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포 콜럼바인
감독 마이클 무어 (2002 / 미국)
출연 존 니콜스, 딕 클라크, 에릭 해리스, 찰턴 헤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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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때문에 목구멍이 막혀 죽을거 같아하다가, 우연히 일찍 일어났는데 케이블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며칠 전에 일어났던 조승희 사건 탓에 편성한 듯 싶다. (뭐, 한달 전부터 편성했을 수도 있고...) 1년 전인가 중간까지 보다가 못봤었기 때문에 부스스한 차림새로 눌러앉아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재미있다. 정말로. 지루하다거나 그런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회비판 다큐멘터리가 재미없다는 편견은 마이클 무어를 통해 사라진다. 마이클 무어의 다소 막무가내식의 진행이라던가, 사우스파크 제작자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끼워넣는다던가,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 그런 것 통해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니까. 어찌되었건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는 콜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났던 고교생 총격사건을 다룬다. 그런데 그 사건 자체만 딱 다루는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통해 미국사회 전체를 비판하고 있다. 총기 규제에 관한 법, 총기 협회, 언론매체, 심지어는 관련없어보이는 사회보장법까지... 모든것이 그의 비판대상이다. 영화를 통해 본 미국사회는 바보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영화 또한 온연히 진실된 것은 아니다. 콜럼바인 총격사건의 범인들이 아침에 볼링을 쳤다던가, 은행에 계좌만 만들면 곧바로 총을 준다던가(열흘 정도 걸린다고...) 하는 것들은 사실이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마이클 무어는 미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의 다큐멘터리를 여럿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한다. 그에게 영화감독은 그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상을 대표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소 과격한 연출로 이루어졌으며 마이클 무어의 사상을 피력하는 도구이기도 한 이 영화가 제법 마음에 든다. 미국이 싫어서? 아니 그렇게 광범위한 것은 아니고. 일단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거리를 던져주니까. 영화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논란거리를 제공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썩 능력이 있어 보인다. 나의 이런 생각 자체가 마이클 무어의 마수에 걸려든 거라고 말해도 하는 수 없지만.

  덧붙이는 것은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언급되곤 한다. 아마도 무대에서 보는 괴이한 그의 모습과는 반대의, 정말 얌전한 말투로 논리적이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그의 모습에 놀라서이리라. 나는 무대는 본적 없고, 그의 노래는 열심히 듣는 편. 화장만으로도 무대를 알 법 하긴 하지만-_-; 아, 실제로 마릴린 맨슨은 무대 밖에서는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마릴린 맨슨  : 어렸을 땐 음악이 탈출구였죠. 음악만은 편견이 없어요. 옷이 재수없다고 야유하지도 않고, 내 모습을 긍정하게 만들어주죠. 내일 공연을 본 자들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에요. 렉서스 광고를 본 사람 중 몇 명은 렉서스를 사겠죠. 왜 날 찍었는지 알아요. 노출된 표적이라 비난하기 쉽죠. 왜냐하면 난... 공포의 상징이니까요. 그들의 겁내는 것을 대변하고 거침없이 말하니까요.
  그 참사(콜럼바인총기사건)가 남긴 두 가지의 화두는 오락의 폭력성과 총기 규제인데, 다가올 선거에서 떠들어대기 좋은 건수가 생긴 거죠. 모니카 르윈스키도 잊고, 대통령이 미사일을 날린 것도 잊고, 락앤롤을 부르는 애꿎은 나만 악마 취급하겠죠. 내가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클까요? 그럼 좋겠지만 대통령이 더 크죠. 웃기는 건 대통령이야말로 폭력의 주동자인데 언론은 그런 얘길 떠들지 않아요. 폭력이 그들의 장사 밑천이니까... 
  TV는 계속 공포를 조성하죠. 홍수, 에이즈, 살인, 중간 광고 아큐라 자동차를 사라, 입 냄새 나면  왕따 당한다, 여드름 나면 애인 떨어져 나간다... 공포심을 이용한 광고 일색이죠. 그런 게 우리 경제의 기초에요. 겁을 잔뜩 줘서 소비를 부추기죠. 아주 손 쉬운 방법이잖아요.

마이클 무어  : 콜럼바인 피해자가 여기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소?
 
마릴린 맨슨 : 말하는 대신 그들의 얘길 듣겠어요. 듣는 사람도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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