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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지넷 윈터슨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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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 모던 클래식 판본 너무 좋다. 종이가 가벼워서 쓱쓱 잡히고 크기도 적당하고...

  이 책을 왜 샀더라. 암튼 모던클래식에서 나온 책들 보다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랑 이 책중에 고민하면서 샀던 것 건 기억난다. 세라 워터스의 소설들을 읽은 직후라 레즈비언 문학이 읽고 싶었던 것 같기도... 물론 살 때에도 세라 워터스랑 완전 다를 건 각오했다. 그건 역사소설이자 연애물이었고, 이건 개인의 성장기에 가깝다.

  레즈비언으로서 정체성을 자각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일반 성장 소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두드러지는 가정사 때문이었다. 입양아인 지넷의 엄마는 기독교 원리주의자. 이 쯤되면 답이 나오는 상황 아닌가. 원리주의자들과 함께 하며 자라난 지넷이 그 틀에 온전히 복종하고 있다가 그것에서 벗어나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 내 생각보다는 충격이 좀 없었다. 묘사가 자기 성향에 대해 그렇게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어린 시절 이후의 이야기를 큰 시간라인에 따라 진행시켜서 감정이 썩 잘 드러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성장통보다는 그 성장에 초점을 둔 이야기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고난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설명되는 것들의 중점이 거기 있는거 같지 않았다.

  지넷보다 엄마 캐릭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무래도 캐릭터가 엄청나게 강렬하다보니까 어쩔 수 없었다. 보기만해도 소름끼치는 인물상이지만 소설 안에서는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지넷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약간 안타깝기도 했다.

  중간 중간 끼워진 우화 형식의 이야기들은 본래의 이야기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말할 순 없지만 적당히 연관되어 있다. 따로 읽어봐도 무방하지만 본래 이야기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음.

  작가의 자전소설에 가깝다. 물론 어느 정도 허구가 섞여 있기야 하겠지만 소설의 주인공 이름도 지넷이고, 똑같이 입양아에다가 기독교 원리주의자 어머니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소설 후반부에 지넷이 고생했던 이야기는 별로 없이 집에 돌아와 크리스마스를 지내는 이야기만 있어서 똑같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작가 본인의 환경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소설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책장은 잘 넘어가고, 집안 환경에 관한 부분 때문에 즐겁게 읽긴 했음. 마음에 아주 쏙 들 정도는 아니었고. 이것보다 더 기대를 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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