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라이브즈
감독 D.J. 카루소 (2004 /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에단 호크, 키퍼 서덜랜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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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잠이 안와서-_-; 뒤척대다가 케이블에서 영화 시작하길래 봤다. 원래 제목 모르거나 정보 모르는 영화는 잘 안보는데, 진짜 할게 없었다. 다른 채널도 엄청 재미없는 거만 해대고. 마침 아는 배우들이 슬금슬금 나오길래 봤음.  좋아하는 배우가 둘이나 나온다. 안젤리나 졸리랑 에단 호크. 안젤리나 졸리야 그 인상때문에 흥미가 많았고, 에단 호크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관심을 갖고, 가타카에서 뿌리내린 케이스.

  테이킹 라이브즈는 '타인의 삶을 취하다'라는 뜻이란다. 난 목숨을 앗아가서 저 제목인 줄 알았어(...) 보고 나니까 사람 죽이고 그 사람 인생을 사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해서, 아 그렇구나 했다. 진짜 엄청 둔해_-_ 소재가 참 독특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미스테리 섞인 이야기는 흔하지만, 연쇄 살인마인 마틴 애셔의 생각 자체가 참 특이하니까. 그리고 그걸 나타내주는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 두 명의 청소년들이 나오고, 그 와중에 그들의 중고차 타이어가 터지자 소년 한명이 그 타이어를 갈러 나간다. 그리고 다른 소년이 너 나랑 키가 같았지? 하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타이어를 갈러 나갔던 소년을 트럭 앞으로 밀어버리는 장면. 영화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마의 싸이코패스적 면모를 아주 잘 보여주는 시퀀스고, 연쇄 살인마에게 흥미를 갖게 한다.

  근데 이 이야기는 그 소재의 흥미로움은 좋은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음습한 느낌이 드는 캐나다 퀘백 지역이 나오는 것까지도 좋았다. 약간 특이한 사고를 하는 FBI 요원 일리아나 스콧(안젤리나 졸리)가 나오는 것도 좋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마틴 애셔의 존재를 알려주는 마틴 애셔의 어머니 레베카 애셔(제나 로우랜즈)가 나오는 것도 뭐 괜찮았다. 이 분 연기가 좀 싸이코틱해서-_-; 제임스 코스타(에단 호크)도 아주 적역;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니. 대단해! 게다가 그 촉촉히 젖은 눈빛ㅠ_ㅠ 울리고 싶은 남자 이미지였다. 근데 딱 여기까지다. 인물들과 인물이 가지고 있는 소재의 특이성 빼고 남는게 뭐지?

  미스테리극인데, 미스테리가 너무 파악하기 쉬웠던 게 아쉽다. 나처럼 둔한 애가 아, 저거 복선 아냐. 라고 생각할 정도면 정말 심한 거다. 반전을 세번 일으키면서 사람들이 팍팍 놀라야 하는데, 아... 역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너무 미스테리에 긴장감이 없었다. 초반부 분위기까지는 좋았는데, 본격적으로 일리아나가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하면서 긴장감도 술술. 하트(키퍼 서덜랜드) 추격씬도 그냥 액션이라는 느낌이지 그렇게 긴박감 넘치지도 않았음. 여러가지 복선을 좀더 치밀하게 깔았다면 어땠을지 싶다. 아 그래도 마지막 반전은 나 쫌 놀랐다ㅋㅋ 그것도 알아 챈 사람 많던데, 나 역시 둔해...

  퀘백 주 경찰들은 좀 소모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일리아나를 신뢰하는 동료 르클레르(체키 카료), 싫어하는 동료 조셉 빠께뜨(올리비에 마르티네즈), 그리고 그냥 도움이 되는 동료 듀발(장-위글 잉글라드)를 배치한 것... 까지는 좋은데 별로 써먹진 못한 듯. 그나마 빈정 대마왕 빠께뜨가 좀 눈에 띄었나. 

  조금 힘 없는 추적극. 그래도 에단 호크의 연기 만큼은 엄청 좋았다. 이렇게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이렇게 밖에 찍지 못하다니 눈물이 줄줄.


사랑해, 파리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알폰소 쿠아론, 구스 반 산트 (2006 / 프랑스, 리히텐슈타인)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일라이저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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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스무명의 감독이 참여해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꽉꽉 채운 옴니버스 이야기. 영화를 찍기 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 구 중 한 곳을 골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5분 동안 사랑이야기를 찍기.' 였다. 랄까... 그래서 지겨운 감이. 뭔가 이야기를 더 진행해줬으면, 하는 것들도 금새금새 끝나버리니까 김이 샜다. 그리구 너무 감질맛나게 해놓은 것들이 많아서-_- 막 답답하기도. 난 결론내는 타입의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단편들의 호흡이 너무나 짧고, 단편이 너무나 많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거리고, 프랑스어 발음은 지루(난 부드럽게 들리지 않았어..)했다. 시간 때우다가 잠들 뻔 했음... 몇 가지 이야기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취향에 영 맞지 않는 것도 다수 존재한 영화였다.

  다음은 영화 홍보사에서 적었던 각각 단편의 소개. 사실 단편들이 다들 5분가량이기 때문에, 내용들은 저게 다인 것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 / 브뤼노 포달리데
몽마르뜨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던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 남자가 참 소심해 보였다. 근데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그걸 실제로 쓰다니, 신기한걸.

「세느 강변」 / 거린더 차다
세느 강변에서 헌팅하던 프랑스 소년,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 남자애들 셋이 참 생각없이 노는 줄 알았는데, 그 중 한명은 귀엽구나. 이슬람 애 되게 예뻤다. 풋풋하니 귀여웠음.

「마레 지구」 / 구스 반 산트
프랑스 게이 청년,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다!
; 낄낄낄. 이거 홍보물이 내용을 다 스포일러하냐; 배우들이 본명을 써서 나왔다. 가스파르 울리엘이 프랑스어로 줄기차게 엘리어스 맥코넬에게 구애하는게 귀여웠다. 나중에 엘리어스가 가스파르를 좇아 달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구스 반 산트, 장편으로 만들어주세요...

「튈트리 역」 / 조엘 & 에단 코엔
소심한 미국인 관광객, 관광 가이드북에서 파리의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다!
; 아놔 스티브 부세미 완전 불쌍; 근데 정말 프랑스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거니... 둘이서 실컷 싸우고 상관없는 남만 휘말리게 하더니, 유유하게 가버리던 그들. 그야말로 민폐커플이었다. 대책없이 당하는 스티브 부세미 완전 안타까웠음. 그래도 귀엽다.

「16구역」 / 월터 살레스 & 다니엘라 토마스
젊은 이민자 여성, 자신의 아기는 보육원에 맡기고 다른 아이를 돌보게 되다!
;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까운 에피소드. 가사를 알 수 없는 자장가가 좋았다. 자기 애는 보육원에 맡기고 남의 애 보는 심정이 어떨까... 그녀의 안타까운 심정과는 상관없이, 노래를 불러주니 환히 웃던 두 아이들.

「차이나타운」 / 크리스토퍼 도일
중년의 세일즈맨, 과격한 차이나타운 미장원 원장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다!
; 좀 판타지적이라고 해아할까-_-; 뭐가 뭔지 어안이 벙벙했음. 차이나타운 미용실 원장은 확실히 흑발이 더 잘어울렸다.

「바스티유」 / 이자벨 코이셋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 부인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다!
; 아, 조금 뻔한 이야기. 그래도 좋았다. 남자의 심정을 표현하는 나레이션이라던가... 아내가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좋았고, 빨간 트렌치 코트가 예뻤다. 혼자 남은 남편이 트렌치 코트를 보고 멈춰서는 장면이 좋았다.

「빅토와르 광장」 / 스와 노부히로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여자,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갖다!
; 예고 없는 자식과의 이별.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했을까... 좋게 보내주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에펠 탑」 / 실뱅 쇼메
외로운 마임 아티스트, 유치장에서 소울메이트를 맞닥뜨리다!
; 제법 유쾌한 에피소드. 판토마임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이방인 같았는데, 똑같은 짝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자식은 얼굴이 하얀 칠을 하지 않았네. 애가 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이 귀여웠음.

「몽소 공원」 / 알폰소 쿠아론
중년의 아버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인생을 논하다!
; 별로 생각 없었음.

「앙팡 루즈 구역」 / 올리비에 아사야스
미국인 여배우, 무심한 듯 상냥한 마약 딜러에게 묘하게 끌리다!
; 메기 질렌할 귀엽다... 언제나 조금 위험해 보이는 여자. 그 마약 딜러랑 좀 잘됐어도 좋았을텐데. 나중에 혼자 자조적이 되었을 것 같다.

「축제 광장」 / 올리버 슈미츠
총상 입은 흑인 남자, 죽음의 순간 응급구조원 소녀에게 커피를 권하다!
; 뭐 저런 무서운 동네가. 근데 총상이 아니라 자상 아닌가. 홍보물을 대충대충 만들어놨어. 응급 구조원 소녀는 커피 두잔을 손에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피갈 거리」 / 리처드 라그라베네즈
애정 식은 중년부부, 파리의 홍등가에서 섹시한 러브게임을 시작하다!
; 음. 그냥 그랬음.

「마들렌느 구역」 / 빈센조 나탈리
미국인 관광객,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마음도 피도 모두 뺏겨버리다!
; 낄낄낄 이거 난 유쾌하게 봤음. 피 같은 것들은 완전 그래픽 티나게 해놨으면서(씬시티같이?), 미묘하게 고전 영화 느낌을 풍겨서 좋았다. 일라이저 우드 완전 귀여움.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 웨스 크레이븐
유머감각 없는 까칠한 남편,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한 수 배우다!
; 아직 결혼 안한 커플이었다-_-; 오스카 와일드가 별로 많이 가르쳐 준거 같지 않은데. 키스마크가 잔뜩 있는 오스카 와일드 무덤은 인상적.

「생 드니 외곽」 / 톰 튀크베어
아름다운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시각장애인의 거짓말 같은 사랑!
; 나탈리 포트먼은 예쁘구나. 남자 배우(이름 모르겠다)의 나레이션이 괜찮았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멀어지는 듯 했는데, 잘 된것 같다.

「라탱 구역」 / 프레데릭 우버르땅 & 제라르 드빠르디유
위기의 부부, 이혼의 순간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다!
;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것. 그래도 추억은 쌉싸래하게 다가온다.

「14구역」 / 알렉산더 페인
무료한 일상을 탈출한 미국인 주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 이거 맘에 들었음. 산뜻하게 밝은 화면, 평범한 중년 여성. 담담한 나레이션. 일상적이면서도 그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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