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3 - 완득이 / 김려령 (창비, 2008)



완득이
감독 이한 (2011 / 한국)
출연 김윤석,유아인
상세보기

  어쩌다 보니 룸메랑 보았다. 원작을 좋아해서 보고 싶긴 했는데 이거 개봉일이 나 출국일이었나ㅋㅋㅋㅋ 그랬었음. 그래도 어떻게 보게 되네. 한국 영화 되게 오래간만에 보았다 싶다. 한국영화 싫어하는 거 아니고 오히려 좋아할 땐 몹시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도 꽤 많은데 이상하게 막상 보려 하면 한국 영화 피하게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네.

  보고 난 느낌은 원작의 멀끔한 각색이라는 느낌이었다. 일인칭이었던 소설을 어떤 식으로 그려나가려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원작 느낌이 더 많이 나서 좋았다. 일인칭이 가져다주는 사춘기 소년의 틱틱대는 말투가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꽤 재미있지 않은가. 도완득(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는 좀 더 수줍고 청순한 느낌이 났지만 여전히 완득이었다. 개구지고 까불까불한 면도 강한 그런 십대 소년. 동주(김윤석)는 책보다 더 진짜 선생님같은 느낌이었다. 찾으려면 또 흔히 찾을 수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동주라는 캐릭터의 가벼움과 진지한 면모를 둘 다 잘 섞어놓은 그런 모습이었다.

  스토리 진행 자체는 글쎄, 내가 원작을 봐서 그런가 신기할 거 하나 없었지만서도 이것 저것 뒤섞여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잘 모아놓아서 좋던데. 완급이 괜찮은 드라마 한편을 본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거 무거운 소재일 수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허투르지 않게, 그러나 가벼운 모습으로 그려주어 좋았다. 때로는 이런 것들을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야 할 때도 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감독 민규동 (2008 / 한국)
출연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상세보기

  수요일에 급 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케슥헤거랑 내꺼 두장 예매해놨다가, 유네 수업 째라고 꼬셔서(...) 한장 더 사서 셋이서 봤다. 그 전날 발표하느라 두시간 자서 거의 토할거 같은 상태로 봤었음.

  난 요시나가 후미 원작 만화의 팬이다. 거의 처음 1권이 나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당연히 이 영화 꽤 기대했었다. 캐스팅도 뭐 나름 젊고 신선하게 잘 했다고 생각했었고. 나이대가 좀 걸리긴 하는데, '팔려는' 영화 입장에서는 상당히 잘 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하기도. 평이 좀 엇갈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좀 기대하고 영화관에 들어섰었다.

  어.. 음.. 한 절반 정도 마음에 든다. 4권 분량의 만화책을 한 편의 영화에 잘 구겨넣었는데, 의외로 거의 모든 장면을 다 집어넣어놨더라. 장 바티스트(앤디 기레)의 오고 감과 납치사건을 잘 맞춰 놓은 점이 흥미로웠다. 칭찬은 여기까지고...
 
  사실 나야 만화책 팬이고, 만화책 다 봤으니까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너무 복잡했을 것 같았다. 중요한 부분들 같은 건 짧게 빠르게 지나가버리고, 그러다 보니까 주인공들 심리묘사가 아무래도 많이 부족해졌다. 그나마 제일 주인공격인 진혁(주지훈)이야 사정이 좀 낫다 싶지만, 성격을  많이 바꿔놓은 선우(김재욱)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많이 반감됐다 싶은 느낌이었고(도대체 왜 사과를 안하는거야 왜!), 기범(유아인)이나 수영(최지호)은 너무 얕아졌다. 수영보다는 기범이 특이 아쉬운 캐릭터였는데, 복싱을 관둠으로서 생겼던 그 안의 혼란 같은 것을 더 넣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수영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은 좀 더 마음에 든 편이었다. 어차피 캐릭터의 맛을 그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면 이 정도 비중이 딱 좋았던 것 같다. 근데 원작보다도 더 멍청해진 느낌ㅋㅋㅋ 뭐 나야 재미있었다. 수영이 기범할때 맞을 때마다 완전 웃었음. 유아인이랑 최지호 넘좋아 ㅋㅋㅋㅋㅋ

  장 바티스트는 원작보다 쬐끔 더 느끼하다는 느낌? 그래도 꽤 좋았다. 원작만큼 폭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납치범 할아버지(김창완)은 원작이랑 완전 똑같더라. 캐스팅도 연기도 꼭 맞았다는 생각. 그의 아내(이휘향) 역할도 그렇고. 조연들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음. 뭐 주인공들 보기 바빠서 조연들은 깊게 생각 안했었는데 다들 꽤 좋았다는 느낌. 그 여고생 삼자매만 빼고... 아 걔넨 너무 부산스러워;

  각색이 나쁘지 않긴 했는데 캐릭터들의 내면을 깊게 다루지 못한 게 아무래도 좀 아쉽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마구마구 지나간 장면을은 오히려 자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던 것들도 많았다. 큰 줄기만 잡아서 크게 크게 다루고 캐릭터에 더 집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뮤지컬 장면 같은건 나로서는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렇게 짧게 들어가는데도 무슨 상관이야 싶기도 했고...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땐 무난하다는 생각도 또 들고.

  연기는... 아 나 진짜.... 눈물이 콸콸. 주인공 네 명 중에서 연기가 잘 안되는 사람이 세 명이니 이걸 어찌할꼬. 이미지야 잘 맞는다 생각했는데 연기는 진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가 펀치 먹었다. 유아인은 연기 정말 잘한다. 네 명이 같이 있을 땐 혼자 지존급으로 잘한다. 근데 항상 모든 장면에 유아인이 있는게 아니잖아. 최지호는 비중이 좀 적고 말도 많지 않은 캐릭터였는데도 좀 어색했는데, 주지훈이랑 김재욱은 진짜... 민망해서 손발이 오그라 들 뻔 했다. 특히 그 둘이 같이 있고 같이 대화하는 장면들은 오 노... 주지훈은 대사 리듬 맞추는 거 잘 해야 할 거 같고, 김재욱은... 커피 프린스에서는 좋았는데, 대사가 늘어나니까 답이 안나오더라. 나름 자연스럽게 말하려는 거 같긴 했는데 이 둘이 있는 장면들은 총체적 난관. 더 난관인 것은 이 둘이 있는 장면이 정-말 많다는 거.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아쉬울 뿐이었음. 조연들 연기는 다 괜찮고 좋았다.

  만화 팬들에게는 나름의 선물이 될 것 같다. 물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난 나름대로 괜찮게 보았다. 모든 부분 우겨넣은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확실히 만화 팬들에게는 오호. 하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많아서 좋았고... 좀 흩어지는 느낌이 나긴 해도 마무리는 깔끔하고 좋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