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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들도 가관이고. 그 참. 짜증난다. 원래 수학여행이라는 거, 견문보다는 아이들과의 추억 위주로 가는 거 아니었나. 한 반에 있는 애들이 따로따로 수학여행을 가는 건 뭐야. 안 친한 애들이야 그렇다쳐도, 내가 갈 사정이 안되는데 나랑 노는 애들은 다 외국 간다고 하면 나 혼자 뻘쭘하게 국내여행에 껴야 한다는 거잖아.

  정말로 저 사람들 말처럼 위화감이나 박탈감이 없을까? 애들이 그래 뭐 앞에서는 "아 나 돈없어서 외국 안가~ 너네 재밌게 놀다와라."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체 말할 수 있겠지. 근데 과연 속으로도 그럴까? 아닐걸. 피눈물날걸. 다 같이 가는 수학여행인데 돈 없어서 나 혼자 따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하면 정말 눈물날거다.

  고등학교 때 수학 여행은 아니고, 방학때 신청 하는 애들 모아서 가는 일본 여행이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심각한 아저씨 빠순이였기때문에; 정말 가고 싶었다. 나랑 놀던 애들도 다 간다고 신청한 상태였고. 그 때 신청하기 전부터 이미 난 안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 우리집 그 때 크게 여유있는 편이 아니었으니까(지금도 아니지만-_;). 그래도 혹시나 해서 엄마한테 물어나 봤는데 역시 안되더라. 엄마랑 아빠한텐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 그날 방에 틀어박혀서 계속 울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좀 짜증나. 이것 저것 감정이 뒤섞이기도 하고 그까짓걸로 운 나도 화나고, 엄마아빠한테 너무 미안하고. 우리엄마 아직까지 그때 나 울었던거 기억하는데 진짜 기억에서 지워주고 싶다.

  단체로 가는 수학여행이 아닌, 신청해서 가는 여행(그것도 많은 인원이 가는 것도 아니었음)에서도 내 친구들은 가는데 나 혼자 못간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서러웠다. 나중에 애들이 여행 이야기하면 더 부럽고 속쓰렸다. 진짜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 감정이 막 그렇더라. 이거 가지고 넌 철이 덜들었어서 그래 이딴 소리 내뱉으면 싸닥션. 그때 생각하니까 감정이 좀 격해졌어.

  그냥 수학여행은 저런 식으로 안갔으면 좋겠어. 수학여행 그 사나흘 갔다와서 견문이 뭐 얼마나 는다고 중고등학교때부터 위화감을 느껴야하나. 나한테는 그 때 그 여행보다는 애들과 함께 있는 며칠이 참 즐거운 것이었는데... 요새 애들은 안그런건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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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네가 꿈에 나왔어. 일상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너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출연에 깜짝 놀랐다. 정확히는 네가 아닐지도 몰라. 네가 붙잡은 너는, 저 그런사람 아닌데요. 하고 가버렸거든. 그렇지만 너무나 똑같은 얼굴이었다. 꿈에서도 쫒아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을 정도로. 일어나서도 왠지 후회했어.

  고1때 너와 지냈던 시간들이 떠올라. 그냥... 우린 생각 없이 참 재미있게 놀았는데. 자율학습 빼먹고 놀러가기도 했고, 같이 쇼핑도 다녔고. 너네 집에도 진짜 자주 놀러갔었어.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다소 진지한 이야기들도 했었고. 아, 자율학습 때 나만 못빠져나와서 그 추운 겨울날 너만 길에서 기다리게도 했던거 기억난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하네. 

  그냥. 그냥 생각나서 써 봤어. 난 별로 신이나 사후세계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게 있다면 거기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 Image from flickr, by wolfkeepers_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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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오래간만에 편지 정리를 했다. 수업시간이나 평소에 편지를 주고받던 건 주로 중·고등학교때 이야기. 고등학교때 편지는 따로 보관했으니, 어릴때부터 중학교때까지 받은 편지만 정리하면 되었다. 쪽지류만 담은 상자가 한 박스, 편지봉투에 담은 편지류가 한 박스였다. (사과박스 말고-_- 그냥 작은거...)

  중학교때 편지는 참 펼쳐보기 난감했다. 중학교때 친구중 연락하는 친구는 지누하고 또 다른 한명 뿐이니까. 상자안의 편지들은 도대체 어떨 애들의 것일지 짐작도 안갔다. 결국 내가 그 속에서 솎아낸 편지들은 어릴 때 연락하던 한 명과, 중학교 이전부터 친했던 애들 둘의 편지, 그리고 지누의 편지로 족했다. 친구도 별로 없었는데, 무슨 편지는 그리도 많은지. 네 명의 편지를 골라내는 것은 정말 고된 작업으로 보였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시작했던 작업이었는데 정말 내 생각보다도 더, 모르는 애 투성이였다. 이름 보고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던 한 다섯명 정도? 나머진 전혀 떠오르지도 않는 사람들. 가장 멋진건 나와 비밀친구를 맺자는 그런거-_-;;였는데, 이름도 안써져있어서 추측조차 할 수 없는 편지였다.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나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상대들과 이렇게 많은 교류를 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 기억을 송두리채 도둑맞은 그런 기분이랄까. 물론 기억하려 들지 않은 내 잘못이 크지만. 내게 있어서 중학시절은 송두리채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종류의 기억이니까. 지누 빼고-_-... 지누는 같은 중학교 나온 유일한 친구다.

  그에 반해 고등학교 시절 받은 편지들은 어찌나 소중하던지. 이름이 안써져있는 편지조차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있어서 기뻤다. 단순히 가깝고 먼 기억의 차이가 아니라, 기억의 소중함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것이겠지.

  그 많은 편지들은 하나의 박스로 줄어들었다. 또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 박스를 열어보았을 땐, 이들 모두를 기억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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