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감독 롭 마샬 (2011 / 미국)
출연 조니 뎁,페넬로페 크루즈
상세보기

  악평을 많이 듣고 가서 그런가 생각보다는 무난했다. 근데 뭔가 쫀득쫀득하게 사람 끌어당기는 맛은 덜했음. 여전히 잭 스패로우(조니뎁)는 매력있지만, 그 외의 인물들이 좀 활약이 덜 했던 것 같다. 검은 수염(이안 맥쉐인) 캐릭터가 약간 흥미가 생길 뻔 했는데 그 이상이 안나오고 좀 뻔한 악역으로 가서 안타까웠다. 갑작스레 등장한 전여친이자 검은수염의 딸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는 왜 마냥 선한 것인가. 이래서 어떻게 잭을 사귀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바르보사(제프리 러쉬)가 이전같은 모습이라 그나마 더 좋았음. 이전 같은 모습은 잭의 아빠 티그(키스 리차드)가 더 심한가..ㅎㅎ 이 쪽은 특별출연이었기 때문에 뭐. 새 캐릭터에서 주연급은 이게 전부. 조연에서 선원 스크럼(스티븐 그레이엄)이 있지만 딱 눈에 띄는 장면은 한 컷 정도였고, 목사 필립(샘 크라플린)은 저게 왜 나왔을까 날 고민하게 했고, 인어 시레나(아스트리드 베흐제-프리스베)는 예쁘긴 했다. 목사와 인어의 연애담 낭만적이고 좋은데 이 이야기에 끼기에 되게 뜬금없고 엉망으로 끼어 있다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목사 나름의 개그샷은 웃기긴 했다만, 둘의 "넌 다르잖아" 드립에서는 오그라드는 손발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외엔 또... 인어 타마라(젬마 워드)의 짧은 출연이 기억에 남고, 마차 안의 장면에서 특별 출연해주신 주디 덴치가 눈에 띄었다. 더 이상은 없음.

  완전 다른 새로운 이야기긴 했는데 그게 매력이 별로 없었다. 젊음의 샘이라는 소재를 찾아 떠나는데 별다른 흥미가 돋는 장면이 부족했다. 싸움도 좀 지지부진 지루했고... 잭이 이전처럼 재기발랄해보이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름 젊음의 샘을 찾는 패거리가 셋이나 되는데 그 셋의 명확한 대립이 썩 눈에 안띄어서. 아, 그리고 초반 장면이 너무 길다. 탈출장면은 흥미로워야 하는데 이건 좀 길어서 지루해지는 감이 있었다. 썩 영리하지도 않았고. 검은 수염의 배에 탄 뒤의 이야기도... 검은 수염이 대단한 선장이라는 게 확 안들어오더라. 또 마술을 부리네.. 요 정도였음. 오히려 2, 3편의 문어가 더 눈에 기억이 났어요.

  잭 캐릭터가 좀 의아했던게 젊음의 샘에서의 그 선함은... 뭐지? 이것은 내가 아는 잭 선장이 아닌데. 원래 선과 악을 넘나들었지만 여기서는 너무 착한 듯 하여 놀랐음. 마지막에 키스했으면 정말 실망했을 텐데 그건 아니었네. 뭐랄까 안젤리카와의 관계를 말로만 설명하고 넘어가니까 왜 저 여자를 사랑했을까... 고런 생각을 했다. 안젤리카는 예쁘긴 한데, 잭의 애인으로서의 그런 기질이 잘 안보였음.

  아 그리고 이거 무슨 엉뚱한 종교드립 나와서 멍때렸다....ㅎㅎㅎ 스페인 사람들 어이없게 나옴ㅋㅋㅋㅋㅋ 오직 신만이 영생을 주신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얔ㅋㅋㅋ이거 캐리비안의 해적 맞냐고.... 멍..... 하긴 목사 캐릭터도 너무나 너무나 뜬금 없었음...ㅎㅎㅎ 인어 뭍에서 다리 생기는거만 좀 신기했나...

  기존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그러나 또 기존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걸 왜 봐야하나 싶은 영화였다. 기대 안하면 재밌음. 여전히 잭 캐릭터는 재미있었다.


오만과 편견
감독 조 라이트 (2005 / 영국)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브렌다 블레신, 도날드 서덜랜드
상세보기

  비몽사몽 소설을 읽고 내친김에 영화까지 봤다. 오만과 편견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무슨 의미 붙이고 이딴거 다 제껴두고, 그냥 소설로서 재미있고 읽으면서 즐거웠다. 오래된 연애소설. 아무리 리지가 똑똑하게 구는 모습이 나와서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이니 뭐니 나불거려도, 다아시의 완벽한 모습에 신데렐라를 바라는 여자들의 소망이 들어가 있지 않을리가 없잖아.

  아무튼 영화 오만과 편견은 각색이 산뜻하게 잘 된 작품. 소설의 오밀조밀한 에피소드를 제한된 시간 안에 담아내느라 아무래도 많이 깎여나가긴 했지만, 소설을 보고 봤는데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보이는 편집이었다. 시간배열이나 인물을 대거 편집한 건 마음에 든다. 가드너 부부(피터 와이트, 페네로피 윌튼)같은 경우는 필요한 만큼 이외의 비중이 확 줄었으니까. 처음엔 너무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와 다아시(매튜 맥퍼딘) 둘 사이의 감정에 치우쳐 있지 않나 했는데 뭐 생각해 보니 소설도 그랬어...

  엘리자베스나 다아시 모두 원작의 캐릭터가 활발하게 잘 살아났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정말 현대 여성같은 그런 모습이 있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영화라서 소설 안에서만큼 진지하고 똑순이인척 하는 모습이 덜 들어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다아시의 경우엔 음 다 좋았지만 매튜 맥퍼딘이 워낙에 슬프게 생긴 얼굴(...)이라 원작에서처럼 오만방자하다는 느낌은 덜 살았다. (이런 부분에서 BBC 드라마 판의 콜린 퍼스 캐스팅은 너무도 완벽했지.) 도리어 사랑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여졌다. 사람을 나긋나긋하게 대할 줄 모르지만 자기 사랑앞에서 당당하고, 거절당하면 당황하고 그러는 모습들이 생동감 있는 것은 좋았다. 두 번에 걸친 사랑고백 씬은 정말 모든 여자들의 꿈을 다 담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빙리 씨(사이몬 우즈)나 제인(로잘먼드 파이크)의 연애는 그냥 풋풋하고 순백의 이미지. 워낙에 두 캐릭터가 순진해빠진 인물들이라... 그런데 빙리 씨 소설 보면서 느꼈던 이미지보다 더 백치같고 그랬다. 배우는 좋았지만 이미지가 그랬다고...

  소설에서 짜증나던 캐릭터들은 영화안에서도 짜증나더라. 베넷 부인(브렌다 블레신)이나 막내 리디아(지나 말론)는 영화에서도 짜증 만발. 베넷 씨(도날드 서덜랜드)는 소설보다 좀더 느긋하고 생각없다는 느낌... 메리(타룰라 라일리)나 키티(캐리 멀리건)는 소설보다는 의외로 비중을 주지 않았나. 위컴(루퍼트 프렌드)은 소설 안에서는 그래도 초반에는 아 괜찮네, 다정하네.. 이러다가 변모하는 캐릭터였는데 여기선 처음부터 그냥 짜증나고 허세있고 그런 모습이었다. 내용을 알아서였을까? 음 그건 아닌 것 같다.

  콜린스 씨(톰 홀랜더)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보기 싫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왔다. 샬롯(클로디 블레이클리)은 소설보다 간결하지만 생각보다 인상이 깊었음. don't dare judge me 이러면서 총총 뒤돌아가는 모습이 참 쓸쓸하면서도 그런 느낌. 캐서린 드 보아 공작부인(주디 덴치)은 짜증스러우면서도 오만한 모습이 잘 살아났다. 빙리 양(켈리 라일리)은 조금 심심했던 것 같다. 생각만치 눈에 띄는 얼굴도 아니었고.

  재미있었음! 소설 보고 바로 직후에 봐서 더 재미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