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 (2008 / 영국)
출연 콜린 퍼스, 윌라 홀랜드, 펄라 하니-자딘, 호프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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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블로그 시사회로 본 영화. 아트하우스 모모는 처음 가봤는데, 1, 2관만 있는 영화관 답게 딱 작은 관이더라. 그렇다고 관람하는데 불편함은 없었음.

  이 영화를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어버린 가족이,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나름의 애를 쓰고 있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그게 확 티나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라서 처음엔 조금 답답했다. 결정적으로 엄마 매리앤(홉 데이비스)을 죽게 만든 장본인인 막내딸 메리(펄라 하디-자딘)를 빼고, 아빠인 조(콜린 퍼스)와 큰 딸 켈리(월라 홀랜드)는 상황을 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니까. 물론 내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조는 엄마가 없어져버린 이 상황에서 가족을 이어나가려고 애쓰고 있고, 켈리는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을 퍼트리지 않으며 혼자 무너진다. 본인은 그것을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 몰라도, 남의 시선에서 봤을 땐 별로 그렇지 않았다.

  애라서 편하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실 사고의 원인 제공자인 메리는 밤에 악몽을 꾸고 환상으로 엄마를 보고 그것을 표출해가지만,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 남은 가족들은 그렇게 하질 못하니까. 켈리의 마음은 남자친구 마우로(게라르도 크루시티)의 오토바이 위에서 흔들리는 영상을 통해, 조의 마음은 메리를 찾아다니면서 보여지는 흔들리는 영상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조가 느낀 그 긴박함은 이미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를 잃은 상태에서 아이까지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밖에없는 필사적인 모양새가 느껴져서 마음이 안좋았다.

  마지막에 메리를 위험에서 빼냄으로써 가족 모두 구원된 것일까? 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조의 모습은 아직은 쓸쓸하다. 엄마가 죽은 가정을 치료하기에 6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들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가족 모두가 겉으로는 평안함을 내세운 채 부스러져가고 있지만, 나는 그 안에서 가장 힘들 사람으로 켈리를 꼽고 싶다. 사춘기만으로도 버거운 성장의 기묘한 줄타기 아래 어머니를 잃었고, 동생을 위해서 비밀을 지켜야 하니까. 메리에게 중간에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처음으로 본 켈리의 분노 표출 장면이었다.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더 심하게 했을 것 같았다.

  조야 바바라(캐서린 키너)가 옆에서 더 잘 도와줄 것 같고... (로사(마게리타 로미오)는 좀 아니지 않나) 메리는 어쨌거나 좋은 아빠와 언니가 있으니 잘 될 거 같다.

  제노바라는 도시 이름을 사용한 영화 치고는 빤한 관광 영화처럼 도시를 보여주진 않았고, 오히려 도시 풍경에서 보이는 그 미로스러움, 빽빽함을 통해 가족들 마음을 보여주는데 그쳐 좋았다. 전반적으로 그냥 무난무난히 보았던 영화. 하지만 시종일관 어지러운 카메라워크 덕에 마지막에 가서는 어지럼증이 생겨 메스꺼울 지경이었다. 으.

  나쁘지 않았지만 크게 감동한 것도 아니었다. 마지막의 결말은 여러 사람이 허탈해 할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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