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왼손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SF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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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지 좀 됐는데 주요 인물 둘 빼고는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서(...) 볼라 그래도 텔이한테 책을 빌려줘서ㅋㅋㅋㅋ 리뷰를 쓸까 말까 하다가 어쨌든 쓰기 시작. 설정이 너무 미치겠어서 바로 샀었다. 난 진짜 이런 소재 굉장히 좋아한다. 성 다뤘거나, 인간 심리 다뤘거나 해서 약간 특이한거. 약간인가... 이런 소재 보면 아무튼 돌아버림. 근데 이건 완전 이런 거 다루고 있잖아? 안 볼 수가 없어...

  그래도 SF소설이라서 처음에 좀 걱정했는데, 이 소설의 판타지 세계관은 낯설고 어색한 것이라기 보단, 신기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니까 배경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난다는 이야기. 배경 설정의 특이함과 세심함에 놀라긴 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고, 단순히 이 세계관이 배경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그런 세계관을 통해 불러 일으키는 주제의식이 놀랍다. 예를 들면 '어둠의 왼손'에서 게센인은 양성이고, 발정기인 케머 기간이 따로 있다. 이걸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진 성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부분이 있었다. 케머 연인에 대한 설명에선 진솔된 사랑에 대한 감각이 되살아난다. 잠깐 생각나는 대사가 있는데, 확실친 않지만... 카르하이드의 왕이 헤인인인 겐리에게 발정기가 따로 없다는 걸 듣고, 그럼 만년 발정기냐고 변태들 아니냐고 묻는 거. 묘하게 신선했다.

  행성 겨울(게센)에 외교관계를 맺으려 찾아온 에큐멘 연합의 겐리 아이가 주인공. 그리고 그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카르하이드의 에스트라벤. 겐리 아이가 겪는 난관 부분도 재미있지만, 역시 가장 보면서 흥미진진했던건 겐리 아이와 에스트라벤이 함께 하는 빙하지대 통과인데... 이건 진짜 엄청난 고난이었지만, 인격을 가진 두 생명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함께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고도 좋았다. 극한 상황에서 피어나는 신뢰, 우정,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이 마음 깊이 다가와서 좋았다.

  결말 즈음 가서는 좀 울었다. 이런게 판타지라면 이런 소설 많이 읽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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