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마스크
감독 랜달 월러스 (1998 / 영국, 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레미 아이언스, 존 말코비치, 제라르 디빠르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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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역시 순전히 제레미가 나와서 본 영환데 음... 감안해도 참 뜨뜻미지근했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화면이 그렇게 화려한 것도 아니고, 내용도 뭔가 얼기설기 갖다붙인거 같은데다가 진행도 그렇고, 주인공들이 믿고 있는 신념들도 그렇고 해서 이모저모 재미있다기보단 그냥 꾸역꾸역 봤다.

  '철가면을 쓴 죄수'가 루이 14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쌍둥이 동생(필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라는 설정 하에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글쎄다. 역사적 배경을 말아먹는 건 그렇다 쳐도 진행이 재미가 없었다. 달타냥(가브리엘 번)과 삼총사(아토스(존 말코비치), 포토스(제라르 드빠르디유), 아라미스(제레미 아이언스))가 서로 이해를 하고 있는 대상이다보니까 딱부러지게 선과 악이 나눠져 있지도 않고 그래서 싸움도 미적지근.

  유일한 악역이라는 루이 14세는 생각보다 하는 일이 없다. 예의없이 자라먹은 아이마냥 떽떽대고 짖어댈 뿐 막상 스스로 하는 게 없었다. 끽해야 제대로 보이는건 백성들에게 막대하는 거나, 라울의 임자 있는 여자인 크리스틴(주디스 고스레쉬)을 뺏는거..? 그거야 뭐 잔혹한 축에도 못들었다. 애가 잔머리도 없고, 힘도 없어서 긴장감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반대편에 서있는 건 필립도 아니란 말이다? 필립은 진짜 별 거 아닌 캐릭터다. 혈통에 의지한 기반 빼고 그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삼총사가 얘 편이다. 잘되겠네. 어떻게든 잘 될거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달타냥과 삼총사의 갈등도 무난하기 짝이없다. 달타냥이 약간 고지식하기는 해도 상식을 벗어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이 쪽 편이 되겠구나, 이게 눈에 너무 잘 보였다. 거기다 루이 14세의 어머니인 안느(안느 파릴로드)와 관계가 있다는 재미 없는 설정으로 모자라 이 안느는 '제가 아들을 못키웠어요ㅜㅜ 내 다른 아들 필립..!' 이러고 있으니 이게 공감이 가야지. 애가 그정도로 비뚤게 자랐으면 엄마 캐릭터도 그런 방향으로 갔어야 좀 이해가 됐을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필립을 중히 여긴다고 해도 또한 자기의 친아들인 루이를 그런 식으로 내치는 계획에 쉬이 동참하는 것도 좀.

  삼총사의 캐릭터는... 고지식한 달타냥과 비슷하면서도 아들인 라울(피터 사스가드)을 잃어 분노에 찬 아토스, 묘하게 신앙심을 엿바꿔먹은거 같은 모은 일의 원흉같기도 한 아라미스,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내심 자기에게 분노하고 있는 포토스. 이렇게 각자 차이가 극명하긴 한데 묘하게 비뚤린 구석들이 잘 맞아 떨어지는 거 같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런 말 하면서 모여다닐 패거리 같았다.

  막판에 다른 총사들이, 달타냥과 삼총사가 죽을 거 같은 상황에서도 용기있게 튀어나오니까 그거에 반응하는 거 보고 좀 웃었다. 그럴 거면 진작에 넘어가시던가...! 으 벌려놓은 판에 비해 해결이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끝까지 맥빠지게 했다.

  제레미 아니면 내가 진작에 채널 돌렸겠지...


사랑해, 파리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알폰소 쿠아론, 구스 반 산트 (2006 / 프랑스, 리히텐슈타인)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일라이저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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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스무명의 감독이 참여해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꽉꽉 채운 옴니버스 이야기. 영화를 찍기 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 구 중 한 곳을 골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5분 동안 사랑이야기를 찍기.' 였다. 랄까... 그래서 지겨운 감이. 뭔가 이야기를 더 진행해줬으면, 하는 것들도 금새금새 끝나버리니까 김이 샜다. 그리구 너무 감질맛나게 해놓은 것들이 많아서-_- 막 답답하기도. 난 결론내는 타입의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단편들의 호흡이 너무나 짧고, 단편이 너무나 많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거리고, 프랑스어 발음은 지루(난 부드럽게 들리지 않았어..)했다. 시간 때우다가 잠들 뻔 했음... 몇 가지 이야기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취향에 영 맞지 않는 것도 다수 존재한 영화였다.

  다음은 영화 홍보사에서 적었던 각각 단편의 소개. 사실 단편들이 다들 5분가량이기 때문에, 내용들은 저게 다인 것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 / 브뤼노 포달리데
몽마르뜨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던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 남자가 참 소심해 보였다. 근데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그걸 실제로 쓰다니, 신기한걸.

「세느 강변」 / 거린더 차다
세느 강변에서 헌팅하던 프랑스 소년,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 남자애들 셋이 참 생각없이 노는 줄 알았는데, 그 중 한명은 귀엽구나. 이슬람 애 되게 예뻤다. 풋풋하니 귀여웠음.

「마레 지구」 / 구스 반 산트
프랑스 게이 청년,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다!
; 낄낄낄. 이거 홍보물이 내용을 다 스포일러하냐; 배우들이 본명을 써서 나왔다. 가스파르 울리엘이 프랑스어로 줄기차게 엘리어스 맥코넬에게 구애하는게 귀여웠다. 나중에 엘리어스가 가스파르를 좇아 달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구스 반 산트, 장편으로 만들어주세요...

「튈트리 역」 / 조엘 & 에단 코엔
소심한 미국인 관광객, 관광 가이드북에서 파리의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다!
; 아놔 스티브 부세미 완전 불쌍; 근데 정말 프랑스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거니... 둘이서 실컷 싸우고 상관없는 남만 휘말리게 하더니, 유유하게 가버리던 그들. 그야말로 민폐커플이었다. 대책없이 당하는 스티브 부세미 완전 안타까웠음. 그래도 귀엽다.

「16구역」 / 월터 살레스 & 다니엘라 토마스
젊은 이민자 여성, 자신의 아기는 보육원에 맡기고 다른 아이를 돌보게 되다!
;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까운 에피소드. 가사를 알 수 없는 자장가가 좋았다. 자기 애는 보육원에 맡기고 남의 애 보는 심정이 어떨까... 그녀의 안타까운 심정과는 상관없이, 노래를 불러주니 환히 웃던 두 아이들.

「차이나타운」 / 크리스토퍼 도일
중년의 세일즈맨, 과격한 차이나타운 미장원 원장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다!
; 좀 판타지적이라고 해아할까-_-; 뭐가 뭔지 어안이 벙벙했음. 차이나타운 미용실 원장은 확실히 흑발이 더 잘어울렸다.

「바스티유」 / 이자벨 코이셋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 부인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다!
; 아, 조금 뻔한 이야기. 그래도 좋았다. 남자의 심정을 표현하는 나레이션이라던가... 아내가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좋았고, 빨간 트렌치 코트가 예뻤다. 혼자 남은 남편이 트렌치 코트를 보고 멈춰서는 장면이 좋았다.

「빅토와르 광장」 / 스와 노부히로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여자,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갖다!
; 예고 없는 자식과의 이별.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했을까... 좋게 보내주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에펠 탑」 / 실뱅 쇼메
외로운 마임 아티스트, 유치장에서 소울메이트를 맞닥뜨리다!
; 제법 유쾌한 에피소드. 판토마임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이방인 같았는데, 똑같은 짝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자식은 얼굴이 하얀 칠을 하지 않았네. 애가 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이 귀여웠음.

「몽소 공원」 / 알폰소 쿠아론
중년의 아버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인생을 논하다!
; 별로 생각 없었음.

「앙팡 루즈 구역」 / 올리비에 아사야스
미국인 여배우, 무심한 듯 상냥한 마약 딜러에게 묘하게 끌리다!
; 메기 질렌할 귀엽다... 언제나 조금 위험해 보이는 여자. 그 마약 딜러랑 좀 잘됐어도 좋았을텐데. 나중에 혼자 자조적이 되었을 것 같다.

「축제 광장」 / 올리버 슈미츠
총상 입은 흑인 남자, 죽음의 순간 응급구조원 소녀에게 커피를 권하다!
; 뭐 저런 무서운 동네가. 근데 총상이 아니라 자상 아닌가. 홍보물을 대충대충 만들어놨어. 응급 구조원 소녀는 커피 두잔을 손에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피갈 거리」 / 리처드 라그라베네즈
애정 식은 중년부부, 파리의 홍등가에서 섹시한 러브게임을 시작하다!
; 음. 그냥 그랬음.

「마들렌느 구역」 / 빈센조 나탈리
미국인 관광객,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마음도 피도 모두 뺏겨버리다!
; 낄낄낄 이거 난 유쾌하게 봤음. 피 같은 것들은 완전 그래픽 티나게 해놨으면서(씬시티같이?), 미묘하게 고전 영화 느낌을 풍겨서 좋았다. 일라이저 우드 완전 귀여움.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 웨스 크레이븐
유머감각 없는 까칠한 남편,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한 수 배우다!
; 아직 결혼 안한 커플이었다-_-; 오스카 와일드가 별로 많이 가르쳐 준거 같지 않은데. 키스마크가 잔뜩 있는 오스카 와일드 무덤은 인상적.

「생 드니 외곽」 / 톰 튀크베어
아름다운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시각장애인의 거짓말 같은 사랑!
; 나탈리 포트먼은 예쁘구나. 남자 배우(이름 모르겠다)의 나레이션이 괜찮았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멀어지는 듯 했는데, 잘 된것 같다.

「라탱 구역」 / 프레데릭 우버르땅 & 제라르 드빠르디유
위기의 부부, 이혼의 순간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다!
;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것. 그래도 추억은 쌉싸래하게 다가온다.

「14구역」 / 알렉산더 페인
무료한 일상을 탈출한 미국인 주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 이거 맘에 들었음. 산뜻하게 밝은 화면, 평범한 중년 여성. 담담한 나레이션. 일상적이면서도 그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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