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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2007 / 미국)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켈리 맥도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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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볼 땐 상당히 지루하게 봤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왠지 집중하게 하던 영화. 보고 나서 아 결말 왜이래. 하고 짜증을 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괜찮은 영화인 것 같다. 곱씹을수록 좋은 영화랄까. 너무 삭막하고 건조한, 메마른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난 이런 식의 결말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좋게 보이는구나. 리뷰 쓰길 미루길 잘했다.

  정적 같이 조용한 가운데 팡팡 터지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많다. 맨 처음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저지르는 살인부터서 팡 하고 터지는 느낌. 살인장면들은 빠르고 간결하지만 인상 깊다. 안톤이 쓰는 무기는 독특하며 인상에 남는다. 그 외 살인장면들도 굉장히 빠르고 신속하며, 이미지가 강렬했다. 팡팡 터지는 장면 외에도 조용하면서 가슴졸이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숨죽이고 보게 된달까.

  모스(조쉬 브롤린)가 돈을 탐낸 건 당연하다. 그 정도 돈이라면 누구라도 탐냈겠지. 하지만 그 과정이 내겐 좀 바보같이 느껴졌다. 돈을 든 가방을 그대로 사용한다던가, 돈을 가져왔던 장소로 다시 돌아간다던가 하는 행동들. 그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도망치긴 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똑똑해 보이진 않았다. 필사적이지만 한 군데 씩 비어있달까. 어느정도까지는 그가 완전한 주인공인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호승심으과 돈에 대한 욕심으로 자기 목숨 뿐 아니라 아내의 목숨까지 배팅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는 완벽한 일반 사람과 같다. 모스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손에 쥐게 된 것을 지키려는 탐욕으로 범벅이 된 보통 사람.

  안톤 시거는 생김새 자체도 좀 독특하고―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호러스러운데, 그가 벌이는 살인들은 감정없이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게 더 두려움을 자극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주요소 직원처럼 쓸데없이 "어디서 왔어요?" 따위의 질문만 내뱉지 않는다면, 그는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그 이유라는 것이 나름 원칙을 세우고 있는 이성적인 것들이라 마음에 든다. 남들을 돕지도 않지만 대가없는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던가 하는 점도 자기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일들 같다. 교통사고를 당해 뼈가 보이는 와중에도 그는 돈을 지불하고 소년들의 옷을 샀다. 교통사고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대가 없는 도움을 받지 않으며 그 자리를 묵묵히 떠난다. 모스의 아내(켈리 맥도날드)가 "이럴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할 때에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따랐다. 아마 칼라 진 모스는 죽었을 것이다. 동전을 고르지도 않았고, 그녀를 살려두면 오히려 안톤에게 해가 된다. 원작에서는 확실히 죽었다.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는 세상과 타협하는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대대로 정의를 수호하는 자였지만, 그 역시 자신의 목숨과 안전을 위해 안톤을 캐내지 않는다. 세상을 관망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에 아내(테스 하퍼)에게 담담히 털어놓는 말들은 뭔가 안타까운 느낌을 준다. 그의 꿈들이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은데, 난 이해가 덜 된것 같다...
  
  해결사(우디 해럴슨)는 좀 웃겼다. 뭔가 허세만 가득해서 뻗대더니만 정말 허세로 끝났다. 죽음을 구걸하는 신세까지 되어버리다니. 사실 그가 뭔가 한 껀 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연기들이 다 좋았다. 살아남으려는 모스의 모습이 필사적이라 좋았다. 조쉬 브롤린 연기 좋았음. 특히 초반에 그 총맞으면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냥 말할 필요 없는 듯. 진짜 안톤 시거 같다. 우디 해럴슨은 찾아보다 알았는데, 실제 친아버지가 돈받고 살인해서 감옥 복역...; 지금은 돌아가시긴 했는데 좀 어이없었음. 다른 영화에서 킬러도 했었던데, 연기하면서 기분이 어땠을까?

  뭔가 메타포가 많은데 그걸 다 파악하지 못해서 화가 남. 난 역시 좀 더 생각없는 영화 쪽이 맞을지도.


사랑해, 파리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알폰소 쿠아론, 구스 반 산트 (2006 / 프랑스, 리히텐슈타인)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일라이저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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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스무명의 감독이 참여해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꽉꽉 채운 옴니버스 이야기. 영화를 찍기 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 구 중 한 곳을 골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5분 동안 사랑이야기를 찍기.' 였다. 랄까... 그래서 지겨운 감이. 뭔가 이야기를 더 진행해줬으면, 하는 것들도 금새금새 끝나버리니까 김이 샜다. 그리구 너무 감질맛나게 해놓은 것들이 많아서-_- 막 답답하기도. 난 결론내는 타입의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단편들의 호흡이 너무나 짧고, 단편이 너무나 많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거리고, 프랑스어 발음은 지루(난 부드럽게 들리지 않았어..)했다. 시간 때우다가 잠들 뻔 했음... 몇 가지 이야기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취향에 영 맞지 않는 것도 다수 존재한 영화였다.

  다음은 영화 홍보사에서 적었던 각각 단편의 소개. 사실 단편들이 다들 5분가량이기 때문에, 내용들은 저게 다인 것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 / 브뤼노 포달리데
몽마르뜨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던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 남자가 참 소심해 보였다. 근데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그걸 실제로 쓰다니, 신기한걸.

「세느 강변」 / 거린더 차다
세느 강변에서 헌팅하던 프랑스 소년,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 남자애들 셋이 참 생각없이 노는 줄 알았는데, 그 중 한명은 귀엽구나. 이슬람 애 되게 예뻤다. 풋풋하니 귀여웠음.

「마레 지구」 / 구스 반 산트
프랑스 게이 청년,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다!
; 낄낄낄. 이거 홍보물이 내용을 다 스포일러하냐; 배우들이 본명을 써서 나왔다. 가스파르 울리엘이 프랑스어로 줄기차게 엘리어스 맥코넬에게 구애하는게 귀여웠다. 나중에 엘리어스가 가스파르를 좇아 달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구스 반 산트, 장편으로 만들어주세요...

「튈트리 역」 / 조엘 & 에단 코엔
소심한 미국인 관광객, 관광 가이드북에서 파리의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다!
; 아놔 스티브 부세미 완전 불쌍; 근데 정말 프랑스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거니... 둘이서 실컷 싸우고 상관없는 남만 휘말리게 하더니, 유유하게 가버리던 그들. 그야말로 민폐커플이었다. 대책없이 당하는 스티브 부세미 완전 안타까웠음. 그래도 귀엽다.

「16구역」 / 월터 살레스 & 다니엘라 토마스
젊은 이민자 여성, 자신의 아기는 보육원에 맡기고 다른 아이를 돌보게 되다!
;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까운 에피소드. 가사를 알 수 없는 자장가가 좋았다. 자기 애는 보육원에 맡기고 남의 애 보는 심정이 어떨까... 그녀의 안타까운 심정과는 상관없이, 노래를 불러주니 환히 웃던 두 아이들.

「차이나타운」 / 크리스토퍼 도일
중년의 세일즈맨, 과격한 차이나타운 미장원 원장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다!
; 좀 판타지적이라고 해아할까-_-; 뭐가 뭔지 어안이 벙벙했음. 차이나타운 미용실 원장은 확실히 흑발이 더 잘어울렸다.

「바스티유」 / 이자벨 코이셋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 부인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다!
; 아, 조금 뻔한 이야기. 그래도 좋았다. 남자의 심정을 표현하는 나레이션이라던가... 아내가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좋았고, 빨간 트렌치 코트가 예뻤다. 혼자 남은 남편이 트렌치 코트를 보고 멈춰서는 장면이 좋았다.

「빅토와르 광장」 / 스와 노부히로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여자,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갖다!
; 예고 없는 자식과의 이별.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했을까... 좋게 보내주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에펠 탑」 / 실뱅 쇼메
외로운 마임 아티스트, 유치장에서 소울메이트를 맞닥뜨리다!
; 제법 유쾌한 에피소드. 판토마임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이방인 같았는데, 똑같은 짝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자식은 얼굴이 하얀 칠을 하지 않았네. 애가 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이 귀여웠음.

「몽소 공원」 / 알폰소 쿠아론
중년의 아버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인생을 논하다!
; 별로 생각 없었음.

「앙팡 루즈 구역」 / 올리비에 아사야스
미국인 여배우, 무심한 듯 상냥한 마약 딜러에게 묘하게 끌리다!
; 메기 질렌할 귀엽다... 언제나 조금 위험해 보이는 여자. 그 마약 딜러랑 좀 잘됐어도 좋았을텐데. 나중에 혼자 자조적이 되었을 것 같다.

「축제 광장」 / 올리버 슈미츠
총상 입은 흑인 남자, 죽음의 순간 응급구조원 소녀에게 커피를 권하다!
; 뭐 저런 무서운 동네가. 근데 총상이 아니라 자상 아닌가. 홍보물을 대충대충 만들어놨어. 응급 구조원 소녀는 커피 두잔을 손에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피갈 거리」 / 리처드 라그라베네즈
애정 식은 중년부부, 파리의 홍등가에서 섹시한 러브게임을 시작하다!
; 음. 그냥 그랬음.

「마들렌느 구역」 / 빈센조 나탈리
미국인 관광객,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마음도 피도 모두 뺏겨버리다!
; 낄낄낄 이거 난 유쾌하게 봤음. 피 같은 것들은 완전 그래픽 티나게 해놨으면서(씬시티같이?), 미묘하게 고전 영화 느낌을 풍겨서 좋았다. 일라이저 우드 완전 귀여움.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 웨스 크레이븐
유머감각 없는 까칠한 남편,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한 수 배우다!
; 아직 결혼 안한 커플이었다-_-; 오스카 와일드가 별로 많이 가르쳐 준거 같지 않은데. 키스마크가 잔뜩 있는 오스카 와일드 무덤은 인상적.

「생 드니 외곽」 / 톰 튀크베어
아름다운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시각장애인의 거짓말 같은 사랑!
; 나탈리 포트먼은 예쁘구나. 남자 배우(이름 모르겠다)의 나레이션이 괜찮았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멀어지는 듯 했는데, 잘 된것 같다.

「라탱 구역」 / 프레데릭 우버르땅 & 제라르 드빠르디유
위기의 부부, 이혼의 순간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다!
;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것. 그래도 추억은 쌉싸래하게 다가온다.

「14구역」 / 알렉산더 페인
무료한 일상을 탈출한 미국인 주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 이거 맘에 들었음. 산뜻하게 밝은 화면, 평범한 중년 여성. 담담한 나레이션. 일상적이면서도 그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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