지나지 않고, 인간의 정보는 기억 정보의 그림자일 뿐이지. 영혼은 존재하지 않고 정신은 신경계세포의 스파크에 불과해. 육체나 두뇌가 기계로 바뀔 수 있다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인격’과 ‘기억’이라는 정보 뿐. 그런 정보들이 사라지면.. 그것을 죽음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아.

  나는 이 애니메이션의 생각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는 나의 기억으로서 더욱 명확한 내가 될 수 있다. 주변이 가지고 있는 나의 기억 또한 나의 존재를 명확하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앞에 있던 질문을 다시 끌어다 써 보자. 만약 내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과 나를 둘러 싼 기억이 모두 수정 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 기억이 수정된다면 기억이 수정된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을 수 있을까? 완벽하게 같지는 않아도, 아주 다를 수는 없다는 게 나의 대답이다. 나는 나이고, 모든 기억은 어쨌든 나로 말미암아 시작된 것인데 그것이 없다고 나의 존재가 부정 될 필요는 없다. 기억이 없다 하더라도 여기 내가 살아있고, 내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나의 존재는 나의 기억을 뛰어넘을 수 있다. 오만한 생각일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말들만 늘어놓는다. 이 애니메이션이 어깨의 힘을 조금만 더 풀었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내가 감상문에 풀어 넣은 것들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서 그 많은 내용들을 우겨넣느라 영화가 어려워 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어깨의 힘을 조금 더 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각기동대의 후속 작으로  ‘이노센스’가 있다고 들었다. 안타깝게도 공각기동대보다 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언제 한번 보아야겠다. 공각기동대의 후속 작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니까. 두 번째 본 공각기동대는, 처음보다 매력적인 영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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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릇파릇하던 대학교 1학년 때 쓴 감상. 과제 파일에서 찾았다.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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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감독 케빈 리마, 크리스 벅 (1999 / 미국)
출연 조 화이트, 나이젤 호손, 알렉스 D. 린즈, 글렌 클로즈
상세보기

   으아앙 역시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은 너무 재미있다... 이거 보고 나니까 새삼 미녀와 야수라던가, 라이온 킹 같은 것들이 보고 싶어졌다. 3D랑은 다른 맛이 있다니까.

  초반부부터 중반까지는 눈도 못떼고 재미있게 봤다. 진행 속도도 꽤 좋았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도 마음에 들었다. 타잔(토니 골드윈/아역-알렉스 D. 린즈) 자체보다는 고릴라 엄마 칼라(글렌 클로즈)와의 만남같은 거라던가, 타잔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 커책(랜스 헨릭슨)과의 관계, 그리고 친구인 터크(로지 오도넬)나 텐더(웨인 나이트/아역-테일러 뎀시)와의 관계 같은 게 즐거웠달까. 본디 자기 원래 자식을 잃고 정을 갖게 된 칼라는 그렇다 쳐도, 커책이 타잔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타잔은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것들이... 뭔가 뛰어넘어야 하는 아버지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커책과 타잔의 관계가 영화 내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터크는 귀엽고 감초같은 캐릭터였다. 텐더는 그냥저냥 사실 역할이 크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설명을 해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뭔가... 있지만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오히려 재미가 좀 떨어졌던 게 중반 이후 제인(미니 드라이버)을 만난 후.. 라고 생각했다. 원래 이 부분이 제일 흥미진진해야하는데, 만나고 나서 타잔이 변화하는 과정이 너무 쓱 지나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인과의 소통도 좀 부족했던 것 같고... 손을 대는 장면 같은 건 정말 좋았지만, 제인이 타잔을 좋아할 이유같은게 거 참. 악역의 설정도 좀 그랬던 것이, 클레이튼(브라이언 블레스트)의 악역 등장이 너무 뒤늦었고(뭐 그럴만한 캐릭터라는 것은 미리 알 수 있었지만) 해소 또한 그렇게 극적인 느낌이 아니어서 심심한 느낌이었다. 라이온 킹이나 미녀와 야수의 악역들을 생각하면 클레이튼은 좀 심심했지. 인간 버전의 텐더로는 포터 박사(나이젤 호손)를 꼽을 수 있겠고.

  작화는 뭐 그때에도 예뻤겠지만 지금 봐도 좋더라. 하지만 똑같이 자연이 배경이었던 라이온 킹에 비해 좀 심심한 느낌이 있지 않았나 싶다. 어두컴컴한 정글이라 그런가. 몇 몇 장면은 정말 예뻤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인물이 움직이는 그런 쪽에 더 신경쓴 느낌이 강했다. 노래는... 딱히 기억 나는 노래가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는 느낌.

  원작을 기대하진 않았긴 했는데 정말 많은 부분에서 관계를 잘라내고 정리해서 간단한 서사구조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짧은 영화고, 그게 애니메이션에 어울리긴 하지만 서사를 좀 더 보강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진행이 빨랐던 것은 마음에 들었다.

  어라, 쓰고 보니 좋은 소리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엄청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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