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사원
감독 존 존스 (2007 / 영국)
출연 펠리시티 존스, 제이제이 페일드, 리암 커닝엄, 캐더린 워커
상세보기

  BBC에서 제작한 제인 오스틴 시리즈 3부작 중 한 편. TV영화라 할 만한 길이였고 세 편 다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제일 처음 본 게 노생거 사원. 그 다음이 맨스필드 파크, 설득 순으로 봤다. 세 편 나란히 보고 나면 노생거 사원이 제일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순진하게 자란데다 소설을 많이 읽어 망상벽을 가진 소녀 캐서린 몰란드(펠리시티 존스)가 생소한 도시인 바스로 오면서 겪는 사랑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

  몰랜드 부부(게리 오브라이언, 줄리아 디어든)도 가난한 집은 아닌 거 같은데 집에 원체 애가 많아서 호화롭다던가 그런 삶은 아니다. 앨런 부부(데스몬드 바릿, 실베스트라 르 토젤)는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캐서린을 많이 예뻐하는 듯, 얘를 데리고 가서 바스에서 지내게 해 준다. 바스는 18~19세기 초 런던을 벗어나 영국 상류사회를 이끌던 중심지. 당연히 꿈많은 소녀에게는 딱 적절한 도시이다. 게다가 캐서린은 꿈이 많다 못해 어찌나 망상벽이 큰지 소설에서 읽은 부분을 자기 이야기로 치환하여 상상하는 모습을 시시각각 보여준다. 십대 소녀라는걸 감안하면 뭐 그래도 귀여운 수준이긴 하다만.

  목사가 될 예정인 틸니 집안의 차남 헨리 틸니(JJ페일드)와 처음 만나 호감을 갖지만, 틸니 가문에 대한 안좋은 소문 탓에 캐서린은 이모저모 망설이게 된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사귀게 된 친구이자 미래의 새언니가 될 예정인 이자벨라 쏘프(캐리 멀리건)는 자신의 오빠 존(윌리엄 벡)과 캐서린을 맺어주기 위해 온갖 술수를 써대고, 캐서린은 그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근데 이게 별로 심각하지는 않고, 일단 호감에 있어서는 헨리가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냥 쏘프 남매에게 휘둘리는 정도? 사실 존과 이렇다할 연애 파트는 없었고, 쏘프 남매는 어떻게 봐도 너무 별로라서 거 참. 캐서린이 그렇게 순진해빠지지만 않았어도 정체를 금방 알아챘을 거다.

  틸니 삼남매 중에서 차남 헨리와 삼녀 엘레나(캐서린 워커)는 유독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줘서 좋았다. 특히 엘레나는 정말 현명해 보였음. 이렇게 두 남매는 착하고 좋은 심성을 보여주는데 반해, 아버지인 틸니 장군(리암 커닝햄)과 장남인 캡틴 틸니(마크 다이몬드)는 속물 근성을 가진 고위직 그 자체. 둘다 뻔뻔스런 모습이 짜증나긴 하는데, 이 모습 때문에 프레데릭에게 이자벨라가 물먹은 걸 생각하면 좀 좋았기도 했다. 캐서린의 오빠 제임스(휴 오코너)와 사귀던 이자벨라는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프레데릭에게 갔다가 바로 차이니까(...) 사실 뭐 제임스 입장에서는 그런 집안과 엮이지 않은게 차라리 다행.

  주인공 남녀의 연애노선 자체는 사실 별로 굴곡이 없었다. 둘이 서로에게 빠져있는 모습이 너무 분명했으니까. 틸니장군이 자신의 저택인 노생거 사원으로 초대했을 때도 캐서린과 틸니 남매는 잘 지냈었고, 막판에 캐서린의 망상벽으로 인해 헨리가 화를 냈던 것도 잠깐의 분노에 불과했으니. 캐서린이 노생거 사원에서 갑자기 쫓겨나게 되는 위기도 사실 헨리와 관련된 일은 아니었다. 틸니 장군 그 속좁은 영감이 캐서린네가 부유치 않다는 걸 알고 금세 맘을 돌려버린 것일 뿐. 아무튼 얘네 두 남녀의 사랑은 그다지 고난이 없는 편이었다. 마지막에 헨리가 찾아올 거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 수 있었을 정도였다.

  시리즈 중 가장 생기있고 발랄했던 이야기. 확 재미있진 않았지만 나름 캐릭터들이 가진 싱그러운 매력이 있었다.

+ Recent posts