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헐크
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2008 / 미국)
출연 에드워드 노튼,리브 타일러,팀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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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저스 나오기 전에 관련 시리즈 다 봐야지 싶어서 봤는데... 음 뭔가 이상하게 히어로물 같지 않고 심심하네. 전투 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나름 시련도 겪고 있는데 뭔가 모양새가 이상한 느낌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캐스팅 문제 때문에 가장 심한 것 같아... 난 에드워드 노튼도, 팀 로스도 엄청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브루스 배너(에드워드 노튼)가 옷도 제대로 못챙겨 입고 뛰어댕길때 내가 한 생각이라곤 아... 파이트클럽 마지막 장면같다. 이 정도였다... 주인공 자체도 그랬다. 헐크로 변했을 때의 전투는 아 초록 괴물이 뛰어댕긴다. 이거. 좀 더 히어로에게 이입할만한 설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 에밀 브론스키(팀 로스)가 변신한 후에 만들어진 최후의 적 어보네이션도 미숙한 느낌이 심해서 그런가 심심했다. 아니 그 이전에 에밀 브론스키 자체도 썩 이입할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모든 거 다 부수어버린 괴물 앞에 다가가서 이게 다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딨겠냐... 아무리 약간의 수퍼파워를 가졌다곤 해도.

  플롯이 꽤 단순한 편. 또 다른 헐크(2003)이 너무나 복잡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단순하고 이해 쉬운 노선을 택했다고 하는데... 근데 재미도 단순화시킨듯. 애당초 썬더볼트(윌리엄 허트)가 그렇게 군대까지 끌고가서 브루스를 잡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는 느낌이었다.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좀 집착스럽지 않나. 딸인 베티 로스(리브 타일러)와 연인관계의 사람이면 좀 더 효과적으로 설득하거나 뭐 이해를 하던가 그럴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아쉽다. 사무엘 스턴스(팀 블레이크 넬슨)도 역할이 아쉽더라. 초반에 암호화 해가면서 미스터 그린, 미스터 블루 하면서 브루스와 대화를 나눴던것 치곤 캐릭터가 너무 가볍고 게다가 왜이리 찾아내기 쉬워...

  많이 좋아하는 배우가 둘이나 나오는데도 심심했다. 에번저스에서 헐크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좀 궁금해질 지경으로.



폭력의 역사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2005 / 독일,미국)
출연 비고 모르텐슨,마리아 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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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재밌을 거란 생각을 단 한번도 안했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런닝타임이 짧은 만큼 진행도 빠르고 사건들도 충격적인 것들이 확확 나와대서 재미있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거라서 찝찝하려나, 그런 생각을 좀 했는데ㅋㅋㅋ 음 이정도면 난 그런 느낌도 거의 없이 좋았다. 인간 마음의 기저에 깔린 폭력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폭력 그 자체보다는 그걸 참아내는 인내 쪽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톰 스톨(비고 모텐슨)이라는 캐릭터만 봐도 아 이건 폭력적인 사람이다, 라기보다는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드니까.

  처음 등장했던 살인자들로 영화의 긴장감은 처음부터 확 조여진다. 살인을 지켜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를 죽이는 살인자 콤비. 그런 잔혹한 살인자들의 모습과 비교되는 평범하고 소심한 가장 톰 스톨이 있다. 톰은 자기보다 능력이 좋은 아내 에디(마리아 벨로)와 함께 살면서 다정하고 소심한 모습만을 보이는데(그의 소극적인 모습은 그들의 섹스신만 봐도 완벽하게 도드라진다.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에디이다.), 그런 톰을 보고 자란 탓인지 그의 십대 아들 잭(애쉬튼 홈즈) 또한 대단한 참을성을 보여준다. 그를 괴롭혀대는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 막내딸인 사라(헤이디 헤이스)야 워낙 어리니까 순진하고.

  아무튼 그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잔혹한 살인자들이 찾아든다. 그리고 그 살인자들은 하필이면 톰의 가게로 들어와 손님과 직원을 위협하고, 톰은 기지를 발휘해 그 둘을 처치한다.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라 간단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죽이는 거다. 어쨌든 그 일로 일약 마을의 영웅이 된 그는 신문에도 실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그를 '조니 쿠삭'이라고 말하며 찾아오는 갱 칼 포카티(에드 해리스)가 등장한다. 칼은 조니에게 눈이 파여 대단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스톨 가족 주변에서 그들을 섬뜩하게 졸라맨다. 톰은 극구 자신이 조니가 아니라 부인하지만 칼에게는 확신이 있고, 에드 또한 그로 인해 자상한 남편의 과거에 의심을 품게 되는데... 이게 너무 칼이 확신하다보니까 둔감한 나조차도 감이 오더라. 톰이 조니구나.

  원한이 있으면 조용히 해치우잖고 난리를 치던 칼은 그의 졸개들을 모두 톰에 의해 잃고, 그 자신은 톰을 지키려던 아들 잭에 의해 죽는다. 얌전하던 잭이 이 한 방의 사살로 인해 그를 참게 만들던 고삐를 잠시 풀어헤치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그는 자기를 놀려대던 애를 묵사발을 만들어버리고 정학을 맞는다. 참 잘했어요(...) 약골이 아니었구나.

  톰의 비밀은 산산히 깨어졌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제어하고 있는게 흥미로웠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건 사실 톰인데, 그는 에디나 잭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폭력성을 제어한다. 반항하는 잭의 뺨을 때리고서 자기가 되려 놀라는 모습이나, 에디를 강간하는 것 같았던 섹스 후에 그를 놓고 떠나는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이게 보면서 웃기는 거다. 그는 자신의 본능을 완벽하게 제어하니까 오히려 약한 것처럼 비춰지는 아이러니가 웃겼다.

  톰이 가족에게만 그러할 뿐 실제로는 냉혹한 살인마라는 건 그가 형 리치(윌리엄 허트)의 연락을 받고 필라델피아에 갔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자기가 불리안 그 시점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자기 폭력성을 숨김없이 드러내 모두를 몰살시켜버리니까. 여튼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톰의 폭력성이 드러났다 말았다 하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 인내력 대장...!

  그렇게 냉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에 집에 돌아왔을때 톰은 또다시 약자가 되어버린다. 식탁앞에서 머뭇대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고, 그런 그를 구원해주는 건 그의 천진난만한 막내 딸이다. 폭력에 물들지 않고 폭력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알지 못하는 그 애가 내미는 손길에 톰은 구원받는다. 연이어는 폭력의 맛을 알았으나 톰처럼 자제할 줄 아는 아들. 마지막에 남은 것은 폭력성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에디인데, 에디의 반응은 완벽하게 나오진 않지만... 그와 에디가 마주보는 시선 속에 감정들이 깊은 것 같아서 묘했다.

  여튼 이모저모 의미 말고도 재미있었다... 진행이 아주 폭풍전개.
2008/05/01 - 거미 여인의 키스 / 마누엘 푸익



거미 여인의 키스
감독 헥토르 바벤코 (1985 / 브라질, 미국)
출연 소냐 브라가, 윌리엄 허트, 라울 줄리아, 데니스 더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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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야지 하고 생각한 지 반년만에 보는 듯. 굉장히 고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85년작이면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화질이 내가 봤던 다른 고전영화들보다도 별로여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당연히 원작은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나는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영화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책의 길고 함축적인 내용들이 영화 안에 다 밀어넣어지진 못했다는 느낌이어서 그랬던 것 뿐이고... 책을 본 사람도 영화만 본 사람도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몰리나(윌리엄 허트)의 영화 이야기에서는, 몰리나와 발렌틴(라울 줄리아)과 관계된 이야기들을 골라 잘 담아낸 것 같고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몰리나의 말에 따라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를 보는 기분으로 볼 수도 있었다. 감옥 안에서 둘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 가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 보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발렌틴의 태도 변화가 많이 느껴졌다. 뒤로 갈수록 몰리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진다.

  캐스팅이 잘 된것 같다. 게이인 몰리나 역할의 윌리엄 허트는 커다란 덩치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섬세한 감정 표현을잘 해줘서 좋았다. 소심하고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몰리나 역할을 너무 잘 해줬다. 아, 몰랐는데 윌리엄 허트 예전엔 붉은 머리였더라. 가늘가늘해 보여서 그 머릿결마저도 몰리나 같았다. 발렌틴 역의 라울 줄리아도 정치범이면서도 동성애에서는 관대하지 못한 마초의 느낌을 잘 살렸다. 처음과 끝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 이 분이 아담스 패밀리의 그 분이라니 믿을 수 가 없다(...)

  내용에 관해선 이미 책을 읽고 느꼈던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더 할 말이 없다.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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