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감독 이정범 (2010 / 한국)
출연 원빈,김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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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빈씨 영상 화보 잘봤습니다. 감상 끝. ...아니 이게 아니고.. 아니다. 진심이야...

  그래도 뭐 더 써보라면 이 영화엔 스토리라고 할 게 별로 없다. 비밀에 휩싸인 듯한 전당포 아저씨 차태식(원빈)이 범죄에 휘말려 들어 납치된 옆집 아이 소미(김새론)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구한다. 그게 끝이야... 정말 그게 다였다. 악당들인 만석(김희원)과 종석(김성오)는 아주 얄팍한 악역일 뿐이고, 다루고 있는 마약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악역중에 그나마 약간이라도 인간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건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인데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악당들을 쫓고 동시에 태식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경찰 쪽 인물들인 김치곤(김태훈)이나 노형사(이종필)의 배역도 아쉬울 만큼 적다. 더 깊이있게 그릴 수 있었을 캐릭터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조연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원빈의 얼굴을 잡기 바쁠 뿐.

  기본적인 골격을 잡아놓고 살을 안 붙인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사건들이 너무 단순해서 의아할 지경이었음. 악역이라도 잘 활용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이건 진짜 원빈 원톱 영화로구나. 문제는 태식의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힌 게 아니었다는 거. 태식의 행동기반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뻔한 과거 트라우마야 그렇다 쳐도, 소미와의 관계라도 제대로 그려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대체 왜 그렇게 목숨 걸어가며 소미를 구하러 가는 지 이해가 안될 지경. 단순히 아이를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_☆ 이라기엔 이건 뭐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대충 레옹 식의 감동 스토리를 구상하려 한 것 같았는데 이건 그 쪽으로는 꽝이었다. 태식과 소미는 입 좀 다물어줬으면 하고 소원함. 주변 인물들보다 주인공인 이 둘의 대사가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오글오글. 만석과 태식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이게 한 현실 속의 인물이 맞나 싶었다. 화보인데 말하지 마세요.

  문제 해결도 참 쉽게 쉽게 가버렸고. 람로완의 시선만 봐도 소미가 멀쩡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거기서 나타나는 건 정말 이 영화가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만을 가중시켰고ㅋㅋ 어 결말 부분에서 가장 최악이라 할 만한 것은 사운드트랙. 제발 이딴 데 웅장한 음악 깔지 말아라... 차라리 아무것도 깔질 마.

  액션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총을 가지고 액션 하는 것보다 칼을 다룬게 좋았음. 람로완과의 대결에서 태식이 칼을 쓰는 솜씨를 보면서 감탄. 그런 의미에서 만석은 너무 쉽게 죽인 것 같아요. 총은 너무 단순하잖아... 걔가 가장 나쁜 애였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 쉽게 죽었다 싶었다. 액션 전체적으로 좋긴 한데 막 잔인하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짝패 봐서 그런가...? 난 짝패에서 그 손가락이 후두둑 떨어져나가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게 남아버렸나보다. 아, 내 생각엔 액션도 짝패 쪽이 나았다.

  원빈을 보기 위해 보는 영화. 그 이상의 의의를 가지면 안될 것 같다.

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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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니랑 둘이서 봤는데 음... 둘다 아 찝찝하고 끕끕한 영화로다. 이런 표정으로 영화 감상을 마무리 했다. 봉준호, 김혜자, 원빈을 통해 초반 흥행을 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이건 대중의 취향은 확실히 아니구나... 봉준호 감독이니만큼 단순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벌이는 엄마의 사투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닌데, 이거 참 끕끕하고 그랬다.

  단순 모성애를 그렸다기보다는 여러가지 아들에 대한 집착이랄까, 더 복잡한 감정의 일면을 본 것 같다. 살인죄로 잡혀들어가게 된 도준(원빈)을 구해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는 엄마 혜자(김혜자)의 모습은 처음에는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지만 보면 볼수록 집착하고 강박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모자란 아들이라고 해도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 도준이 하고다니는 행태를 보면 그렇게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어릴 때 도준을 죽일 뻔 했다는 죄책감이 얽혀있는 탓인지 혜자가 보이는 도준에 대한 사랑은 '보호'를 넘어서 '집착'처럼 보여졌다.

  반전 자체는 예상할 만 했는데 그 반전이 영화상에서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걸 위해 중반 이후까지 혜자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긴 했지만, 그 상황을 통해 스릴러적인 느낌을 얻는다는 것보다는 찝쪼름하게 묻어나는 인간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단 혜자와 도준 사이의 일그러져 있는 모자관계 외에도, 악한 것 같으면서도 또 알 수 없는 동네 양아치 진태(진구)의 모습, 일을 쉽게 쉽게 처리하려 드는 제문(윤제문)을 포함한 시골 형사들의 모습, 적당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변호사(여무영)의 모습, 약에 취한 십대들(고규필, 정영기)의 모습, 생계를 위해 쌀을 받고 몸을 파는 아정(문희라)...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주변의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일그러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누명'이라는 것 자체가 맥거핀으로 작용해서 이 전체 이야기를 보게 하려는 것 같은... 아 물론 혜자와 도진의 관계도 중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을 알게 된 후 현실을 받아들이는 혜자의 태도는 글쎄, 예상 가능하면서도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고물상 노인(이영석)은 무슨 죄란 말인가. 혜자는 아들의 죄를 벗기려 노력한 게 아니라, 아들의 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았다. 그 살인 이후 혜자의 갈대밭 장면은 처음 도입부와 교차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생각없이 보던 장면이 고 부분에서 혜자가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오싹해졌다. 혜자의 살인 뿐 아니라 후에 범인(의 죄를 덮어쓰게 된)과 만나는 장면에서 '부모가 있느냐'고 묻는 장면까지 모든 것들이 기분이 과히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도진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혜자와의 일상도 여전히 그대로이다. 그런 무덤덤한 생활 안에서 혜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 도진이 건네주는 침통은 잔잔한 물결의 파문처럼 다가왔다.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침자리'에 스스로 침을 놓고 춤을 추는 중년의 여자들 사이로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듯한) 혜자의 모습은 글쎄.. 묘하게 여운이 깊었다.

  영화에서 의외로 좋았던 건 진태 캐릭터였다. 진구의 연기도 좋거니와 진태 캐릭터 자체가 선악을 가리기 힘들었는데 무작정 나쁜놈으로 나오는 것만도 아니었다. 돈을 받은만큼 확실히 일을 해줬고, 그 술집 딸아이(천우희)와도 쉽게 사귀는 거 같지 않았고, 도준을 갖고 놀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여러모로 선한 척 하는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훨씬 진솔하다는 느낌이더라.

  원빈은 멍청이어도 원빈이더라(...) 으 감독도 이걸 노리고 캐스팅한거 아닌가. 그리고 생각보다 연기가 좋았다. 김혜자씨의 히스테리컬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막 재미없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뭐 기분이 깔끔하지만도 않은 영화였다. 대중의 취향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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