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금요일. 스위스 인터라켄.


  야간열차에서 눈을 뜨니 벌써 스위스였다.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뭔가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산에 걸린 구름과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인상적이었음. 프랑스의 집들이 깔끔. 하양 이런 느낌이었고, 이탈리아의 집들이 황톳빛이었다면 여기는 작고, 아기자기하고.. 세모 지붕이 많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딱 봤을때 집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내리는 시간을 연착된 시간을 더해서 생각하면서 은자와 나는 아침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기차가 어느 역에 스길래, 아 아직 시간 남았지.. 이러고 있는데 같이 탔던 칸의 커플이 내리는거였다. 잘가 잘가, 이러고 있는데 그쪽 커플의 남자가 물었다. "그런데 너넨 어디까지가?" 우린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로잔." 남자애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여기가 로잔인데...."

  ...감사합니다. 기차가 연착되어도 제 시간에 도착하는 거였네요. 누구보다 빠르게 짐을 챙겨서 내렸다. 어찌 되었건 간에 무사히 로잔 도착. 남은건 취리히-빈 구간의 예약 문제였는데, 떼르미니역에서처럼 안될 것 같아서 진짜 긴장했다. 근데 의외로 순탄하게 너무 바로 되는 것이 아닌가! 너무 기뻐서 얼굴에 방긋방긋 웃음을 띄우며 예약하는 언니에게 고맙다를 연발하니까 언니는ㅋㅋㅋ 애들이 너무 기뻐하니 영문도 모르고 같이 웃어주기만. 여튼 그거 예약을 하고 기차 시간표를 찾아서, 로잔에서 인터라켄 가는 기차를 확인까지 하니 마음이 너무나 풍요로웠다. 걸리는 시간은 두시간 정도.

  풍요로운 것까진 좋았는데. 아놔 실수를 안하면 우리가 아니지. 베른 역에서 내려서 갈아탔어야했는데, 그걸 그대로 타고 취리히 HB 역까지 가버렸다...^_T? 시간 낭비 돋네. 시간표에 로잔-베른-인터라켄 이렇게 되어있었는데 그게 그대로 인터라켄 까지 가는 줄 알았던 거였다. 아오 바보들. 어쩔 수 없이 다시 베른 행 열차를 찾아 타고, 또 거기서 인터라켄으로 가기로. 왜 change라는 글자를 그 땐 보지 못했나ㅋㅋㅋ 다행히 첫날 일정은 시내구경이었던지라서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했지만, 참 지친 와중에 기차 타려니까 더지쳐.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의 풍경은 초록색 들판의 연속. 인터라켄 자체가 원래 도심지라기보단, 융프라요우 가기 위한 시골 도시라서 크게 번화하진 않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풍경도... 가는 길의 도로에 큰 승합차들이 많이 보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소형차, 오토바이(특히 이탈리아) 이런게 많았는데  여기는 큰 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들판에 여유 작작한 모습으로 뒹굴고 있는 소들이 많이 보인다. 왠지 캔디 생각나서 웃었음.

숙소. 레알 펜션 분위기.

  머물게 된 숙소는 발머스 하우스. 아 근데 역에서 꽤 멀었다. 여태까지의 숙소들은 역에서 꽤 가까웠어서.. 짜증이났다. 잠을 설잔 데다가 기차에서 지쳤고, 짐은 무겁고. 걷는데 현기증이 확확 났다. 동역 옆에 있는 coop에서 1.5리터 짜리 물을 미리 사왔는데 이게 웬 걸, 인터라켄의 수돗물은 식음이 가능하단다. 아까운 돈. 발머스 하우스는 약간 펜션 풍이었다. 이탈리아의 너무 우울했던 숙소와 비교가 되었음. 시설 자체도 그보다 약간 더 나았다.

  발머스 하우스에 도착했을 땐 시간이 거의 두시 반이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적당히 옆에 있는 식당인지 뭔지 피쩨리아? 그런데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었다. 특별히 맛없진 않았고 맛있지도 않은 그냥저냥 단순한 버거였다. 먹을 때부터 어지러움이 너무 심했는데, 숙소에 돌아와 씻을 생각도 못하고 바로 뻗었다. 너무 아팠다. 서러웠음ㅋㅋㅋㅋ 이래서 외국에선 아프면 안돼.

  두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좀 나아졌길래 은자와 서역 쪽으로 산책을 갔다. 이 때엔 현기증이 거의 사라져서 그럭저럭 기분도 좋았다. 인터라켄은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한시간 정도면 온 마을을 다 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골길을 걷는 걷 마냥 한적하고, 또 예쁜 동네였다. 예쁜 꽃들로 장식된 세모지붕의 집들. 도착하고 보니 8월 1일은 스위스 국경일이라고 하더니, 스위스 깃발도 꽤 눈에 띄었다. 

국경일이라 집마다 꽃장식. 예쁘다.


  서역에 도착해서는 migros라는 큰 슈퍼마켓에 가서 오렌지 주스와 기성품 빵을 샀다. 은자는 바나나와 초콜렛과 요거트 음료를 샀고. 남은 프랑이 얼마 없다. 기차 예약하느라 원래 예정한 돈보다 많은 돈을 써버려서 내일 환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경일이라 휴일인게 좀 문제...

  인터라켄은 조용하고 산도 많고 풍경도 좋아서 가족끼리 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조용한 동네에도 캬바레나 섹시바가 있어서 좀 웃겼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세탁을 했다. 동전 넣는 세탁기가 숙소에 있어서... 근데 멈추고 문이 안열리길래 이게 뭐야 하고 헤맸는데, 알고 보니 돈을 더 넣으면 되는거였어 그냥. 뭐야 시스템이...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컴퓨터는 무료사용으로 5분을 할 수 있고, 그 외엔 30분에 5프랑. 아까워서 참았다.

소비금액: 취리히-빈 구간 예약 45프랑
              물 0.30프랑
              햄버거 7.59프랑
              음료 3.50프랑
              오렌지주스+빵 2.55프랑
              세탁비 2프랑
              음료 0.90프랑

총 금액: 60.94프랑


8월 1일 토요일. 스위스 인터라켄.

  악몽의 환전. 국경일이라 은행도 안열어서 그냥 역에서 바로 환전을 했다. 50유로를 했는데 71.2프랑. 써야 할 돈의 두배를 바꾼 셈이 되었다. 너무 화가나서 열내고 있느라 은자가 고생을 좀 했다. 난 한번 화나면 앞에 아무것도 안보여서 열만 내고 있는데... 아 내 거지같은 성격..ㅡㅜ 하지만 이 땐 진자 융프라요우고 뭐고 짜증나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여튼... 동전 안남기고 적절히 써서 남은 지폐를 또 유로로 환전해야 했다.

티켓. 펀치는 검표 표시.

융프라요우 기차 시간표.


  여튼 융프라요우 기차표를 샀다. 꽤 코스가 길어서, Interaken Ost-Lauterbrunner(20분)-Weagen-Kleine Scheidegg(46분)-Jungfraujoch(52분) 이렇게 역이 있다. 정차할 때마다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이번에도 내가 앉은 기차는 역방향. 지하철이면 지하철, 기차면 기차.. 이게 내 운명인가. 올라가는 풍경도 예쁘고 좋았다. 하이킹 하는 사람도 많았고. 내 체력엔 무리. 아, 티켓은 갈아탈 때마다 잘 검표하더라. 뭔가 귀찮기도 했지만 철저했다.



  융프라요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멋졌다. 사실 난 K.I Scheidegg에서부터 이미 고산병 때문에 메스꺼움과 씨름해야했지만, 설경만큼은 너무 예뻐서 고산병을 잊을 지경이었다. 특히 여름에 보는 설경이니까. 눈을 만지고 그러는데 더 특별한 기분이었다. 기차로 오르는 길의 산 모습도 참 예뻤으니 고산병만 아니었으면 더 즐거웠겠지 싶었다. 고산병 탓에 너무 고생을 했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부럽기도 했다. 쿠폰까지 써서 127프랑이었지만 가격값을 했다. 고산병 감안하고서라도 와볼만 하다. 아, 쿠폰으로 먹을 수 있었던 컵라면은 수급이 잘못되어 떨어졌다고..ㅡㅜ 그냥 초코바로 대신 받았다. 그래도 맛났음.

  생각보다 안추웠다. 나시에 긴팔, 얇은 가디건 하나 입고 갔는데 얼어죽겠단 기분은 안들고 그냥 서늘하단 느낌. 오히려 통로 쪽에 있을 때가 더 추웠다. 바깥에 있을 땐 그냥저냥 견딜만. 필수품인 건 선글라스. 난 안가져갔는데, 밖에 나갔다 오니까 우와 시야가 망가졌다. 자외선이 눈에 반사되어 너무 많은 빛을 본 거였다. 색이 요상하게 보여서 기묘했다. 점점 나아지긴했지만.

  은자는 고산병이 전혀 없었는데, 막상 돌아다니다가 내려올 때쯤 갑자기 나보다 더 심각하게 몸이 안좋아졌다. 난 서서히 와서 오히려 적응할 차에, 은자는 더 안좋았던 듯. 무섭다 고산병.

  돌아올 때에는 Jungfraujoch-K.I Scheidegg-Grindeluald-Ost.로 내려왔고, 여전히 풍경은 아름다웠다. 내려올수록 기분이 나아지더라.

  스위스는 인상이 그냥 그랬던게, 물론 아기자기하고 풍경은 아름답고, 자연의 모습도 좋았지만... 약간 심심했다. 물론 여기서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즐기면 다를 거다. 여긴 참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다만 내가 즐기지 않을 뿐이야.

  저녁에 숙소에 들러 짐을 찾고, 다시 베른 행 기차를 탔다. 취리히로 가려면 거기서 갈아타야한다. 물론 어제 겪은 일 탓에 익히 잘 알고 있다. 내 기차는 또 역방향. 취리히에 일찍 도착해서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주변이나 돌아볼까 했지만 짐을 맡길 락커룸도 보이지 않고, 주변 자체가 약간 떨어진 역 주변이란 느낌...? 그래서 그냥 대기실에서 은자랑 노닥대면서 보냈다. 대기실 가는 길에 한 무더기의 이모키드를 봤는데 오.. 신기.

  이번 야간열차는 악몽에 가까웠다. 어떤 인솔자가 이끄는 청소년 무리와 방을 썼는데, 청소년 무리가 그렇다시피 몇몇은 예절발랐지만, 나머지는 극히 시끄러웠다. 내가 청소년일때도 그랬겠지만 얘들도 여행가니 얼마나 신나겠어. 좀 이해해야겠지. 근데 밤 열한시 넘어서의 쿠셋 안이라면 사정이 다르거든?! 피곤해 죽겠는데 잠을 설치게 만들더라. 거기다 도대체 우리 칸 안에 짐을 몇개나 두려는건지, 인솔자가 자꾸 짐을 통로도 없게 짐을 넣어서 결국 인솔자에게 말했다. 좀 빼달라고. 근데 이 인솔자가 개념을 어따 팔아먹은건지 안들린다는 제스춰를 취해서 저절로 입에서 이런 씨X새끼가.... 욕하며 싸울뻔. 내 표정이 너무 험악해져서 그런가 오히려 애들이 알아서 짐을 뺐다.

  우리 칸에 같이 자게 된 애들이 좀 안쓰럽긴했다. 내가 빨리 안자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창문 커튼 다내리고 문닫고 커튼치고 별짓을 다해서...ㅎㅎ.. 여자애들은 뒤로 욕을 하는건지 뭔지 대체로 얌전했고, 남자애 한 명이 되게 나대는 성격이었다. 쿠셋 안이 좀 더워서 그런가 모포가 없길래 내가 승무원에게 모포를 부탁했을 때, 승무원이 더운데 필요해? 이러고 물었는데 자기가 그러게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대답해서... 시비걸려다 귀찮아서 참음. 가장 소란스러운 야간열차였다.

소비금액: 융프라요우 기차. 127프랑
              음료 0.9프랑
              빵+오렌지 음료 2.35프랑
             
총 금액: 130.25프랑
7월 30일 목요일. 바티칸 시국

  바티칸 시국을 가기로 한 날. 열시 반쯤 숙소를 출발했다. 간단히 점심할 거리를 슈퍼마켓에서 사서 바티칸으로 출발. A선 Ottaviano역에서 내리면 바티칸이 코 앞이다. 길을 헤맬까 걱정했지만 사람들을 쭉 따라가니 길찾기 수월했다. 찾은건가 따라간 것인가... 여튼 그렇게 가다가 바티칸의 싼 삐에뜨로 광장에 도착했다.



  넓고 탁 트인 정경도 좋았고, 겉에서 보는 싼 삐에뜨로 성당의 모습도 진짜 멋있었다. 이탈리아 와서 본 가장 멋진 풍경이었다.


  광장에 토착해서 처음 한 일은 우체국 들리기. 도착해서 우표를 열 장 샀다. 사는데가 어딘지 몰라서 좀 두리번 거리다 물어봤는데, 내가 말 못알아듣는다고 짜증내는 직원이 싫었다... 한 번 더 말해주기가 그리 힘들더나. 우표는 한장 당 0.85유로. 우표가 사뭇 예뻤다. 그렇게 사서 그냥 고 앞의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편하네.

  광장에서 밥을 먹고, 싼 삐에뜨로 성당에 입장했다. 역시 옷 차림새를 좀 보긴 하던데, 생각보다 복장검사를 꽤 철저하게? 하길래 좀 놀랐다. 신기했음.



  성당에 들어가니 역대 교황들의 무덤이 차례로 있더라. 거긴 사진 못찍음. 아마도... 사진이 없는 걸 보니 그랬던듯. 아무튼 요전번 돌아가신 요한 바오로 2세의 무덤 앞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나야 뭐 종교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사람들 표정이 진짜 진지해서 오...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톨릭 신자였다면 나도 남다른 기분이었겠지.


  아, 스위스 용병들도 봤다. 귀엽고 훈훈했다. 호박바지 귀여웡.


  파란 옷 입은 분들도 뭐 지키는 분들 같은데 뭔지 모르겠음.
 
  성당을 나와서는 바티칸 박물관으로 출발. 오늘도 젤라또를 먹었다. 젤라또는 이탈리아 음식 중 유일하게 사랑하는 것일듯.

바티칸 박물관 입장권. 카드형식.

과일 종류가 아무래도 새콤달콤하니 맛있다. 제일 좋아하는 건 딸기. 레몬.

  바티칸 박물관 입구는 꼭 던전같았다. 게임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웃겼다. 일반은 14유로. 학생은 8유로였는데 국제 학생증 있었으니까 할인 잘 받았다.

  보는 내내 그럭저럭 볼만하네...(난 정말이지 미술 작품에 관심이 없다) 하면서 돌아보다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우의 심판을 보고서는 좀 벙쪄버렸다. 그 커다란 그림에 압도되어서... 뭔가 참 기분이 오묘했다. 박물관의 다른 부분은 촬영이 가능했지만, 그 곳만은 촬영도 불가능하고 사람들이 조용히 하도록 계속 제제를 하더라. 그래도 워낙 사람이 많으니 잘 되진 않았다. 촬영도 플래쉬만 안터트리지 다 하는 분위기였다.



  가톨릭 쪽 박물관이다 보니가 워낙에 그 쪽 작품이 많았고, 그 쪽 신자라면 가보면 느끼는게 더 많을 것 같았다. 아, 여기도 어김없이 이집트 물품이 있어서(...) 이집트의 수 많은 유물들에게 애도를..ㅋㅋㅋ


7월 30일 목요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을 다 둘러보고 나서는 해골사원으로 향했다. 기부제라지만 미니멈이 1유로라고 붙여놨더라. 1유로만 냈다. 사원 자체는 상당히 작았지만, 으스스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괜찮고 구경할 만 했다. 음악도 스산하고. 사람 뼈로 만든 장식들이다 보니까 좀 신기하고... 발상도 특이해보이고. 뼈들 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저 뼈가 어디 뼈인가 생각도 해보고 그랬다. 워낙 작아서 10분, 15분이면 다 볼 수 있다.

  떼르미니로 돌아와 숙소에서 짐을 찾고, 저녁은 식당 찾기도 귀찮고 짠 음식에 질려서 맥도날드로 갔다. 외국이라 햄버거 크기가 클 까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콜라는 컸다. 0.6~0.7은 되지 않을까 싶은 크기였다 이탈리아 와서 먹은 유일한 짜지 않은 음식이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감자튀김만큼은 짰다OTL

콜라가 약간 큼

소금돋네!


  먹고 나서 노닥대다가 스위스 로잔행 야간열차를 타러 갔는데, 우왕. 연착되었다는 소식이 화면에 떴다. 거의 한시간? 역시 이탈리아구나 싶어서 좀... 떼르미니에 볼 쇼핑몰은 많아서 시간 때우기는 편했다. 이 때 은자랑 나랑 대화했었는데, 은자가 나한테 "그럼 한시간 늦게 도착하나?" 라고 물어봤었고... 나는 한심하단 표정으로 "그럼 기차가 빨리가냐?" 했었다. 결과는 다음 편에.

  이번 야간열차는 저번 것과 달리 시설이 꽤 좋았다. 같이 탔던 이탈리아 커플의 성격도 좋았고, 밤에 춥지도 않았고, 물도 주고 아침밥도 주고 커피도 줬다. 헤헤...

소비금액: 지하철 표 3장 3유로
              점심 샌드위치 2.20유로
              바티칸 우표X10 8.50유로
              젤라또 5유로
              바티칸 박물관 8유로
              해골사원 1유로
              맥도날드 6유로

총 금액: 33.70유로
7월 28일 화요일. 이탈리아 로마. 

열악한 숙소ㅋㅋㅋ 뭔가 참 덥고.. 2층은 흔들거리고.

  27일에 도착해서 한 거라고는 밥사고 숙소에 박혀서 우울해 있던 거밖에 없네요. 숙소가 너무 열악해. 첫날이지만 뭐.. 더욱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게 취리히-빈 구간의 열차를 예약하지 못해서. 여기 와서 예약해야하는 구간이었는데 표가 없다고 그러니까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걸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스위스 가서 생각하자.. 하고 일단 미뤄뒀다.

 
  이탈리아는 참 덥다.... 햇볕이 날 구워 삶을만큼 뜨거웠다. 그나마 그늘은 낫지만 그늘 자체가 많을리가... 아침부터 난 날씨에 지쳐서 콜로세움도 포로 로마노도 안들어갔다. 그래도 도시 전체가 유적같아서 그런가 난 괜찮았다. 돌다보면 별로 아쉽지도 않았다. 역사에 별로 관심도 없는 자의 여행은 이렇습니다. 날씨만 좀 더 서늘하면 좋으련만.


  관광지답게 사람이 정말 많고, 호객꾼도 엄청 많다. 가만히 서서 분장하고 있는 사람도, 로마의 병사로 분장하고 사진을 찍고 돈받는 사람도 참 많았다. 장사꾼들의 천국 같아 보이는 그런 곳. 그에 비해 식당은 눈에 잘 안띄어서 의외였다. 유적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콜로세움에서 걷고 걷다 보니 예상치 않게 트레비 분수 도착. 시원해보이는 분수였다. 하지만 이 땐 이미 난 죽어있었어... 관심도 없이 아, 트레비네. 이러고 봤다. 실제로 보니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물을 사고 나서 식당으로 바로 들어갔는데, 트레비 근처의 Al Picchio 라는 식당.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짜.

  이 땐 잘 몰랐는데 이탈리아 음식은 짜다. 정말 짜다... 더운 지방이라서 그런가? 나 짠거 잘 먹는데 여기선 진짜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여튼 이 식당에서 시킨 건 햄이 올려진 피자와 뽀모도로. 피자에서 햄을 걷어내고 먹어야 했다. 너무 자서 햄을 손댈 수도 없었다. 뽀모도로는 그나마 토마토때문에 약간 나았지만... 맛 없는건 아닌데 짜서 못먹는 음식이었다.

  이탈리아 음식 중 가장 맛있는 걸 고르라면 당연히 젤라또가 아닐까! 으으응 달콤시원하고 맛있어서 좋다. 청량한 느낌이 든다. 쫀득쫀득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막 청량하다. 오늘 들어간 가게의 청년은 "아가씨 빨리빨리 많이많이 골라"를 한국어로 남발했다... 당황스러웠다... 근데 생긴게 카사비안의 써지 닮았어. 써지가 음식을 권유하네.. 이러면서 젤라또를 샀었다. 어쨌거나 맛잇었음.


  걷다가 보니 또 트리톤 분수까지 갔다. 트레비를 본 뒤라 더욱 시시했다. 이거 진짜 작다. 이 앞에서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길을 물어봄. 야 왜 하고 많은 사람 두고 동양인한테 물어보니...? 그나마 트레비 물어보길래 왔던 길 더듬어서 알려줌. 잘 찾았을까ㅋㅋㅋ

  더 돌아볼까 하다가 내 체력이 바닥나서 포기할 수박에 없었다. 너무 덥고 피곤하고 지쳤어. 오는 길에 떼르미니 역에서 콜라 하나 사왔는데 이건 은자가 값을 치렀다. 감사합니다. 더위에 약한 나라 죄송합니다...

소비금액: 지하철 표 2장 2유로
              엽서 1
              물 1.20유로
              파스타 7.90유로, 피자 8.30유로. (각자 팁까지 9.20유로)
              젤라또 5유로

총 금액: 18.40유로
* 백년동안 업데이트 할 예정인 유럽 여행기를 다시 기억해내고 시작...
* 처음에 쓰는 걸 까먹었는데 사진들은 내가 찍은 거 + 은자가 찍은거 섞여 있음... 한 폴더에 넣어놔서 구분 못하겠고 하면서 쓰기 헷갈리니^.^ 은자 미안... 사랑해 알지? 모르면 말고ㅡㅡ

7월 27일 월요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게 유레일 예약했던 표. 나머지도 이런 식이다. 잘 보면 차 번호랑 쿠셋 번호가 적혀있다.

  베네치아. 시간이 촉박해서 혼났다. 도착하고 나서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나니 벌써 오전 열한시. 짐보관소에 줄이 꽤 길었는데.. 기다리면서 엄청 커다란 아이를 봤다. 농담이 아니고(...) 아무리 봐도 얼굴은 초등학교 6학년 생 정도인데, 엄마랑 형 둘다 체구가 크더라. 엄마는 나 다섯개 들어갈 거 같은 덩치셨고(나는 결코 작지 않다), 애는... 팔다리 보니까 우왕ㅋ 너는 조금만 있으면 190은 그냥 넘을듯ㅋ 이런 기분이... 그냥 애기 체형에 키가 나보다 컸다. 170 넘었던 듯.


  아무튼 짐 맡기고 로마가는 기차를 예약함. 우리가 타고 로마로 이동할 기차는 오후 2시 43분 것이었다. 으익 세시간 반정도밖에 없잖아...!

  시간이 너무 없어서 급한 마음을 가지고 바로 바포레또를 타고 싼 마르코 광장으로 출발했다.  한 번 타는데 6.5유로나 하는 바포레또. 그래도 물위의 도시를 구경하는 데에는 바포레또가 저렴한 편이다. 곤돌라는 운치있지만 비쌉니다. 시간도 얼마 없어서 선택권도 없었고...

바포레또 승차권. 그냥 코팅된 종이카드고 반납할 필요도 없다.

바포레또 승착장에서 찍은 거

건너편 바포레또. 사람이 바글바글.

역마다 이렇게 이름이 쓰여 있다.

  베네치아는 프랑스와 달리 날씨가 꽤 덥고 햇살이 따가워서 모자가 간절했다. 물론 저는 모자가 어울린 적이 없는 여자이므로 가져갈 생각도 안한 물품입니다.

  바포레또를 타고 보는 베네찌아 풍경은 꽤 좋았다. 청량하고 그랬다. 물이 깨끗하단 생각은 안들었지만서두 바다니까 뭔가 쾌청하구... 그리구 건물들이 다 물에 잠길듯 말듯하니 있어서 아 얘네 여름에 비오면 큰일이겠다 이런생각이 막 들구ㅋㅋㅋㅋ 그렇잖아도 홍수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고는 하는데. 글쎄?



  싼 마르코 광장엔 사람이 득시글. 이렇게 사람많은 데는 처음인 것 같았다. 건물들도 특색있고 좋았지만, 유리 공예품과 가면들이 특이하고 예뻤다. 독특해서 기념품 사기 좋은 듯. 유리공예품은 보관때문에 못샀고 가면 관련해서 열쇠고리 기념품을 샀다. 흔하지만 예쁘다. 베네찌아만 온 거라면 가면이라던가 유리공예품을 사갔을 것 같다.




  점심으로 먹은 샌드위치 빵의 피자는 너무 짰다. 하지만 젤라또는 엄청 맛있었다. 아 이때 알았어야 했다. 이탈리아의 음식은 짜고, 젤라또만이 진리임을. 하지만 곧 경험으로 알게 되는걸.

   곤돌라니 뭐니 구경하다가 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길을 잃어서(..) 미칠뻔. 미로같은 동네다. 지도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모저모 엄청 헤매고 뛰어다녔다. 차 놓칠까봐 쫄았다. 결국 어떻게 승착장 찾아서 바포레또 탐... 나중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와보면 좋지 않을까...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기차는 그냥저냥 쾌적한 편이었다. 예약비 10유로 든것 빼고는 유레일 패스 덕에 따로 돈도 안들고 괜찮았다.

  저녁 때 도착한 로마 첫인상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도미토리 룸의 불편함과 길거리의 더러움은  마이너스 인상. 세탁소에 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고... 슈퍼마켓에서 사온 샐러드는 기가 막히게 맛이 없었고. 숙소에 짐을 내려놓자 마자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했다. 처음 방에 도착했을 때 옆방의 남자애가 클럽가자고 그랬는데 은자나 나나 피곤에 쩔어서 거절함. 일단은 관광부터 해야지 클럽부터 가면 쓰겠어요... 하지만 이 날이 클럽 레이디 데이날이었다고. ㅡㅡ망했네 망했어.

  이러저러한 걱정 속에서 이탈리아 첫날을 맞이했다.

  아놔 점점 대충 쓰고 있어.. 아직 두 번째 나라도 안갔다는 사실이 호러... 작년 여행기라는 사실도 호러...

소비금액: 유인 물품 보관소 4유로
              바포레또 2번 13유로
              기념품 열쇠고리 다섯개 정도.. 10유로
              점심 피자빵 2.8유로
              젤라또 2.5유로
              이탈리아 기차 10유로
              엽서 10유로

총 금액: 43.1유로

(사실 샐러드 값이니 뭐니 그런건 안적어 놔서 모르겠다...)
7월 26일 일요일. 빠리 마지막 날.

진짜 후진 파리 지하철ㅋㅋㅋ 마주 앉으면 다리가 닿을 거 같다고!

  오페라 갸르니에에서 쇼핑을 좀 하려고 했더니 일요일이라서 휴일 크리... 거의 모든 가게가 닫혀 있었다. 정처없이 점심을 먹기 위해 헤매다 보니 또 갸르 드 노드(...) 지겨워 이 역. 역 바로 앞의 버팔로 어쩌구 하는 식당에서 밥먹었다. 웨이터들이 잘생기고 훈훈... 체인같았는데 음식도 맛있었고 계산해주시는 아주머니도 친절해서 좋았다. 전체적으로는 좋았음.

갠츈했다.

  야간열차를 타기 위한 역인 베르시 역 도착. 지하철에서 내려서 기차역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서만큼 길 못찾은 적도 드물.. 아니 드물진 않지만.. 한참 헤맸다. 경찰 아저씨에겐 두 번이나 길을 물었고, 예쁜 아가씨에게도 물었고... 고생고생해서 찾아감. 생각보다 쉬운데 왜 헤맸는가 심각하게 길찾기 능력에 대해 고민했다.

  베르시 역에서 한국에서 예약 못한 구간인 취리히-빈 구간을 예약하려 했는데 어쨰써인지 안된다고 했다. 그건 이탈리아 가서 하기로 하고, 이 때가 세시 반이었기에 일곱시 반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카페에 들어옴. Bercy Cafe. 정직한 이름이다(...) 나는 환타 오렌지 시켜먹었고 은지는 초코우유를 마심. 초코유윤지 모르고 시켰는데 그냥 초코 우유임... 바람이 산들산들 좋았다. 저 멀리서 스케이트 타는 청년들이나 감상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저녁은 Pac De Bercy에서 먹음. 공원에서 먹었다는 소리다. 터키식 음식? 케밥같은 걸 파는 가게에 가서 음식을 샀고, 포장해서 나와서 공원에서 먹었다. 양이 꽤 많아서 좋았는데 감자튀김도 산더미. 여기 온 뒤론 뭘 시켜도 감자튀김이 같이 나오는 것 같다... 결국 감자튀김은 남겼다. 공원에 놀러 온 가족들이 많더라. 우리 밥먹는 벤치 앞의 건물의 벽장식이 대단해서(...) 왠지 웃겼음. 아무튼 밥을 먹고 근방을 돌다가 일곱시 쯤 베르시 역으로 돌아와서 유레일 패스를 오픈했다. 카운터의 아저씨에게 오픈 플리즈, 하고 잠깐 기다리면 금방 해준다. 오픈해 준 아저씨가 즐거운 여행 되라고 했다. 응 그럴거에요.

미술관은 아니고 그냥 무슨... 나라에서 하는 센터인지... 그림이 짱...

대체 청소차는 왜찍었냐고

  야간열차에서 아침으로 먹을 머핀과 물을 샀다. 하지만 열차에 들어가니 이미 개인용 물이 한 병씩은 있어서 후회... 그래도 나중에 먹을 수 있을테니 후회는 말아야지. 이 물은 알고 보니까 있는데도 있고, 없는 데도 있고 그렇다고. 그러니까 만약을 대비해선 사두는 편이 좋다.

  야간열차는 굉장히 좁다. 게다가 의자를 접어올려 침대를 만드는 방식인지라, 침대를 만든 순간 의자를 쓸 수 없다. 이런 면에선 오히려 천장이 높은 3층이 낫지 않을까 싶다. 짐 보관하는 것도 그렇고... 나와 은자는 원래 둘다 2층이었는데 같은 칸에 탄 인도계인지 아무튼 그쪽 모녀 셋의 요청으로 한쪽 면의 1, 2층을 쓰게 되었다. 난 피곤하고 지쳐 있어서 9시쯤 금방 잠들었다. 흔들거리고 좁은 의자 침대. 하지만 비행기에서보단 훨씬 잘 잤다. 누울 수 있어서 그런가? 야간열차는 새벽에는 몹시 추우니까(담요가 있더라도) 옷을 잘 껴입고 자는게 중요할 듯. (이렇게 적었지만 야간열차마다 시설은 천차만별이더라... 어떤 건 더워서 이불도 안 준다.)


  아무튼 이렇게 프랑스 안녕. 다음은 이탈리아 입니다.

소비금액: 점심으로 스테이크+아이스크림 11.9유로
              저녁으로 Grec complet "salad+frites" 닭고기 샌드위치 같은 거... 4.8유로

              카페의 환타 오렌지 4.1유로
              야간열차역에서 머핀과 물 5.4유로

총 금액: 22.1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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