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1 -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갤리온, 2011)

어떻게살인자를변호할수있을까.2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 법학일반 > 법학일반서
지은이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갤리온, 2011년)
상세보기

  1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2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삼. 사실 이렇게 빨리 살 생각은 없었는데 인터폴 앨범 다 주문하면서... 인생을 불살라버렸다. 네 이러려고 돈버는 거예요.

  근데 뭐 딱히 할 말이 없다. 1편과 마찬가지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다. 다시 생각해도 이 이야기들을 보면서 법정드라마의 급박함을 기대해선 안된다. 그저 인생극장을 보는 것처럼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씁쓸한 인생의 이야기들을 보면 될 뿐. 1편에 비해서 짧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실려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난 좀 더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짧은 일화들이라고 해서 그 무게가 가볍다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다만 1편의 이야기들에 비해서 긴장감이나 생각할 거리를 덜 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이 약간 아쉽지만... 뭐 전반적으로는 1편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1편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추천하는 편. 인생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실화들을 볼 때면 분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럭저럭 만족. 근데 역시 도서정가제 풀리기 이전에 살 책은 아닌거 같아...
군주론
카테고리 소설 > 소설문고/시리즈 > 소설문고일반
지은이 니콜로 마키아벨리 (웅진씽크빅, 2008년)
상세보기

  얼마 전에 웅진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펭귄클래식 10권 세트를 받았다. 어떻게 온건지 모르겠는데 아마 바이킹 사면서 응모된 거인듯. 고 열권 중에선 내가 전혀 사지 않을 법한 책이 두어 권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군주론이었다. 소설편향적인 독서가에다가 이런 인문 고전을 썩 많이 읽지도 않아서 절대 안읽을 것 같았거든. 근데 뭐 얇기도 하고 가지게 된 건 가지게 된 거니까 읽기 시작했는데... 오. 이거 엄청 재밌어.

  군주로서의 자세와 덕목을 서술하는 책인데 물론 내가 군주가 될 건 아니지만 꽤 쓸만하다. 인간관계 처세론이 많이 팔리던데 나름 그쪽 분야에도 발을 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음. 시대가 시대인지라 몇몇 거슬리거나 피식웃고 지나갈만한 부분(여성 비하, 교회계열 군주국에 대한 언급 회피)이 있긴 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솔찬히 재밌게 읽었다. 나는 읽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거나 그 밑거름이 되게 해주는 책들을 좋아하는데, 이건 인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그런 밑바탕을 잘 깔아주는 책이었다. 역사적 배경지식을 알면 더 재미있을 책. 난 잘 몰라서 주석을 계속 읽어가며 봤는데 역사공부도 하고 싶어지더라.

  고전은 고전이로구나. 이렇게나 재밌을 줄이야. 유토피아도 읽어봐야겠다.
어떻게살인자를변호할수있을까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 법학일반 > 법학일반서
지은이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갤리온, 2010년)
상세보기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했던 사건들을 토대로 지은 책. 어떻게 변호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하고 있긴 한데,방법론에 관한 것이라기 보단 영화같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엄청 가벼울 거라는 걸 알고 사서 방법같은거 안나와 있다 뭐 그런 부분에서 아쉽진 않았고 오히려 이 영화같은 사건들에 더 즐거워하며 읽었다.

  총 열 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안타까운 것들, 무서운 것들, 또 감동적인 실화들이 뒤섞여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에디오피아 남자'였고, '행운'과 '첼로', '서머타임'이 인상에 남았다. 앞의 두 이야기는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두에 두 개는 씁쓸한 이야기였다. '에디오피아 남자'와 '행운' 둘 다 불행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아 기분이 좋았음. 에디오피아 남자의 프랑크는 천성이 착한 사람인 것처럼 보여져서 그가 갖게 된 행운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행운에서의 이리나와 칼레는 서로를 보듬어주며 잘 살아갈 테고. '첼로'의 경우엔 남매에게 찾아든 불행과 그 결과를 두고 왜인지 자꾸 아버지를 탓하게 되더라. 동생 레온의 목숨을 스스로 거둔 테레사를 탓할 수가 없어서 더 슬펐다. '서머타임'은... 범인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평생 죄를 안고 살아갈 걸 암시해주더라.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이야기들만 말했지만 다른 사건들도 흥미로웠음. 소설책을 읽는 기분으로 봤다. 재미있었음. 다만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어쨌건간에 이 책은 실화를 이 변호사의 입을 빌어 말하기 때문에 실제 사건과 꽤 차이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거 신경 안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 기분으로 본다면 더 재미있을 듯.
FBI행동의심리학말보다정직한7가지몸의단서
카테고리 자기계발 > 인간관계 > 인간관계심리
지은이 조 내버로 (리더스북, 2010년)
상세보기

  재미있어 보여서 산 책. 나중에 보니 이런 식의 바디랭귀지 책이 꽤 많던데... 비교하고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 이미 샀으니 어쩔 수 없지ㅎㅎ 책이 재미 없었던 것도 아니고.

  가볍다. 일전에 읽은 책 얼굴의 심리학 (바다출판사, 2006)의 경우엔 좀 더 전문적이고, 이걸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겠냐.. 싶은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 같은 경우엔 아 실제 생활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동작들 위주다. 설명하고 있는 동작과 그걸 해석하는 방식이 너무 단순해서, 너무 가볍지 않나 싶은 느낌이 설핏설핏 들 정도다. 곧 동시에 직관적이어서 보통 사람들이 읽으며 흥미를 느끼기도, 그걸 이용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의자에 앉는 자세, 팔짱을 끼는 자세, 이런 게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보니까 보면서 흥미로웠음. 어렵지도 않았고...  얇고, 가볍고 읽기 편하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아주 얇지도 않은 정도. 약간만 더 분량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재밌음! 좀 더 세세한 책 읽어보고 싶네ㅋㅋ
얼굴의심리학우리는어떻게감정을드러내는가?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감정/학습심리 > 감정과정서
지은이 폴 에크먼 (바다출판사, 2006년)
상세보기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 의 박사 이야기 같은거래서 샀었다. 이거 읽으면 표정 읽을 수 있나? 하면서 웃으며 샀지만.. 그럴리는 없고ㅋㅋ 그냥 아 이게 이런 표정이다, 이럴 때 이런 표정이 나온다 정도는 알 수 있다. 인간 감정을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다면 모두가 멘탈리스트! 그리고 표정이라는게 여기서 나오듯 미세표정 이런게 있어서 이런건 웬만한 눈썰미가지고는 읽지 못할듯. 아주 타고나지 않은 이상은...

  재미가 썩 많지는 않았다. 학술서적을 쉽게 풀어놓은 거 같은 느낌이 있었다. 길고 쉬운 논문 읽은 기분? 초반 연구 이야기 이런건 흥미롭긴 했는데 몰입할 정도는 아니었고. 뒤에 감정표현에 관한 부분은 적절히 재미 있지만 내 실생활에 크게 적용 못할거란걸 알아서 그런가 흐흥.. 이러면서 읽음. 오히려 화났을 때 감정표현 어떻게 제어하면서 하는 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더 와닿았다. 근데 그 부분은 연구에 관한 게 아니지. 그냥 표현방법을 사람으로서 약간 제시해준 것 뿐...

  난 사서 읽었는데 별로 사길 추천하진 않음ㅋㅋㅋ 내가 꾸역꾸역 읽어서 그런가? 그리고 책제목이 좀 거짓말.. 이건 심리학이 아니잖아... ㅋㅋㅋㅋㅋ 요샌 뭐만 하면 제목을 저딴 식으로 붙이더라? ~의 심리학. 출판사들 반성좀...
신과다윈의시대
카테고리 과학 > 과학이론 > 과학이론/과학철학
지은이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세계사, 2010년)
상세보기

  밑에 스폰서 배너 있는 걸 보면 알듯, 위드 블로그에서 선정되어 읽은 책. 따라서 평소보다는 약간 정성을 들여 쓰기로 마음먹었다. 리뷰용으로 책을 받았으니 그 정도 매너는 있어야겠지. 사실 책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 말고 일단 책 형식. 250페이지 가량의 책이니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진화와 창조를 제시하고, 대놓고 무신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 치고는 얇다. 심지어는 자간도 꽤 넓어서 200%를 뛰어넘는다. (난 이건 편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두께가 빈약하게 된다고 해도 자간이 200%이상이 되는 책은 좀 지양해야 하지 않나? 가격이 13000원이나 되는 책인데, 어차피 얇은 책 페이지나 빼서 가격을 낮추는게 나았을 것 같은데.) 그만큼 전문적으로 파고 들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이 책은 너무 무겁지 않게, 가벼운 수준으로, 그러나 객관적인 시선을 취하려고 노력하며 쓰여져 있다. 이 책의 (때론 지나친) 무겁지 않음은, 이 책이 EBS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던 <신과 다윈의 시대>의 내용을 다시 엮은 것이라는 데 기인한다. 방송으로 나왔던 만큼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글이 쓰여졌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좀 더 진화론, 혹은 창조론, 혹은 무신론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책 내에 주석으로 쓰인 수 많은 참고서적을 보면 될 것 같다. 책 자체는 이런 논쟁을 알아보려 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딱 적당한 수준의 분량이었다.

  방송으로 방영된 것이니만큼, 이 책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과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 어느 쪽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양 쪽의 주장을 평등하게 싣고 있다. 그런 주장들도 다양한지라, 강경한 쪽과 중도적인 쪽의 시선이 잘 담겨 있고, 각 학자 혹은 신학자들의 생각이 고루 드러나 있다. 보다보면 같은 이론을 믿고 있음에도 자신의 신념이나 성격 등에 따라 미진하게 그걸 주장하고 있는 듯한 분들도 계시더라. 꼭 같은 이론을 주장한다고 같은 '방식'으로 주장하는 건 아니라서, 그런 시선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난 신을 믿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신론을 주장하기에도 약간 어정쩡한, 회의론자에 가까운 편이다. 창조론과 진화론을 두고 어느 하나를 믿으라면 나는 반드시 진화론을 택하겠지만, 그 진화론의 이론에 '아직까지는' 결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는 너무나 길고 거기엔 빠진 미싱 링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족한 부분을 창조론에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책에서도 여러번 주장된 바와 같이, 창조론은 너무나 종교적인 관점이고 그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쪽의 시선을 읽으면서 최대한 중립적인 관점을 가져보려 했지만... 글쎄. '지적 설계론'의 이론들은 내게 도무지 와닿지가 않는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우리가 보지 못한 초능력자 하나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니.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다. 아무리 지적설계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말을 읽어도 논리적 오류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묻고싶었다. 그렇다면 그 지적설계자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이 물음에 대해 그들은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대답밖에 내어주지 못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부족한 진화론이 내겐 나았다.

  진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여러 사람들이 있다. 강경하고 똑부러지게 제 의견을 주장하는 자가 있고, 좀 온건한 타입으로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타입도 있었다. 리차드 도킨스 같은 자가 전자이다. 이 사람에 대해서라면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의 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하고, 그의 명쾌하고 딱부러지는 설명방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으니까. 나는 그의 인터뷰를 보는게 즐겁지만 그의 방식에 완벽하게 동조하지 않는다. 나는 스티브 존스의 인터뷰에 꽤 공감했다. 그는 지식에 관련된 부분에선 딱부러지게 지적설계론을 부정한다. 마이클 베히의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은 그의 무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그러나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미진하면서 또한 종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놀라웠다.

  저는 과학과 종교의 대립을 상어와 호랑이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엄청난 강적이지만 상대방의 영역에서는 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학자들이 신의 존재를 논박할 수 있다며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종교는 과학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들은 코란이나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봤을 때 4억 년전의 진화론은 근거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때마다 오히려 자신이 믿는 종교에 나쁜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주장을 내리기 전에 조금 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티브 존스 인터뷰 中, 『신과 다윈의 시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세계사, pp. 105-106

  스티븐 존스가 말하길, '종교는 신앙 중심이지만 과학은 증거중심'이라고 하더라. 둘이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는거다. 나는 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진화론이라는 이론을 그렇게 반박하고 싶어하는지, 과학자들처럼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과학은 과학이고 종교는 종교일 뿐이다. 우리는 아담과 하와에게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이렇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진화의 산물이라는 말이 왜 성서에 대한 모독이 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물론 모든 종교를 가진 자들이 이렇게 주장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학자들의 의견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는 게 지식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줬다면, 우리나라 각 종교분파들의 의견을 통해 사상적이며 철학적인 부분을 만족시켜 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불교야 원래 유일신을 믿는 종교가 아닌데다가 세계관 자체가 어떤 한 사람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보지 않는걸 알고 있어서, 불교 쪽에서 진화론을 믿고 있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신기했던 건 천주교의 반응이었다. 개신교와 같이 신을 믿는 범주 안에 있으면서도 굉장한 비율의 신자가 진화론을 믿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천주교는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으며 (물론 내 입장에선 이게 매우 당연해 보인다만), 교황들은 성경을 과학적인 문서로 다루지 않았다는 거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날 새로운 지식을 통해 우리는 진화론을 가설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여러가지 연구 결과가 일치하는 것들이 그 증거가 됩니다.

  이 말을 오경환 신부는 말 그대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했다.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말에 오히려 그 핀트가 맞춰져 있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의 말은 다음과 같다.

세계는 오랜 진화 과정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깊은 수준에서 볼 때 세계는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세계는 그 안에 함의성을 가지고 있다.


  우주의 기원에 대해 진화와 창조 가운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며, 진화와 창조를 동시에 믿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되, 신에 의한 진화를 믿는다고. 아직 세계의 시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확실치 않은 이 때에 이 정도 믿음이라면, 그들이 믿는 것을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개신교 측은 진화론이 확증된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고. 그러나 이 말은 내게는 좀 어폐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보여지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설령 진화론이 세계의 시작을 말하진 못하더라도,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진화의 증거가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을 완벽히 반대한다는 게 내게는 썩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슬람 쪽은 진화론에 강경히 반대하고 있더라. 이 둘 쪽이야 성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역시 이 쪽에도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애당초 진화론에 대한 것이 왜 종교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에 난 이런 싸움 자체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본다. 최종덕 교수의 말처럼 진화론은 과학의 입장이고 창조론은 종교의 입장이다. 둘의 범주가 전혀 같지 않기 때문에 싸움의 결론도 날 수 없다. 과학적인 입장에서야 진화론이 절대적으로 옳고, 종교적으로 해석하고자 든다면 진화론이 옳다고 믿을 수 있겠다.

  마지막 부분에 있던 최종덕 교수의 인터뷰와 신을 믿는 과학자 윌리엄 필립스의 인터뷰가 둘 다 마음에 들었다. 철학적인 부분에서 지식을 충족시켜 준 것이 최종덕 교수의 인터뷰라면, 윌리엄 필립스의 인터뷰는 좀 더 마음에 와닿는, 친근한 구석이 있었다. 그 중 한 파트로 감상을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종교와 과학이 충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종교와 과학의 영역에 대해서, 그리고 종교와 과학이 각각 다른 종류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과학적 접근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사랑이 단순한 생화학적 현상이라고 간주하며 인생을 살고 싶지 않겠죠. 우리의 삶을 설명함에 있어서 과학 이외에도 다른 가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과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과학적 진실만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종교인들이 성서를 완전히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히브리어 성경에는 신이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했다고 쓰여 있는데요. 과학이 이와 다르게 말했다고 해서 과학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는 성경을 이해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윌리엄 필립스 인터뷰 中, 『신과 다윈의 시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세계사, pp. 247-248



모든범죄는흔적을남긴다법의곤충학자가들려주는과학수사이야기
카테고리 기술/공학 > 의학 > 법의학
지은이 마르크 베네케 (알마, 2008년)
상세보기


연쇄살인범의고백법의학자가들려주는살인조서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행정/정책 > 경찰/경호 > 범죄학
지은이 마르크 베네케 (알마, 2009년)
상세보기


살인본능법의곤충학자가들려주는살인자추적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사회문제 > 범죄문제
지은이 마르크 베네케 (알마, 2009년)
상세보기

  이 사람 책 시리즈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연쇄살인범의 고백 / 살인본능' 이렇게 세 가지가 나와 있는데 끌려서 세 권 한번에 다 사버렸다. 오자마자 읽은 책은 두번째 권인 연쇄살인범의 고백이었고, 그 다음으로 살인 본능, 그 다음은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순으로 읽었다. 흥미있어 하는 부분부터 읽은 셈... 인데 전반적으로 책들이 법의학자의 시선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 점에서 내가 일전에 읽었던 책들과는 방향이 좀 달랐다.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심리 이런거엔 관심이 없고 어떤 식의 기괴한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식의 과정을 통해 검거되었는지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편. 범죄 그 자체보다는 그 후의 행적이나 증거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다. 1편이 특히 그게 심하고, 3편, 2편 순인듯. 3편의 책 제목인 '살인본능'만 봐도 독일어로 하면 '살인 흔적'이었나 그런 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마디로 제목은 페이크다 병....

  1편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곤충'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단 범죄 현장에서의 곤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시체에서 곤충의 생태를 연구하는 바디 팜 이야기 같은거. 뭐 실질적인 현장 조사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재미 없는 건 아니고 나름 읽을만 한데, 몇 몇 파트는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싶긴 했다. DNA와 유전자에 관한 파트가 약간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기를 꺼려하지만, 막상 과학자들이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신기했다. 그냥 정보가 입력된 코드일 뿐 그걸 가지고 어떤 형태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거였다. 영화 가타카는 아직까진 실제가 될 수 없는건가...!

  2편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 답게(...) 여러가지 특이한 살인 사건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다만 이것도 학문적인 분위기에서 접근이 강하다. 요컨대 뱀파이어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피를 먹는 살인자의 이야기라기보단, 뱀파이어 신앙을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믿음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임을 과학적 원리를 통해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식인에 관한 이야기도 과거 사건들을 많이 설명해주어서 그런가 그냥 학술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아, 하지만 설산에 추락해서 같은 승객들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도 했고. 강간에 관한 부분은 진술이 너무 잔혹하고 슬퍼서 읽는 내내 짜증이 났음. 하지만 더 읽고 싶은 그런 진술이었다. 피해자의 증언들은 항상 애잔하고 애틋하고 그렇다. 다른 것들은... 아, 컴퓨터 관련한 너드가 죽은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이 사람은 '사실'은 알 수 없다고 말하지만 '증거'들을 보여줌으로써 너드가 자살한 것이 아닌, 살해당한 것임을 내비춰준다. 이게 미결이라는 게 아쉽다. 내 마음대로 그 회사 쪽을 범인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살인자 중 가장 역겨운 살인자는 위르겐 바르취와 콜롬비아의 가르비토를 꼽을 수 있겠는데... 위르겐 바르취는 소아성애자로 화학적 거세 수술을 받다가 죽었다. 감옥 벽에 남긴 편지라던가 사람들과 교환한 편지들의 내용을 보면 진짜 묘하다는 생각만 드는 인물이라 영화라던가 그런 소재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리비토는... 영화로도 보고 싶지 않은 역겨운 인물이다. 백명이 넘는 아이들을 그렇게 죽이고도 뻔뻔하게 회계를 읊어대는 사람이라니. 제발 가석방 되지 않기를 빌 뿐. 살인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의심나는 시체의 발견 장면... 같은 것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 있는가도 있고, 이모저모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다.

  3편은 어떻게 보면 2편보다 살인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거 같은데 딱히 몰두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찰스 린드버그 사건은 작가가 말한 이론이 맞을 거 같기도 해서 소름끼쳤다. 괜히 죽은 독일인은 무슨죄야... 베르나르도와 호몰카 부부 이야기는 이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역겹기 그지 없었고, 유명한 OJ심슨 사건은 그러려니 하고 봤다. 화염방사기를 든 자이페르트 이야기는... 그냥 사람이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아서... 아, 부인을 죽인 목사 이야기는 세계 어딜 가도 이상한 놈은 있구나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세 편 다 전문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고 해서 흥미 위주로 즐겁게 읽었다. 마르크 베네케가 세 권의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강조하는 점이라면 자신은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 증거를 조사하고 그것을 끼워맞추기는 하지만 범죄 자체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과학자니까. 그리고 또 사형제도에 완전히 반대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완벽한 증거라는 게 드물고, 있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타인이 판단한다는 데 있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뭐랄까 극히 유럽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권의 책에서 나온 CSI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까질'로 점철되어 있어서 웃겼다ㅋㅋㅋㅋ 뭐 세 권 모두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뱀파이어 강의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로렌스 A. 릭켈스 (루비박스, 2009년)
상세보기

  기무니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던 책. 당시에는 굉장히 읽고싶었고 내가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서 인문학적 시선을 느껴보고 싶었다... 라는 이유로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별로였다.

  일단 번역부터가 문제. 차라리 사전을 뒤져가며 원본을 읽겠다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눈으로는 분명 읽고 있는데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보통은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책을 읽을때 이렇게 되는데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막혀서 다시 되짚어 읽게 되는 부분이 너무너무 많았다. 영화 제목같은걸 번역하는것도 너무 뒤죽박죽인데다... 사실 이 번역 때문에 모든 문제가 초래된 것 같고...

  내용에 관해서는 문학이나 영화 속의 뱀파이어리즘에 대해 철학적으로나 심리적인 분석을 통해 접근한 건 좋았는데, 작품들에 대한 기본정보가 없으면 읽으면서 그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야 하니까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는 점. 미국내에서는 유명한 작품들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읽었을 때에는 몇 번 다시 읽어야지만 예로 드는 영화의 내용과 설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의도는 나쁘지 않은데 만족감은 반도 안 차서 실망했던 책.
하얀 가면의 제국: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박노자 (한겨레신문사, 2003년)
상세보기

  나는 비문학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은 그 딱딱한 문체가 싫고, 지식이 부족한 내가 집중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틀만 두고 본다면 박노자의 『하얀 가면의 제국』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박노자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으로 귀화해 박노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출신의 사람. 그의 특이한 이력은 그의 소설을 흥미로운 눈으로 읽게 했다.

  『하얀 가면의 제국』은 한국 사회의 바닥에 은연중에 깔려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으로서,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한 용어이다. 서구중심주의는 동양에서 바라보는 이상적인 서구세계를 나타내는데, 결국 오리엔탈리즘이나 서구중심주의나 둘 다 우리 사회의 발전에 그다지 긍정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가 우리 사회의 바닥에 깔려있다는 것을 박노자는 외국인이 가지는(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가지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며 서술하고 있다.

  그 안의 챕터인 「하얀 가면을 벗자」는, 오리엔탈리즘의 배경이 되는 역사의 서술과 우리민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서구중심주의를 말하며, 현재 서구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 서술한다. 이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의 시선에서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그러한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박노자는 서구중심주의에서의 탈피를 외치며 오리엔탈리즘이 담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 지적인 해방을 촉구하고, 서양흠모에 가까운 포지티브 옥시덴탈리즘의 배경을 밝혀 지적인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또한 서양에서의 자유정신을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하며 서양에서의 자유의 틀이라는 것에 대해 말해 준다. 박노자는 ‘이상적인 서양’의 삭제를 말하며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에서 해방된 진정한 평등 세계를 말한다.

  역사적 근거를 들어가며 말하는 박노자의 설명은 진실성을 띠게 되며, 책을 읽는 독자인 우리의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게 해 준다. 한국인들이 정확히 깨닫지 못하고 있지 못하던 한국 사회의 문제를 어설프지 않은 몸짓으로 끄집어내어 줌으로서 한국인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전해주는 데 부족하지 않다.

-

  옛감상. 슬프게도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진단명 사이코패스(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로버트 D. 헤어 (바다출판사, 2005년)
상세보기

  도서관에서 사이코패스 하나 검색해서 빌려온 것. 범죄 관련한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걍 심리학 어려운거 쳐읽긴 싫어서 무난한 거 고르다가 골랐음. 교양서적인데 사이코패스에 대해 나름 자세히 다루면서도 적당히 쉽게 읽히더라. 두께에 비해서 빨리빨리 읽은 편. 원래도 관심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번역도 깔끔한 편이다.

  책 내용에서도 나오지만, 사람들은 범죄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는 최근 영화나 소설 등에서 많이 쓰였고. 물론 나 역시도 이런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이 책을 빌려온 것이었지만, 글쎄. 실제 사이코패스에게 반해서 팬레터를 쓴다던가 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한 바로는 사이코패스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자기절제가 없고, 충동적이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우습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를 때 남을 생각하거나 감정적인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냉철한 이성과 사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로 앞에 놓인 순간적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다는 점은 오히려 캐릭터로서 매력이 없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덱스터같은 욕망을 위해 머리를 짜내는 똑똑한 살인자 캐릭터이지, 무절제하고 충동적인 바보 살인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 살인방법이 얼마나 혐오스럽고 더러운 것인지는 상관이 없다.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캐릭터의 심리상태라서...

  뭐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니까... 실제 사이코패스의 행동패턴이나 사고에 대해 설명한 바로는 꽤 재미있고 잘 읽혔다. 실제 사건의 예시를 들어준 것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악행의 수위에 따라 다를 뿐, 우리 주변에도 사이코패스는 있다고 말하는 부분도. 예시들과 이론들이 적절히 뒤섞인 책이었다. 딱 편하게 읽기 좋으면서도 이론적인 부분도 습득할 수 있으니까. 가볍게 보기에는 좋았음. 전문적으로 볼 때는 모르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