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청춘
감독 토요다 토시아키 (2001 / 일본)
출연 마츠다 류헤이, 아라이 히로후미, 타카오카 소스케, 야마자키 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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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언제인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올해 이 영화를 보았고, 당시의 나는 정신적으로 꽤 많이 지쳐었다는 것. 그리고 이 영화를 한번 보고 푹 빠져들었으며 일주일 동안 이 영화를 여섯번쯤 보았다는 것.
  어쩌다가 고하토라는 영화를 알게 되어서 그 영화를 보았었다. 고하토는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사무라이들의 동성애 이야기이고- 칸느 영화제에 출품되었다지만, 상당히 지루한 영화였다. 거장이 만든 영화 치고는 맥빠질 정도인데다가 일본 정서 특유의 내용 전개는 이해 불가. 그 맥빠지는 영화의 히로인으로 나온 것이 우울한 청춘에 나오는 마츠다 류헤이이다. 고하토 영화 자체에서는 그닥 큰 흥미를 얻지 못했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적어도 마츠다 류헤이라는 사람은 발견했다.
  첫 연기라고는 하지만 무리없이 연기하는 모습- (사실 고하토 자체가 매니악한데다가 그 중에서 가장 매니악한 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묘하게 사람을 이끄는 독특한 외모. 나중에 알게 된 그의 집안내력. 결국 마츠다 류헤이라는 사람에게 이끌려서 그가 나왔다는 다음 영화를 보았다. 그게 이 우울한 청춘이다.

  우울한 청춘은, 10대의 이야기다. 삼류 고등학교의, 삼류 학생들의 이야기. 세상이 보기에 '불량'인 소년들의 이야기. 속없어 보이는 그들에게도 자신만의 세계는 구축되어 있고 껍질같아 보이는 그들에게도 녹아있는 우정이 있다. 그리고 10대에 겪게 되는 사회와의 혼란과 내적 성장의 이야기.. 그것들을 어떠한 여지 없이 잘 표현해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용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매끄럽지 진행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 어떤가.
나는 이 영화처럼 공감하고 이 영화처럼 미친듯이 영화에 빠져들어 본 적이 없다.

"꽃은 피는 것이다."
(하나와 사쿠모노다.)

라는 난쟁이 교장 선생님의 대사가 머릿속에 남는다. 나도 피어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가, 몇번이고 생각했다.

"꽃은 피지 않을거예요. 검은 꽃이라면 몰라도."

라고 말하던, 쿠조의 대사도. 응. 저 말에도 공감해버렸다.

"같이가, 쿠죠. 응?"

하고 말하던- 아오키의 대사도. 이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영화 내용 자체는 희망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것은 이 영화가 토요다 토시아키 감독의 우울함 시리즈-첫번째는 포르노 스타, 두번째는 우울한 청춘, 마지막이 나인소울즈 이다.-의 일부라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렇지만 마지막에 꽃이 활짝 피어나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오는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모순적이게도 나는 희망을 얻는다.
  모든것에서 방황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물은 역시 쿠조라고 생각한다. 그가 옥상에서 박수를 칠때 하늘을 바라보는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친구를 바라보는 동경의 시선에서 버림받아 변하는 아오키의 모습은 공감이 가는 모습. 아라이 히로후미 또한 참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큰.
  토요다 토시아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참으로 음악을 잘 활용했다. 영화 O.S.T는 THEE MICHELLE GUN ELEPHANT의 노래가 대부분인데, 이 노래라는 것이 화면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내지르듯 가슴을 피게 하는 미쉘건의 노래가 장면 장면마다 참 잘 활용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O.S.T음악은 네가지인데 그 중 두가지가 영화의 묘미를 가장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음악 중 한가지는 赤毛のケリ-(붉은 머리의 켈리)인데, 처음 부분 즈음 아이들이 옥상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그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잡을 때 사용되었다. 그 장면에 이 음악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가는 참 설명하기 힘들다. 다른 한가지는 ドロップ(드롭). 이것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사용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검은 영상이 내려오면서도 이 음악은 계속되고, 마지막 숨겨진 컷 하나가 나온다. 노래의 가사는 자세히는 잘 모른다. 나의 짧은 일어 실력으로는 자세히 번역하기 힘드니까. 그렇지만 마지막의 그 우울함과 희망이 뒤섞인 미묘한 상황을 가장 잘 혼합해 주고 있다. 처절하게 울고 싶으면서도 끝내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그 상황을..

  최근의 나는 힘들다.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다시, 보고싶다. 몇번이라도. 혼란함을 겪고 있는 10대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우울함만을 발견해서는 안된다. 여러가지 상황이 뒤섞인 가운데서 나타나는 그 얄팍한 희망을 쥐어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던져주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04.09.11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것인데, 꽤 감상적이다. 고3때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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