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자
감독 라희찬 (2007 / 한국)
출연 정재영, 손병호, 이영은,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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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포맷하느라 백년만에 텔레비전 틀었더니 이게 하더라. 덕분에 거실이랑 내 방 들락달락 하면서 영화 봤다. 원래 개봉했을 때도 보고싶어하던 영화라서ㅎㅎ 그리고 난 정재영이 좋으니까.

  딱 장진식 영화다. 감독은 라희찬이지만 영화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장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를 지울 수가 없는 장진 각본. 영화는 그냥 적당히 코미디같이 확 꼬여져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보는 도중 불쾌하다거나 그런 장면은 거의 없었고, 슬금슬금 진행 잘 된 거 같음.

  융통성 없어 교통경찰로 좌천까지 당한 정도만(정재영)은 그 융통성 부족으로 인해 새로 삼포시에 부임받은 경찰서장 이승우(손병호)의 눈에 한 번 찍힌다. 사실 여기까진 큰 문제 없는 편. 그런데 이 삼포경찰서장 이승우께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강도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대응력을 보여주겠다면서 모의 시험을 한 게 문제. 설렁서렁 대충 플레이하고 대충 잡는 모습으로 '시골 사람'들을 사로잡으려던 이승우의 계획은, 강도 역할을 정도만이 맡음으로써 산산히 부서진다. 정도만이 융통성 없이 경찰을 물먹이며 철두철미하게 강도역할을 해버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대부분이 은행 안에서 벌어지는데, 뭐 은행원들 각각 제 역할을 다 하고 있고 그 안에 있는 손님들과 형사들도 적당히 적당히 역할구성에 필요한 존재로 괜찮았다. 부패한 경찰을 비꼬는 내용도 좀 있긴 한데 그렇게 비중이 크진 않았고... 뭐 무겁지 않고 재미 있었던 영화. 하지만 뭔가 탁 치는 큰게 부족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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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
감독 이해영, 이해준 (2006 / 한국)
출연 류덕환, 백윤식, 김윤석, 이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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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생각보다 이야기가 무거워서 깜짝 놀랐다. 물론 발랄발랄한 스포츠 영화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 톤이 무겁고 발랄한 구석은 거의 없다. 포스터만 봐도 그렇게 어둡진 않잖아? 근데 이건 완전 어두워. 캄캄해.

  동구(류덕환)이 춤추는 장면조차도 어떨 땐 당황스러울 정도로 잠잠했다. 일단 트랜스젠더 소년이라는 설정자체에서 무거운 느낌이 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사가 제대로 무겁다. 가출한 엄마(이상아) 부상으로 권투를 관둔 알콜 중독의 동구 아버지(김윤석)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정체성과 아버지의 폭력 아래 동구의 힘든 삶도 보기에 무겁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제대로 파고들 땐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 아버지의 힘겨운 삶의 모습들. 1등 아니면 다 쓰레기 취급 받는다는 아버지의 외침. 너무 현실적이어서 진짜 짜증나. 약간 철없는 식으로 비춰졌지만 또 가슴 넓었던 엄마도 그랬고. 아무튼 동구네 부모는 너무 복잡해.

  그래도 이 부모들이 참 좋았던 게. 웃기게 너무 현실적이어서. 동구가 립스틱 바르는 장면을 보고 못봤다는 듯 저녁 먹으라고... 하면서 문을 닫는 아버지나, 동구를 때렸다는 어머니나. 나중에 동구를 마구 패는 아버지나, 동구를 포용하려 드는 어머니나. 그냥 현실적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부모들에게는 역시 베이스로 동구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어.

  동구 자체는... 그냥 어른스러우면서도 역시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 같은 모양새가 있었음. 차라리 좀 더 어른스러웠다면 동구가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일본어 선생님(쿠사나기 츠요시)에게 고백하는 것만 해도 아주 어린애같지. 그만큼 순수한 거지만. 그나저나 일본어 선생님 반응 너무해orz 보통은 그렇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볼수록 그 참.

  씨름부는 그냥 잘 모르겠어. 동구가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되어준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크게 비중이 있는 건지는. 씨름부 감독으로 나왔던 백윤식씨 비중이 생각보다 작았다. 저 포스터엔 씨름부가 들어가 있을 게 아니라 가족들이 들어가 있어야 좀-_-...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씨름부 주장(이언)은 뭐 얘도 어른인 체 하지만 여전히 애인게 귀엽고. 이언씨는 커프의 이미지랑 많이 다르게 나왔고나. 덩치들(문세윤, 김용훈, 윤원석)은 괜찮은 조연이었다. 아, 조연중에 동구 친구 종만(박영서)이 좋았음. 얘도 좀 이것 저것 해보는 찌질한게 자기 갈피 못잡고 있고. 근데 십대 때 다 그렇지 뭐. 얜 이것 저것 시도라도 하는게 보기 예쁘더라.

  정말 영화는 괜찮았지만, 두 번 보고 싶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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